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기구와 국제 인권단체가 북한 정권의 연좌제 문제에 관해 VOA에 우려를 나타내며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한국에 망명한 북한 전직 외교관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연좌제에 대한 우려는 타당하며, 북한 정권에 연좌제 보복 행위를 중단하라는 것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이상훈 / 영상편집: 강양우)

지난 2019년 한국에 망명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대사대리는 최근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남은 가족이 연좌제로 피해를 볼까 항상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류현우 /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

“제가 (딸에게) 말했습니다. ‘자유를 찾아서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가자’라고 말하니 멍멍해 하더니…저희 때문에 저희 가족이 연좌제로 피해를 당할까 봐… 부모들이 오래 계시고 부모 형제들이 다 피해를 안 봤으면…”

류 전 대사대리는 평양에 있는 노모와 형제자매, 장인과 장모 등이 자신의 망명으로 처벌받는 걸 상상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면서 21세기에 봉건적인 연좌제 처벌을 행한다는 게 너무 소름 끼친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마타 후루타도 대변인은 11일 이같은 북한 연좌제와 관련한 VOA의 질문에,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지적한 연좌제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연좌제는 북한의 정치 체제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에게 자신뿐 아니라 가족의 목숨까지 희생할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 당국의 효과적인 압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겁니다.

또 이런 집단 처벌은 주로 대중과 사회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고위층을 겨냥해 이뤄진다며, 가족이 수용소로 보내지지 않는 경우에도 직장이나 학교에서 퇴출당하는 등 가혹한 보복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후루타도 대변인은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지난 2019년 유엔 인권이사회 보고에서, 북한 당국에 연좌제로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사람들의 사면을 촉구했다며 연좌제 보복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의 권고를 강조했습니다.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 앰네스티의 아놀드 팡 동아시아 담당 조사관도 11일 VOA에, 북한 내 많은 사람이 형사 범죄가 아닌 연좌제로 강제 노동수용소에 감금된다면서 가족의 상황을 우려하는 류 씨의 우려는 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사법 절차를 통해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한 류 전 대사대리의 가족 등 누구도 임의로 구금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 당국의 연좌제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 등 한국에 망명한 전직 북한 관리들은 북한 정권의 연좌제는 야만적이라며 비판했습니다.

태영호 /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한국 국회의원 (2019년 오슬로 자유포럼)

“김정은 정권은 연좌제의 굳은 신봉자입니다. 북한에서 누구든 선을 넘으면 당사자의 가족과 친척, 친구, 동료들이 처벌될 수 있습니다.”

미국에 거주하는 전직 북한 고위 간부는 10일 VOA에,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지 않더라도 당사자의 가족과 친척은 모든 직책과 지역에서 쫓겨나 북한 사회에 제대로 발을 붙일 수 없게 하는 게 연좌제의 잔혹성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간부와 주민들은 모두 김씨 정권의 연좌제 사슬에 묶인 노예라며 이런 현대판 노예 해방을 위해 국제사회가 적극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