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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팬데믹 시대 인기 신혼여행지...뉴욕시 '오픈스트리트' 프로그램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팬데믹 시대 인기 신혼여행지...뉴욕시 '오픈스트리트'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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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지난 1년여 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많은 예비부부가 결혼식을 연기하거나 취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백신 접종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확진자가 잦아들면서 미루었던 결혼식을 다시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는데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결혼식 풍경도 많이 바뀌었지만, 결혼식 이후에 떠나는 신혼여행지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한 신혼부부가 해변에서 신혼여행을 즐기고 있다.
한 신혼부부가 해변에서 신혼여행을 즐기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 팬데믹 시대 인기 있는 신혼여행지는?”

[현장음: 브리토바씨 집]

테이, 리자 브리토바 씨는 올 1월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결혼사진 속의 두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요. 하지만 사진 속 배경을 보면 정식 결혼식장도 아니고, 부부가 입고 있는 예복도 평상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결혼할 당시는 미국에서 2차 코로나 확산이 일어나던 시기였기 때문에, 브리토바 씨 부부는 단 10명의 하객만 초청해 조촐하게 결혼식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차질을 빚은 건 결혼식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미 전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사회적 거리 두기와 봉쇄 조처가 내려지면서 신혼여행 계획도 잡지 못했는데요. 유럽이나 중남미 지역으로 신혼여행을 가는 걸 꿈꿨던 두 사람은 결국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까지 신혼여행을 보류하는 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녹취: 리자 브리토바]

신부인 리자 씨는 미국은 코로나 사태가 잦아들었지만, 다른 나라들은 국경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고 있고, 코로나 검사를 요구하기도 하는 등 신혼여행 계획을 세우려니 너무 골치가 아팠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까지 좀 더 기다렸다가 내년 10월쯤에 많은 하객을 초청해 예식을 크게 다시 하고, 신혼여행은 그 이듬해인 2023년에 떠나기로 했다는 겁니다.

여행 업계에 따르면 이제 많은 사람이 여행을 계획하고 있지만, 여행 경비가 오르다 보니 주저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는데요. 팬데믹 기간 봉쇄 조처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여행업계가 그간의 손실을 메꾸기 위해 각종 비용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혼여행지도 가까운 곳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펜데믹 이전엔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나, 유럽의 파리나 로마, 동남아시아 등지가 신혼여행지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요즘은 태평양의 아름다운 섬인 하와이나, 미국에서 가까운 중미의 멕시코, 코스타리카 또는 카리브해 연안의 휴양지들을 선호한다는 겁니다.

[녹취: 얼리사 코언]

고급여행을 주선하는 ‘럭스여행클럽(Luxe Traveler Club)’의 창업자인 얼리사 코언 씨는 올해 여행 상품 가격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올랐다고 했는데요. 어느 곳을 여행하든 할인 특가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이전 같으면 장거리에 고급 여행을 했던 비용으로, 항공편을 잡기 쉬운 가까운 곳, 단출한 여행을 사람들이 찾고 있다고 했습니다.

여행업계는 팬데믹으로 전통적인 신혼여행 즉 ‘허니문(Honeymoon)’이 규모가 작은 ‘미니문(mini moon)’으로 바뀌었다고 했는데요. 호화로운 허니문의 통념을 깨고 국내 다른 주로 신혼여행을 가는 경우도 있다고 했습니다. 대신, 정식 신혼여행은 내년이나 내후년으로 미룬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많은 신혼부부가 여행 일정을 다시 잡으면서 팬데믹 종식과 함께 신혼여행이 몰리는 일명 ‘허니문 붐(Boom)’을 보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호텔 객실이나 리조트를 예약하기가 무척 어려워질 것이라고 여행 전문가들은 전망했습니다.

[녹취: 노라 블럼]

여행사 연합인 ‘트래블리더스(Travel Leaders)’의 노라 블럼 부회장은 지난해 신혼여행을 계획했던 고객들이 이미 올해나 내년으로 여행을 연기했는데, 계속 신혼부부들이 몰리면서 내년이나 내후년까지 예약이 계속 밀리고 있다는 겁니다.

꿈에 그리던 신혼여행을 미루거나 포기해야 하는 신혼부부들에겐 코로나 사태가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을 텐데요. 하지만 팬데믹이 가져다준 혜택도 있습니다.

