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의 산실, 미국 대학을 찾아서] 로드아일랜드스쿨오브디자인

2020.6.24 10: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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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의 산실, 미국 대학을 찾아서] 로드아일랜드스쿨오브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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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에는 미국의 대학들 소개해드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미국의 대표적인 명문 예술대학의 하나인 ‘로드아일랜드스쿨오브디자인(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상공에서 바라본 로드아일랜드스쿨오브디자인(Rhode Island School of Desi모습. 사진 출처: Flicker/ Will Hart

‘로드아일랜드스쿨오브디자인(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은 영어 앞 글자를 따 ‘리즈디(RISD)’라는 애칭으로도 잘 알려진  미국의 명문 사립 예술대학교입니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서 가장 작은 로드아일랜드주에 있지만, 명성만큼은 자자해서 어떤 사람들은 “예술계의 하버드다”라는 말을 하기도 하죠.    

“여성들의 주도로 세워진 학교”

로드아일랜드스쿨오브디자인(RISD)은 1877년에 설립됐습니다. 미국의 예술대학 중에서는 제일 먼저 세워진 학교 가운데 하나인데요. 여성들의 주도로 만들어진 학교입니다. 

로드아일랜드주에 이런 예술대학이 설립된 건 그 당시 주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로드아일랜드주는 미국 북동부 대서양 연안에 있어, 예로부터 무역이 성행했고요. 특히 미국 최초의 방적 공장이 있을 만큼 섬유 산업과 보석 세공업이 발달했었는데요. 당시 로드아일랜드의 주도인 프로비던스시에 살고 있던 몇 명 여성들의 모임에서 섬유와 보석 가공 등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해요. 

그래서 헬렌 메트카프라는 여성이 적극적으로 나선 끝에 ‘로드아일랜드스쿨오브디자인’이 설립될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당시는 아직 미국 여성들의 투표권도 없을 때다 보니 한동안  남학생 위주의 학교였습니다. 그래도 여느 미국의 다른 오래된 대학에 비해 RISD의 설립 초기 졸업 사진을 보면 여학생 수가  남학생과 비슷할 만큼 상당히 선구적이고 개혁적인 학교였다고 하네요.  

“RISD의 위상”

일반 종합대학과는 달리 전문분야를 가지는 대학들은 딱히 평가 하는 큰 기준이 없고, 평가기관마다 순위를 매기는 기준도 다르긴 한데요. RISD는 평가기관마다 거의 모든 전공을 최상위권에 올려놓는 명실상부 미국 최고의 명문 예술대학의 하나입니다. 

RISD는 현재 학부와 대학원에 섬유와 유리, 산업디자인, 회화, 조소, 건축, 사진, 그래픽디자인 등 다양한 전공 과정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다양한 전공이 생기기 전에는 단연 보석과 섬유 전공이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전공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섬유와 보석 세공 산업이 하락하면서 추세도 바뀌고 있죠.  

RISD 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김수현 씨 이야기 들어보시죠. 

[녹취: RISD 재학생 김수현 씨] “RISD에서 가장 지원을 많이 하고 밀고 있는 학과로는 그래픽디자인과 산업디자인인 것 같아요. 그래픽디자인 학생의 관점에서 말씀드리자면 그래픽디자인 학과를 위해 학교에서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최고의 교수진을 영입해서 학생들을 가르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래픽디자인을 기초부터 탄탄하게 가르칠뿐더러 더욱더 실험적인 디자인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그런 기회들도 많이 주시고, 자원도 허락해주셔서 많은 학생이 그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주십니다.”

로드아일랜드스쿨오브디자인(RISD)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실용성보다는 전통과 기초를 중시하는 점이라고 김수현 씨는 소개하는데요.  

[녹취: RISD 재학생 김수현 씨] “RISD 커리큘럼은 매우 전통적이고, 실용적인 디자인보다 기초를 더 중요시하는 그런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너무 전통적으로 교수님들이 가르치셔서 조금 고민이 되고 걱정이 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왜냐하면 다른 미술대학들은 실용적인 디자인, 현실적인 디자인을 많이 가르치고 필드에서 정말 이용할 수 있는 기술 위주로 가르치는데 저희 학교는 그런 부분은 전혀 가르치지 않아서 걱정이 많이 됐는데요. 하지만 전통적인 커리큘럼을 통해 기초가 탄탄히 잡힌 디자인을 배울 수 있고, 그 기초를 바탕으로 제가 하고 싶은 디자인, 그리고 실용적인 디자인도 이를 바탕으로 더욱더 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로드아일랜드스쿨오브디자인은 전공 분야 외에 학생들의 인성, 교양 교육을 매우 중시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문학, 역사, 철학 등 다양한 교양 사회 과목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특히 이웃하고 있는 아이비리그 대학의 하나인 브라운대학교와 학점을 공유하고, 각종 학교 시설을 공유하는 등 학생들에게 폭넓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녹취: RISD 재학생 김수현 씨] “저희 학교에서는 브라운대학교와 자매학교라는 이점 덕에 RISD 학생들은 브라운 수업을 RISD와 함께 들을 수 있고, 입학 지원할 때, 두 개의 학교에서 동시에 학위를 따는 ‘dual degree’ 프로그램도 정할 수 있어서 그 점도 RISD의 강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학교 현황”

2019~2020학년도 기준  RISD 학생은 약 2천500명입니다. 학부에 약 2천 명, 대학원에 500명 정도 재학 중입니다. 

