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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A 뉴스] “김정은 ‘노병대회’ 연설…‘역사 왜곡’ 심각”


[VOA 뉴스] “김정은 ‘노병대회’ 연설…‘역사 왜곡’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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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인 지난 27일 전국노병대회에서 한 연설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침략의 주체뿐 아니라 전쟁 당시 군사력과 체제 대결 결과와 관련한 발언이 특히 사실과 달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훈)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7일 전국노병대회 연설에서 한국전쟁에 대해 미국 제국주의의 침략성과 야수성 침략자들과의 싸움 등으로 언급하면서 수령과 노병들이 이런 미제로부터 북한을 지켰다고 주장했습니다.

수많은 역사 자료를 통해 한국전쟁은 북한의 남침임이 확인됐는데 북한 정권은70년째 왜곡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사실은 유엔과 서방세계뿐 아니라 1990년대 옛 소련이 붕괴되면서 공개된 많은 외교문서와 비밀 자료들에서 확인됩니다.

특히 1천 200쪽에 달하는 러시아대통령실 소장 문서와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이 1994년 당시 김영삼 한국 대통령에게 제공한 300여 종의 문서에는 북한의 한국전쟁 준비 일정까지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자료에는 김일성 북한 주석이 옛 소련에 48번이나 남침 승인을 요청하고 스탈린이 승인한 과정과 중국의 마오쩌둥도 남침에 동의한 사실, 소련의 대대적인 무기 지원과 작전 계획에 따라 북한군이 기습 남침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냉전 직후 모스크바에서 한국전쟁 역사자료를 수집해 분석한 캐스린 웨더스비 아메리칸대 교수는 북한의 남침은 증명된 역사적 사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캐스린 웨더스비 / 미국 아메리칸대 교수 (2017년 10월)

“김일성이 전쟁 개시자로서 소련의 승인을 압박했고 남침을 궁극적으로 결정한 당사자는 소련의 스탈린이었습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또 이번 연설에서 맨손으로도 총포탄을 만들어내는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을 강조하면서 과거 미제로부터 침략을 당했지만, 이제는 자위적 핵 억제력으로 누구도 북한을 넘보지 못한다고 말한 것도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입니다.

러시아 출신으로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공부했던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유엔과 옛 소련 문서 등에 따르면 북한은 한국전쟁 당시 주요 무기를 자체 생산할 능력이 없어 소련에 전적으로 의존했다고 밝혔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다 거짓말입니다. 북한은 기관총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비행기, 탱크, 대포를 어떻게 만들 수 있었을까요? 모든 것은 다 소련에서 받았습니다. 다 소련제입니다.”

김 위원장이 전쟁 당시 총이 부족해 낙동강가에 전우들을 묻고 피눈물을 삼키며 돌아서야 했던 한을 잊지 못한다고 말한 것도 사실과 차이가 납니다.

미국과 한국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낙동강 전투에서 완패하고 후퇴한 것은 유엔군의 참전과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지휘한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으로 북한의 보급로가 차단됐기 때문입니다.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허남성 석좌연구원도 전쟁 초반 북한군은 소련의 무기 지원 등으로 낙동강까지 빠르게 진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허남성 /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석좌연구원 (2019년 6월)

“우리 국군은 당시 중대급 훈련밖에는 못했습니다. 북한은 이미 사단급 훈련까지 다 마친 상태였습니다. 이렇게 돼서 일방적으로 내몰렸지만 비교적 성공적으로 지연작전을 하면서 대략 7월 말쯤에는 낙동강 전선이 형성되고 그곳에서 약 한 달 반 정도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습니다.”

또 김 위원장이 한국전쟁 결과에 대해 역사의 퇴물인 자본주의에 대한 사회주의의 승리였다고 말한 것도 사실관계를 완전히 부정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공산주의 국가는 이제 지구상에 북한과 쿠바뿐이며, 중국과 베트남 등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수용해 개혁개방을 했지만, 북한은 체제를 고수하며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 중 하나로 남은 분명한 사실을 모든 나라들은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수뇌부가 왜곡된 역사로 주민들에게 미국과 한국에 대한 증오를 계속 심으면 평화로 가기는 어렵다면서, 북한 주민들이 먼저 역사를 바로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VOA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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