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치매환자들을 위한 식당...경찰관을 위로하는 경찰견

2020.9.8 3: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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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치매환자들을 위한 식당...경찰관을 위로하는 경찰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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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답게 정말 다양한 식당이 있는데요. 사람들은 자신의 식성이나 취향에 따라 원하는 식당을 마음껏 골라갈 수 있죠. 하지만 거동이 불편해서 또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돼서 맛있는 식당을 눈앞에 두고도 선뜻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미 동부 버지니아주 헌던에는 이렇게 도움이 필요한 손님들을 위해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이 생겨나고 있다고 합니다.

치매환자들에게 친절한 식당인 ‘버지니아키친(Virginia Kitchen)’에서 노인들이 식사하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 치매 환자들을 위한 식당”

[현장음:버지니아 키친 식당]

식당 입구에 자그마한 보라색 불가사리 모양의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이 스티커는 ‘치매 환자들에 친절한 식당’이라는 걸 보여주는 표시로, 식당 직원들은 퇴행성 질환인 치매 환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합니다. 

치매 노인들을 위한 식당은 토니 레인하트 씨의 생각에서 나왔습니다. 18년간 노인 지원 단체를 운영하며 치매 환자들과 노인들을 도와온 레인하트 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이후 많은 곳이 치매 환자들이 찾기에 매우 힘들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합니다. 

[녹취: 토니 레인하트]

치매 환자들의 경우 초기라 증상이 심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외출 한번 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고는 충격을 받았다는 건데요. 자신의 가족이 치매 환자가 된 이상,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합니다. 

존스홉킨스대학교 산하 ‘전국보건노령화연구소(NHATS)’에 따르면 치매 환자의 70% 이상은 주로 집에 머무는데요. 지역 사회가 이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치매 환자들이 집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레인하트 씨는 ‘치매에 우호적인 미국’이란 단체와 함께 자신이 사는 버지니아 지역에서 캠페인을 시작했는데요. 서비스 업종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치매가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가르치기 시작한 겁니다. 

[녹취: 토니 레인하트]

주로 교회에서 강의를 많이 하는데, 참석한 사람들이 강의를 듣고는, 다들 자기 이웃의 이야기라며 주위에 치매 환자들이 있다고 말한다는 겁니다. 지역 사회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선 사람들이 이렇게 치매 환자가 주위에 있다는 걸 인식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라고 하네요. 

레인하트 씨는 더 큰 변화를 끌어 내기 위해 지역 식당들과 손을 잡았습니다. 헌던에 있는 ‘버지니아키친(Virginia Kitchen)’이라는 식당은 레인하트 씨의 제안을 제일 처음으로 받아들인  식당인데요. 식당 주인 링컨 크루거 씨는 이야기를 듣고는 기꺼이 동참했다고 했습니다. 

[녹취: 링컨 크루거]

크루거 씨는 사람들을 일반화하는 건 힘들지만, 다들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는데요. 누구나 가족과 친구가 있고, 그들 중에 치매 환자가 있을 수도 있다며, 점점 흔한 경우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삶의 모든 측면에서 치매 환자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거죠.

레인하트 씨는 치매 환자들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그들과 눈을 맞추고 미소를 짓는 거라고 했습니다. 또 치매가 있는 사람들과 언쟁을 시작하는 건 피해야 한다며, 말을 할 때는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발음을 분명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왜냐하면 치매가 있으면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기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녹취: 토니 레인하트]

미국인들이 말을 좀 빨리하는 경향이 있고 자기 자신부터가 말이 빠르다는 레인하트 씨는 치매 환자들을 수용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 사람들이 할 수 있는 한 가지가 바로 말을 조금 천천히 하는 거라고 했습니다. 

특히 식당 종업원들의 경우 주문을 받다 보면 말이 빨라지는 경향이 있는데, 치매 손님들에게 천천히 설명하고 또 너무 많은 것 가운데 한 가지를 고르게 하기보다는 간단하고 쉬운 정보를 주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레인하트 씨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여성입니다. 노인 복지 쪽은 거의 다 그렇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치매 환자들을 돕고 또 치매를 예방하는 데 있어 좀 더 많은 미국인이 관심을 보이면서 최근 들어 관련 인력의 성별에도 변화가 일언고 있다고 합니다.

오는 2030년이 되면 전 세계 치매 인구가 7천5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치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일부 연구 결과를 보면,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선 늘 활발히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치매 환자들을 위한 사람들의 인식 개선 운동을 벌이고 있는 레인하트 씨 역시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춤을 춘다고 했습니다. 