원래 미국에선 결혼하려면 예식장을 예약하고 많은 하객을 초대해 대접하려니 결혼식 비용이 많이 드는데, 결혼식 규모가 줄어들면서 신혼부부들이 예식에 드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렇게 결혼식에서 비용 절감을 한 신혼부부들이 대신 신혼여행에 더 많은 돈을 쓰는 경향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뉴욕시의 ‘오픈스트리트’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는 구역에서 종업원이 주문을 받고 있다.
뉴욕시의 ‘오픈스트리트’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는 구역에서 종업원이 주문을 받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뉴욕시 ‘오픈스트리트’ 프로그램”

코로나 팬데믹 여파에서 벗어나고 있는 뉴욕시가 ‘오픈스트리트(Open Streets)’와 ‘오픈레스토랑(Open Restaurants)’ 프로그램을 시행 중입니다. 뉴욕시 일정 구간의 차량 통행을 통제하고, 대신 식당이나 매장 영업을 활성화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시민들에게 사회적 거리 확보를 위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시작됐지만, 시민들의 큰 사랑을 받으면서 오픈스트리트 프로그램은 1년 내내 시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차 없는 거리에서 사람들은 산책도 하고 식사도 하고, 아이들은 놀이기구를 타며 놀기도 하는데요. 뉴욕 시민인 마크 코언 씨는 도로 한복판에 간이 식탁을 펼쳐놓고 저녁 식사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녹취: 마크 코언]

오픈스트리트에선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 것도 다 허용된다며,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했는데요. 딸과 함께 가족, 친지들을 다 초대해 야외에서 식사를 즐기는 코언 씨는 이런 시간을 다시 가질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했습니다.

뉴욕시는 최근 오픈스트리트를 영구화하면서 복잡한 차들로 붐비던 일부 도로는 이제 저녁 시간이 되면 보행자 전용거리고 변모하게 됐습니다.

[녹취: 깁 비코니]

지역 주민단체를 운영하는 깁 비코니 씨는 만약 1년 반 전에 누군가 와서 뉴욕시의 도로를 막고 사람들이 도로에서 밤 10시까지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자라고 말했다면 아마 그 사람이 미쳤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했겠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이런 일이 현실로 일어났고, 잘 운영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오픈스트리트 프로그램으로 인해 뉴욕의 일부 도로와 공원 주변에는 저녁부터 아침까지 차량 진입이 금지되고 사람들은 차도에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데요. 특히 식당들은 허가받은 매장 공간에서 더 벗어나 도로 한복판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원래 실외 영업을 하려면 허가도 받아야 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데 오픈스트리트에선 무료로 공공 도로를 사용하도록 허용한다고 합니다. 시 당국은 오픈레스토랑이 처음 시범 운영에 들어갔을 때, 실외 영업장 이용객이 평소의 2배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패트릭 프로머스]

식당의 매니저인 패트릭 프로머스 씨는 오픈스트리트와 오픈레스토랑 프로그램이 시작되면서 아무도 식당 내부에 앉으려고 하지 않는다며, 다들 널찍하고 여유 있는 실외에서 식사하기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패트릭 씨는 팬데믹 기간에도 식당의 문을 닫지 않았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당시엔 보통 손님이 많아 봐야 4명 정도에 그쳤지만, 요즘에는 실외에서 식사하는 고객만 65명에 달한다고 했습니다.

[녹취: 패트릭 프로머스]

패트릭 씨는 와서 보면 유럽 같은 기분이 들겠지만, 이제는 이게 새로운 미국의 풍경이라고 했습니다.

오픈스트리트가 처음 시작됐을 땐 사실 민원도 꽤 있었다고 합니다. 도로를 막으니 운전자들이 돌아가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반대 시위도 열렸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시민들의 만족도는 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비바 디 칸치니]

비바 디 칸치니 씨는 물론, 주차는 더 어려워졌지만, 사람 많고 차 많기로 유명한 뉴욕인데 뭘 기대하냐고 했는데요. 애리조나주에서 자라면서 늘 운전하며 다녔지만, 뉴욕으로 이주한 이후론 차 없이 돌아다니는 매력에 빠졌다고 했습니다.

[녹취: 비바 디 칸치니]

비바 씨는 또 유럽을 여행할 때 보행자 전용거리를 많이 봤고, 특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유명 보행자 거리인 ‘람블라스’도 많이 갔다며, 차 없는 거리에서 꼭 한번 살아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각종 봉쇄 조처가 해제되면서 뉴욕시는 이제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는데요. 동시에, 이 오픈스트리트 프로그램으로 인해 뉴욕은 팬데믹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열린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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