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PTSD 퇴역군인이 만드는 비누...온라인 과외 교사가 된 고등학생들

2021.2.16 1: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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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PTSD 퇴역군인이 만드는 비누...온라인 과외 교사가 된 고등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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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파병지에서 돌아온 미군들 가운데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투나 동료의 죽음 등 극한의 스트레스를 경험한 후 그 증상이 전장에서 돌아온 이후까지 나타나는 건데요. 미 서부 대도시 LA에 사는 한 퇴역군인은 PTSD를 극복하기 위해 취미로 비누를 만들기 시작했다가 인생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비누 만들기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극복한 맥스웰 무어 씨가 제작 판매하는 비누.

“첫 번째 이야기, PTSD 퇴역군인이 만드는 비누”

[현장음: 맥스웰 무어]

퇴역군인인 맥스웰 무어 씨가 한 공장에서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식용으로도 가능한 코코넛 가루를 천연 오일에 섞고 그 외에 화학비료를 쓰지 않은 천연 성분만을 넣는다는 무어 씨. 이렇게 자연 성분을 이용한 비누 만들기는 무어 씨의 가장 큰 즐거움입니다.

하지만 무어 씨가 이렇게 생활의 활기를 찾기까지는 힘든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16년간 미군으로 복무하며 전쟁이 한창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던 무어 씨는 PTSD를 앓게 됐고, 퇴역 후 LA에서 민간인으로서의 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도 PTSD는 무어 씨를 계속해서 괴롭혔다고 합니다.

[녹취: 맥스웰 무어]

하루는 지역 보훈부 사무소를 찾았는데 거기 직원이 PTSD를 극복하기 위해 손을 쓰는 일을 시작하라고 권유했다는 겁니다.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는데요. 그러면서 혹시 위험하지 않은 취미가 있느냐고 물었다고 하네요. 그때 무어 씨 머리에 스친 것이 바로 비누 만들기였고 보훈부 직원은 그럼 바로 해보라고 했다는 겁니다.

무어 씨는 그때부터 비누를 만들기 시작했고, 곧 여기에 푹 빠져버렸다고 하네요.

이후 비누 만들기는 단순한 취미에서 더 나아가 사업이 됐는데요. ‘맥스웰의 비누(Maxwell’s Soap)’라는 회사를 만들어 자신이 만든 천연 비누를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겁니다.

그리고 무어 씨는 비누를 통해 더 의미깊은 일을 할 기회를 또 만났습니다.

[녹취: 맥스웰 무어]

지역 보훈부에 볼일을 보러 가고 있는데 한 노숙자가 다가오더니 혹시 잔돈이 있냐고 물어보더라는 겁니다. 무어 씨는 그 노숙자를 향해, 잔돈은 없지만, 취미로 비누를 만드는데 혹시 비누는 안 필요하냐고 물었다고 하네요. 그 노숙자는 무척 반가워하며 비누를 달라고 했고. 이후 무어 씨는 자신이 판매용으로 만드는 비누의 일부를 노숙자들을 위해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지역 노숙자들에게 무료로 비누를 나눠주기 시작한 겁니다.

[녹취: 맥스웰 무어]

무어 씨는 당연히 돈을 버는 게 좋지만, 아무리 돈을 벌더라도 주위에 가난하거나 아프고, 자신을 돌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면. 그리고 만약 자신도 병들어 버린다면, 세상의 돈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거라는 겁니다.

무어 씨는 오렌지꽃, 유칼립투스, 자몽 등 다양한 성분을 넣은 비누를 만들고 있는데요. 무어 씨가 채용한 직원들은 다들 퇴역 군인 아니면 홀로 생계를 꾸리는 여성들입니다.

[녹취: 맥스웰 무어]

무어 씨는 전장에서 경험한 전우들의 희생이 동기 부여가 됐다고 하는데요. 그 동료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더는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가 사회에 어떠한 기여도 할 수 없지만, 자신은 이렇게 집으로 돌아와 새 삶을 시작하게 됐으니, 먼저 간 전우들에게 빚진 마음이 든다는 겁니다.

LA 거리의 노숙자인 스탠리 씨는 이렇게 무어 씨가 지원해주는 작은 비누가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큰 힘이 된다고 했는데요.

[녹취: 스탠리]

자신은 손 세정제도 없고, 손이 건조해 아프기까지 하는데, 무어 씨가 준 비누로 최대한 자주 손을 씻으려고 한다는 겁니다.

LA 내 노숙자는 6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어 씨는 LA의 노숙자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지만, 위생과 건강을 지키는 적은 노력에서부터 문제 해결이 시작될 수 있다고 믿고 있는데요. 무어 씨의 PTSD를 이겨낼 수 있게 해준 비누가 이제 도움이 필요한 또 다른 사람들에게 찾아가고 있습니다.

비영리 온라인 과외 사이트 '인튜톨리(Intutorly)’의 창업자인 고등학생 벤 조얼 군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과외를 하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온라인 과외 교사가 된 고등학생들”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미국 내 대부분의 학교가 문을 닫고 온라인 원격 수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격 수업이 장기화하면서 학생들 간 학력 격차가 커지게 됐고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온라인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미 동부 버지니아주에 사는 고등학생들이 발 벗고 나섰습니다. ‘인튜톨리(Intutorly)’라는 비영리 단체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무료 온라인 과외를 해주기 시작한 겁니다.

[녹취: 벤 조얼]

화면상에서 만난 초등학생에게 자기소개를 하는 벤 조얼 군. 이날 읽을 책을 보여주며 본격적으로 과외 수업을 시작하는데요. 고등학생인 벤 군은 인튜톨리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입니다.

[녹취: 벤 조얼]

벤 군은 ‘킨더’ 즉 유치원부터 중학교에 해당하는 8학년까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외를 하는데 수학, 읽기, 쓰기, 과학, 사회 등 과목을 가르친다고 했습니다.

벤 군은 직접 수업도 진행하지만 과외 교사를 뽑는 일도 하는데요. 요즘은 외국어를 잘하는 교사들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벤 조얼]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민자 학생들을 위해 외국어로 수업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건데요. 현재 스페인어와 중국어, 프랑스어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벤 조얼]

벤 군은 코로나 사태로 많은 학생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자기 세대가 심각한 학력 저하를 보일 거라는 언론 기사들을 보면서 매우 걱정이 됐다고 하는데요. 따라서 동생인 알렉스 군과 의기투합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녹취: 알렉스 조얼]

알렉스 군은 코로나 사태로 시간 여유가 많아진 것을 활용해 학생들을 도와줄 단체를 설립을 생각하게 됐고, 인튜톨리의 공동창업자가 됐다고 했는데요. 웹사이트를 개설해서 과외 교사가 되고 싶은 학생들과 과외 수업을 받고 싶은 학생들을 동시에 모집하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녹취: 알렉스 조얼]

인튜톨리는 처음엔 작은 지역 단체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국제적인 단체로 성장했는데요. 인터넷 소셜 미디어와 사람들 입소문을 통해 빠르게 확장되면서 지금은 미국 내 23개 주와 해외 3개 나라에서 동참하고 있습니다.

[녹취: 벤 조얼]

인튜톨리는 과외 교사와 학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현재 교사 275명과 학생 280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녹취: 벤 조얼]

벤 군은 자신과 동생의 경우 교육 혜택을 많이 받았고 이제는 자신이 받은 것을 돌려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는데요. 이것이 바로 인튜톨리의 설립 목적이라며 더 많은 고등학생이 자원해서 자신이 받은 것들을 지역사회에, 무엇보다 가장 도움이 필요한 후배들에게 환원하길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