페어팩스카운티 경찰국의 에드윈 로슬러 국장이 K9경찰견부대 소속 ‘인디’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경찰관을 위로하는 경찰견 부대”  

미국에 각 지역 경찰국에는 K-9이라고 부르는 경찰견 부대가 대부분 있습니다. 경찰견들은 주로 범죄 현장에 투입되거나 마약 탐지 활동에 투입되죠. 그런데 미 동부 버지니아에 페어팩스카운티 경찰국에는 범죄와 싸우느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찰관들의 심적인 안정을 돕는 경찰견들이 있다고 합니다. 

[현장음: 페어팩스 경찰국]

페어팩스 경찰국 건물의 복도. 인물도, 덩치도 좋은 개 한 마리가 지나갑니다. 잭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개는 최근 경찰국에 들어왔지만, 인기 만점인데요. 이제 조금만 더 훈련하면 정식으로 자신의 임무를 시작하게 된다고 합니다. 

잭과 다른 경찰견 동료들의 임무는 폭발물이나 마약 탐지, 실종자 추적 등 일반적인 경찰견의 임무와는 다를 거라고 하는데요. 잭은 비영리단체인 ‘First Responders K9’, 즉 ‘응급대원경찰견부대’에 소속된 개이기 때문입니다. 

[녹취: 맷 기스]

응급대원경찰견부대를 맡고 있는 맷 기스 씨는 이들 경찰견은 현장에서 상처를 입은 초기대응자들을 위한 응급대원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니까 임무 중에 다쳐서 이동이 불편해진 경찰관들이나, 끔찍한 경험을 한 후 정식적 충격에 시달리는 심리적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즉 PTSD, 또는 외상성 뇌 손상을 입은 경찰관들을 위로하는 일을 한다는 겁니다. 

미국에 많은 경찰견부대가 있지만, 이런 역할을 하는 ‘응급대원경찰견부대’는 최초라고 하는데요. 초기대응자들 그러니까 경찰과 소방관, 긴급의료원 등이 바로 이 응급대원경찰견부대를 훈련하고 있습니다.  

[녹취: 크리스 샤프]

페어팩스 경찰국에 크리스 샤프 씨는 현재 응급대원견들은 장애인을 돕는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예를 들어, 경찰견들이 직접 문 앞에 있는 ‘장애인용’ 단추를 눌러서 문이 자동으로 열리게 하고 자신이 보조하는 사람이 문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돕는 일을 배운다는 겁니다. 

현재 이 특수견 부대에는 총 5마리가 훈련을 받고 있는데요. 5마리 모두, 임무 중 숨진 경찰관들의 이름을 땄다고 합니다. 

훈련이 끝난 후 5마리 가운데 잭과 홈스 두 마리는 경찰관들의 PTSD 예방을 위한 임무에 투입되고요. 인디, 샐리, 레니는 이미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찰관들을 돕는 일에 바로 투입될 예정입니다. 

페어팩스카운티 경찰국의 에드윈 로슬러 국장은 자신이 바로 경찰견들의 도움을 받게 된 경찰관 가운데 한 명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에드윈 로슬러]

로슬러 국장은 사람은 물론 경찰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자신뿐 아니라 모두가 경찰견을 통해 인내심을 기르고, 심리적로 안정적인 사람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요. 경찰견 인디를 자신의 업무실로 데리고 와서 하루 24시간 인디와 함께한다는 로슬러 국장은 인디와 다른 경찰견들을 통해 경찰국이 행복한 공간이 되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경찰관들을 돕는 민간단체인 ‘블루 H.E.L.P’에 따르면, 지난 2018년의 경우, 근무 중에 숨진 경찰관보다 자살한 경찰관 수가 더 많았다는데요.

[녹취: 크리스 샤프]

늘 신고 전화를 받고, 극도로 긴장해야 하는 범죄 현장에 투입되고, 하루 10시간, 또는 12시간 일하는 경찰관들의 어려움을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할 거라는 게 샤프 씨의 설명입니다. 

응급대원경찰견부대 대원이 되려면 총 2년간 다양한 훈련을 받게 되는데요. 개 중에서도 매우 침착하고 똑똑한 ‘래브라도리트리버’와 ‘골든리트리버’가 특수부대원으로 선택된다고 합니다. 

[녹취: 더스틴]

훈련 수료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경찰견들, 이제 사람을 만나면 인사도 할 줄 알고, 큰 집단에서 소통도 하고, 다른 사람이나 동물들과 어울릴 줄도 안다고 하는데요. 

‘응급대원경찰견부대’는 앞으로 미국 내 다른 경찰국들과 함께 일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