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인생을 배운 온라인 수업...영상 제작 회사가 담은 코로나 

2020.6.30 6: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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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인생을 배운 온라인 수업...영상 제작 회사가 담은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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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지난 학기,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으로 학교 수업을 대체하며, 조금 낯설고도 특별한 방식으로 학업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지금은 방학을 맞았지만, 가을에 시작되는 새 학기도 이전처럼 정상수업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황인데요. 미 남부 텍사스주 엘파소의 한 중학교 수학 교사는 아주 창의적인 방법으로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온라인 수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합니다. 

텍사스 엘파소에 있는 파크랜드 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미셸 산도발 비예가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케어 페키지'를 전달하고 함께 찍은 사진.

“첫 번째 이야기, 사랑과 인생을 배운 온라인 수업”

엘파소에 있는 파크랜드 중학교에서 8학년 수학을 가르치는 미셸 산도발 비예가스 씨. 비록 온라인 수업이지만 학생들을 향한 열정이 그대로 전해지는데요. 비예가스 선생님은 자신이 다녔던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학생들에 대한 마음이 더 각별하다고 했습니다. 

파크랜드 중학교에서 일하게 됐다고 하자, 주위 사람들이 안 좋은 동네에서 가르치게 됐다고 걱정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비예가스 선생님은 바로 자신이 이 학교 출신으로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또한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 역시 자신의 출신지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길 원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올해 초, 미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비예가스 선생님은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컴퓨터 화면을 통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했지만, 온라인 수업에서도 자신의 수업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해야겠다고 다짐했다는 건데요. 그래서 수업 시간에 시끄러운 음악도 틀고, 시시한 농담도 하고, 허공에서 아이들과 손바닥을 마주치는 가상 하이파이브도 하며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다는 겁니다. 

비예가스 선생님은 그런데 온라인 수업을 이어가면서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학생들이 수학을 배우기보다는 자신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온라인에 접속한다는 걸 알게 됐다는 겁니다. 아이들이 정말 그리워하는 건 선생님과의 소통이라는 걸 알게 됐다는 거죠. 

따라서 비예가스 씨는 매주, ‘온라인 소셜 만남’이라는 시간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이 시간엔 수학과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 대화의 주제였다는데요. TV 방송이나 비디오 게임 이야기를 하고, 반려동물이나 형제자매를 소개하는 식으로 진행됐는데 아이들이 이 시간을 무척 좋아했고, 또 만남을 끝마칠 땐 학생들이 가족과 식사할 수 있는 식사권 추첨을 진행하게 됐다고 하네요. 

학생인 시엘로 비야로보스 양은 온라인 수업에서 가장 기다렸던 시간이 바로 이 소셜 만남 시간이었다고 했습니다. 

선생님과 온라인으로 만나면 정말 즐거웠다는 겁니다. 

비예가스 선생님은 더 나아가 경제적으로 힘든 학생들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의 85%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편부모와 함께 살고 있고, 일부 학생은 집이 아닌 보호 시설을 오가는가 하면, 심지어 노숙자인 학생도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비예가스 선생님은 이들 학생을 위해 ‘케어 패키지(care package)’라고 하는 생필품 꾸러미를 보낼 생각을 하게 됩니다. 

소셜 만남 시간에 식사에 당첨된 학생들에게 우편으로 선물을 보내줬는데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며 그래서 좀 더 규모를 키워 꾸러미 선물을 보내기로 했다는 겁니다. 

인터넷 상거래 사이트인 ‘아마존’에 희망 상품 목록을 만들어 학생들이 그걸 보고 후원을 할 수 있게끔 했는데 첫 주에만 40개가 넘는 품목이 채워질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고 하네요. 생필품 꾸러미에 들어가는 것들은 간소한 것들이지만, 매우 의미 있는 것들이라고 하는데요. 

공책, 연필, 색깔 펜 등 학용품이나 사탕 같은 작은 간식거리였지만,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이었고 무엇보다, 선생님이 여전히 아이들 생각을 하고,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정말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들이었다는 겁니다. 