RISD는 다른 학교에 비해 인종적 다양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국내 학생 중 유색인종의 비율이 33% 정도 되고요. 외국에서 온 학생이  37%에 달할 만큼 외국 유학생의 비율도 높습니다. 

성별 비율도 다른 학교와는 좀 차이를 보이는데요. 군사학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학교가 남학생과 여학생의 비율이 거의 비슷하거나 남학생 비율이 조금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RISD는 여학생 약 68%, 남학생은 32% 정도로 여학생의 비율이 월등히 높습니다.

교수대 학생의 비율은 교수 1명당 학생은 9명꼴이고요. 평균 학급 규모는 14명으로 예술대학답게 매우 작은 규모로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네요. 

[녹취: RISD 재학생 김수현 씨]  “저희 과를 예로 들자면 수업에 많게는 12명 정도, 적게는 8명 정도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요. 그래서 교수진들이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케어하고 학생 프로젝트에 직접 개입하셔서 저희가 하고 싶은 디자인, 무엇이 적합한 디자인인지 도와주시고 가르쳐주시는 게 너무나 도움이 되고 자랑스럽습니다.”

“입학 현황”

로드아일랜드스쿨오브디자인(RISD)은 학생들에게 매우 높은 수준의 입학 자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입학 사정 때 창작물 등 주로 실기에 치중하는 많은 예술대학과 달리 RISD는 고등학교 성적과 대학입학평가시험 점수 등 학업 성적도 비중 있게 살펴보기 때문에 입학이 매우 까다로운 학교로도 정평이 나 있습니다. 

매년 학부에 약 3천 명 이상 지원하는데 그 중 약 20% 정도만 입학 허가를 받습니다. RISD의 2019~20학년도 신입생 입학 허가율은 20%,  편입생 입학 허가율은 약 22%였습니다. 

“비싼 학비”

로드아일랜드스쿨오브디자인(RISD)의 학비는 굉장히 비싼 편입니다. 2019~20학년도 등록금이 5만3천 달러 정도 되는데요. 기숙사비와 교재비까지 포함하면 1년 학비가 7만 달러 가깝습니다.  여기에 예술 학교다 보니 다른 부대비용도 많이 들어가 부잣집 자녀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라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작고 아름다운 캠퍼스”

로드아일랜드스쿨오브디자인(RISD)이 들어서 있는 프로비던스시는  이른바 ‘뉴잉글랜드’라고 불리는 미국 북동부 6개 주 가운데 하나인 로드아일랜드주의 주도답게 고풍스럽고 유서 깊은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아름다운 곳인데요. 주 면적 자체가 작다 보니 학교 부지도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23ac 정도 되는데요. 오하이오주립대학교 같은 학교는 1천700ac나 되는 면적을 갖고 있는데, 그에 비하면 캠퍼스는 정말 작은 거죠? 

하지만 뉴잉글랜드 특유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고풍스러운 건물과 현대식 건물이 어우러져 멋진 캠퍼스 풍경을 자랑한다고 하네요. 

[녹취: RISD 재학생 김수현 씨] “RISD 건물들은 보통 그 시절에 쓰던 건물 그대로 지금 이용하고 있고 전통적으로 유명한 건물들이 많은데, 리모델링을 적게 하고 외부와 내부는 보존하고 있습니다.”

로드아일랜드스쿨오브디자인(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박물관의 학생들이 작품이 소장돼 있다.

“자유롭고 진보적인 학풍”

로드아일랜드스쿨오브디자인(RISD)은 일반 학교와는 달리 예술학교이다 보니 학생들의 예술적, 미적 감각이 뛰어날 수밖에 없고요. 이들 학생에게서 풍겨 나오는 자유와 개성이 곳곳에 살아 숨 쉬는 듯한데요. 여기에 로드아일랜드주의 역사적 배경까지 어우러져 매우 독보적인 학풍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로드아일랜드주의 태동 자체가 종교의  자유를 찾아 보스턴을 떠나온 사람들이 만든 주이고,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동부 13개 중에서도 제일 저음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포했던 주가 바로 이 로드아일랜드주입니다. 그러다 보니 RISD는 매우 독립적이고 진보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다고 하네요. 
 
RISD는 어떤 학생이 잘 어울릴지 이 학교 재학생, 김수현 씨에게 한 번 물어봤습니다.   

[녹취: RISD 재학생 김수현 씨] “우선 정신력이 강한 친구들을 꼽고 싶어요. 예술학교다 보니까 한 가지 사물을 바라보더라도 그 사물이 어떻게 다르고 섬세하게 디자인됐는지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나도 중요한데, 그런 훈련을 통해 조금 더 예민해지고 성격들이 바뀌는 과정들을 겪으면서 많은 친구들이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하고, 힘든 경험을 겪기도 합니다. 제 주변에도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때마다 느끼는 건 아무래도 인내심, 강한 정신력, 긍정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RISD에 잘 적응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갖는 것도 특히 중요하다고 김수현  씨는 조언하네요. 

[녹취: RISD 재학생 김수현 씨] “다른 대학교가 아닌 예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미술대학교다 보니까, 하고 싶은 게 뚜렷하지 않으면 어영부영, 이도 저도 못 되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게 뚜렷하고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열정을 가지고 실험적 사고방식으로 새로운 예술을 하고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할 수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