[여성 언론인 대담] 스페인어 TV ‘유니비전’ 앵커, 스테파니 마르티네스

2020.9.9 1: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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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언론인 대담] 스페인어 TV ‘유니비전’ 앵커, 스테파니 마르티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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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시간입니다. 저는 오종수입니다. 

다인종 사회인 미국에는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론 활동도 갖가지 언어로 이뤄지는데요. 유력 스페인어 텔레비전 방송 ‘유니비전(Univision)’의 뉴스 진행자(앵커), 스테파니 마르티네스 기자를 오늘 초대했습니다. 

마르티네스 기자는 콜롬비아 출신 이민자로서, 미국 방송계 최고 영예인 ‘에미상(Emmy Awards)’의 텔레비전 뉴스 부문 특별상 수상자이기도 한데요. 이민자 시각에서 바라본 미국 언론과 주변 상황,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스페인어 TV ‘유니비전’ 앵커, 스테파니 마르티네스.

기자) 안녕하세요, 요즘 뉴스가 많아서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VOA 한국어 방송 청취자들께 자기소개를 해주시겠어요?

마르티네스) 그럼요! 제 이름은 스테파니 마르티네스입니다. 텔레비전 방송기자이자 언론인인데요. 미국 내 스페인어 사용 인구를 섬기는 게 제 일입니다. 미국의 양대 스페인어 방송국이 ‘텔레문도(Telemundo)’와 ‘유니비전(Univision)’인데요. 텔레문도는 1세대와 고령층 이민자들이 주로 보십니다. 저는 젊은 층 시청률이 높은 유니비전에서 뉴스 앵커를 맡고 있습니다. 

기자) 최근 미국 내 스페인어 사용자들 사이에서 ‘뉴스 퀴키스(News Quikies)’라는 온라인 방송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걸 직접 만들고 진행하시는 중이죠?

마르티네스) 아, 그게요. 세상에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데, 하나하나 이해하기가 너무나 힘들더라고요. 올해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 탄핵이 끝나니까 코로나(사태)가 터지고, 곧이어 조지 플로이드 씨 사건과 제이컵 블레이크 씨 사건으로 인종 갈등이 불거졌잖아요. 그리고 곧바로 대선 국면을 맞았고요. 저는 뉴스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인데도, 이걸 다 소화하기가 힘들었어요. 제가 이 정도라면, 일반 시청자분들은 얼마나 더 어려울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대안 매체 성격으로 만든 게 ‘뉴스 퀴키스’에요.

기자) 뉴스에 예능적인 요소를 가미해서 짤막한 영상으로 온라인에 올리는 거죠?

마르티네스) 네.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한테 뉴스를 설명해주는 컨셉(개념)이에요. ‘이봐 스테파니, 트럼프는 시위대한테 폭도라고 하는데, 바이든은 왜 시위대를 지지하는 거야?’ 이런 질문에 제가 답해주는 거죠. 친구한테 그런 얘기를 할 때 ‘경찰력 과잉 집행’이니, ‘인종적 불평등’이니, 그런 어려운 말들 안 쓰잖아요. 일상생활 용어로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거예요. 이런 접근 방식에 호응이 높아서, 시청자분들이 많이 사랑해주고 계셔요. 이민 2세대 시청자분들도 많기 때문에, 영어와 스페인어 버전(방식) 두 가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자) 어려운 말은 빼고 뉴스를 전한다, 이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텐데요?

마르티네스) 네. 매우 간단한 방식과 매우 간단한 단어로 뉴스를 전해드려야 하는 건데요. 더욱이 아주 짧은 시간 내에 특정 주제를 포괄적으로 소화하는 게 관건이라, 쉽진 않아요. 그렇게 하려면 제가 뉴스의 배경과 전개, 그리고 전망을 완전하게 숙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인데요. 압축해서 핵심을 담은 몇 마디로 정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워낙 굵직굵직한 뉴스 주제가 많아서 조금 힘들기도 합니다. 

기자) 요즘 가장 호응이 높은 주제는 뭡니까?

마르티네스) 아무래도 남미 소식이 조회 수가 높아요. 베네수엘라나 콜롬비아에서 요즘 큰 뉴스가 많이 나오잖아요. 저희 주력 시청자들은 중남미 출신 이민자 분들이기 때문에, 현지 소식을 전하는 내용에 관심이 많으십니다. 특히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미국에 적대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그곳 출신분들이 불안해하셔요. 그래서 남미 소식을 중심으로 한 ‘세계 뉴스’, 그리고 ‘코로나 사태’, 마지막으로 ‘미국 대선’, 이렇게 세 개가 ‘뉴스 퀴키스’ 주요 소재들입니다.

기자) 그럼 미국 대선 이야기를 해보죠. 공화-민주 양당이 전당대회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선거 국면인데, 남미 출신 이민자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마르티네스) 지금 남미계 사회에서 미국 정치 전반에 관심이 엄청나게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2016년 대선과 2018년 중간선거 때보다 투표율을 높이자는 운동이 진행 중이거든요. 그래서 선거와 투표 과정을 이해하려는 욕구가 굉장히 큽니다. 외국 출신 이주자들이 보기에는, 미국의 선거 제도가 굉장히 복잡하잖아요. 

기자) 예비선거를 치른 뒤 본선거를 하는, 이런 과정이 복잡하다는 말씀인가요?