비예가스 선생님의 이런 노력에 지역 사업체들도 동참해, 학기가 끝날 때까지 총 150개의 꾸러미와 식사를 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어떤 부모들은 직접 전화를 해서, 보내주신 것이 얼마나 필요했던 건지 모른다며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있었다는데요. 마지막 수업 날 비예가스 선생님은 마지막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바로 선생님이 직접 학생들 집을 일일이 방문하며 식료품 꾸러미를 선물한 겁니다. 

시엘로 양은 대단한 선물 바구니 같은 건 아니었지만, 작아도 아이들이 원하는 것들을 너무나 잘 파악해 선물해 주셨다며 고마워했는데요. 비예가스 선생님은 온라인 수업을 통해 가르쳤던 이런 인생 공부가 아이들의 남은 평생에 늘 함께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학생들이 자신에게 있는 것을 나눌 때, 지역사회는 기대도 하지 못했을 때, 더 큰 사랑으로 보답해 줄 것이라는 걸 가르치고 싶었다는 건데요. 교육의 목적은 아이들이 학업적으로 세상에서 성공하는 데 있지만, 훌륭한 인간이 되게 하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다는 진실을 비예가스 선생님은 몸소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에서 영상 제작업체를 운영하는 존 올리바 씨가 지역 성당의 미사를 온라인으로 중계하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영상제작 회사가 카메라에 담은 코로나 사태”  

코로나 사태로 많은 업체가 문을 닫게 됐는데요. 작은 영세 사업체들이 특히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때에 주저앉아 있지 않고, 자신들이 가진 것들을 활용해 지역 사회를 돕는 사업체들도 있는데요. 미 남동부 플로리다주에 있는 포트로더데일에서 영상 제작사, ‘디지털컷(Digital Cut)’을 운영하는 존 올리바 씨도 그런 사업주 가운데 한 명입니다. 

지난 3월부터 도시가 완전히 봉쇄되다시피 하면서 영상 의뢰 제작도 뚝 끊겼다고 하는데요.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됐다는 겁니다. 

올리바 씨는 하지만 포트로더데일에 있는 다른 영세 업체들을 돕기 위해 부인인 로리 씨와 계획을 세웠는데요. 제일 먼저 한 것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한적한 말 농장을 찾아 집안을 꾸미는 광고를 제작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지역 내 업체를 위해 무료로 광고를 제작해준 거라고 하네요. 

광고 영상이 아주 아름답게 잘 나와서 광고 효과가 제법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겁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피해를 본 곳이 사업체만은 아닌데요. 지역 종교 시설도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가 금지되면서 각종 모임이 중단됐죠. 올리바 씨는 따라서 지역 내 가톨릭 성당의 예배 영상을 중계하는 봉사도 시작했다고 합니다. 

성당에서 부활절이나 성금요일 미사 등 중요한 예식을 영상으로 중계해줄 수 없는지 요청해 왔다는 겁니다. 올리바 씨는 이를 통해 비록 돈을 벌지는 못하더라도 지역 사회를 위해 봉사하기로 결심했다고 하네요. 

올리바 씨의 재능 기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학교들이 문을 닫으면서 많은 고등학생이 졸업식 없이 졸업을 맞이하게 됐는데요. 올리바 씨는 학생들을 위해 졸업 축하 영상을 만들어 주는 일도 하게 됐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찍은 영상을 보내주면 그걸 토대로 각각의 영상을 제작했다는 건데요. 학생들은 직접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을 추는 모습 등 장기 자랑 영상을 보내 자신만의 졸업 영상을 갖게 됐습니다. 

올리바 씨는 또한, 지역 내 무료 급식을 하는 자선 단체를 돕기 위해 모금 영상도 제작하고 있다는데요. 

자신이 살고 있는 플로리다 남부 지역 주민들은 공동체 의식이 강하고, 따라서 역경도 함께 헤쳐나가고 있다는 건데요. 다른 사업체와 교회,  또 지역사회를 위해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을 것이고 어떤 방식으로든 돕겠다는 겁니다. 

코로나 사태로 많이들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자신이 가진 것을 사회에 내어놓는 이런 재능기부 덕분에 많은 지역사회가 새로운 희망을 품고 다시 일어서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