마르티네스) 네. 예를 들어서 투표를 언제 어떻게 하는지, 또 선거 전반이 어떤 단계들을 거쳐 이뤄지는지 자세히 알려드려야 해요. 대통령을 뽑는 과정만 봐도 우선 예비선거가 있는데, 주마다 다른 방식으로 예비선거를 치르잖아요. 그러고 나서 본선이 있고, 또 본선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선거인단 투표까지 가잖아요. 이런 걸 스페인어로 자세하게 설명해 드려야 할 의무가 저한테 있는 겁니다.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각각 어떤 공약을 내세우는지도 알려드려야 하고요. 

기자) 이런 질문이 실례일 수도 있습니다만, 마르티네스 기자 본인도 외국 출신이신데, 다른 이민자들보다 미국 정치를 잘 이해한다고 할 수 있나요?

마르티네스) 저는 아직 젊고 언론 경력도 10년 정도밖에 안 됐지만, 관련 경험이 많아요. 미국 정치의 중심인 워싱턴 D.C.에서 언론 경력을 시작했거든요. 그 다음에는 미국 최대 군사기지가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일했고, 지금은 이민 사회가 가장 큰 로스앤젤레스로 옮겨서, 유니비전 본사에서 근무하는 중입니다. 짧은 시간에 미국 정치ㆍ사회의 핵심을 모두 경험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스페인어 TV ‘유니비전’ 앵커, 스테파니 마르티네스.

기자) 언론에 발을 들이신 계기가 뭔가요?

마르티네스) 상투적인 답변일 수 있겠지만,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었어요. 이민자들을 소외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 언어 장벽이거든요. 미국 사회의 주류가 영어 사용자들이다 보니까, 영어가 불편한 사람들은 나라 돌아가는 소식도 알기 어렵고, 의견을 내기도 힘들어요. 이런 것들이 ‘인종 간 불평등’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분들에게 힘이 돼 드리길 바라면서 일하고 있는 겁니다.

기자) 그런 역할을 잘 해왔다고 보십니까?

마르티네스) 네. 굉장히 만족합니다. 이민 사회가 공동체로서 역량을 키워나가는 데 제가 미약하게나마 일조하고 있거든요. 이민자들을 비롯한 우리 모두가 미국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서, 함께 잘 살아가고자 하는 이야기를 뉴스에서 다룰 때 저는 정말 행복합니다.

기자) 이민자이자 여성으로서, 언론계에 자리 잡는 과정이 어렵진 않았나요?

마르티네스) 저는 참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여성으로서 겪는 어려움은 별로 없었거든요. 왜냐면, 스페인어 언론이라는 범주가 저한테 딱 주어졌으니까요. 스페인어가 모국어이고, 영어도 할 줄 아니까 스페인어 매체에서 일하는 게 맞는 역할이었어요. 다만 취재 현장에서는 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스페인어 매체를 주류 언론(mainstream media)보다 낮춰보는 풍조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인터뷰 섭외도 굉장히 힘들었어요. 

기자) 그럼 지금까지 언론 경력에서 가장 좋았던 일은 뭡니까?

마르티네스) 중요한 뉴스에 관해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요, 지금 두 번째 작품을 준비 중이에요. 콜롬비아 역사에 관한 건데, 저희 가족의 역사이기도 해요. 저희 집안이 콜롬비아 대통령 후보와 밀접한 관계였거든요. 1989년 대선에 출마했다가 암살된 루이스 카를로스 갈란(Luis Carlos Galán) 후보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역시 언론인이셨습니다. 주변 인물들을 많이 인터뷰했고요. 다큐멘터리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현재 콜롬비아 출신 이민자 사회에서 이 작품에 기대를 많이 하고 계셔요.

기자) 스페인어 사용 인구를 대변하는 소수계 언론인 입장에서 볼 때, 미국 사회의 ‘양성평등’이나 ‘인종 간 평등’ 현황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마르티네스) 개선ㆍ발전해 나가야 할 여지가 아직 많습니다. 중남미계 인구가 미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그들의 목소리는 정책과 사회 흐름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어요. 이게 ‘인종적 불평등’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만큼 저와 스페인어 매체들이 할 일이 많은 겁니다. 

기자) 그럼 언론 자유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마르티네스) 그건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곳 중의 하나라고 봐요. 이렇게 여러 가지 언어로 활발하게 언론 활동을 할 수 있는 나라가 흔치 않거든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10점 만점에 8점은 넘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반영하면, 한 6점 정도로 내려간 걸로 판단해요. 일부 유력 정치인들이 공개적으로 언론을 적대시하고, 중요 매체의 신뢰도를 깎아내리고 있잖아요. 제가 보기엔 전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기자) 아쉽지만 이제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북한에서 VOA를 듣는 분들을 포함한 세계인들에게,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에 관해 어떤 말을 해주시겠습니까?

마르티네스) ‘언론 자유’는 세계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가장 중요한 권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북한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어요. 누구도 소외될 수 없는 겁니다. 북한에 계신 분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세상 소식을 접하고, 자신들의 의견을 낼 수 있는 매체를 가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기자) 끝으로 개인적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뭔가요?

마르티네스) 디지털 기반으로 바뀌는 언론 환경에 적응하는 거예요. 종이 신문이나 텔레비전 수상기, 라디오 단말기에서 뉴스를 접하는 사람은 점점 줄고 있잖아요. 반면에 인터넷 기반으로 휴대용 기기에서 뉴스가 소비되고 있고요. 제가 제작하는 온라인 방송 ‘뉴스 퀴키스’는 그런 환경 변화를 주도해나가려는 노력입니다. ‘뉴스 퀴키스’를 한 단계 더 성장시켜 종합 매체로 탈바꿈하는 게 목표입니다.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오늘은 스페인어 방송 ‘유니비전’ 뉴스 앵커, 스테파니 마르티네스 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