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증가하는 무슬림 의료인...노인들을 위한 VR

2020.5.12 1:1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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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증가하는 무슬림 의료인...노인들을 위한 V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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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신음하고 있을 때, 최전방에서 바이러스와 싸운 사람들이 바로 의료진입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사람이 의료계 종사자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다시금 갖게 됐을 텐데요. 미국 중서부 미시간주에 가면 의료계 종사자 가운데, 이슬람교 신도인 무슬림들이 특히 많다고 합니다. 무슬림이 유독 의료계에 많이 진출하게 된 이유가 뭘까요?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있는 무료 진료소 ‘후다 클리닉(Huda Clinic)’에서 무슬림 의료진들이 환자 차트를 보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 미시간의 건강을 책임지는 무슬림 의료인들”

미국에서 무슬림 이민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 미시간주의 대도시 디트로이트 근방인데요. 지난 2017년 미국의 한 연구단체가 내놓은 ‘미국의 진전을 위한 무슬림’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보면, 미시간주 의사의 약 15%가 무슬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디트로이트 시내 곳곳에는 이름만 봐도 무슬림 의사가 진료한다는 걸 알 수 있는 병원이 많습니다. 또 현재 의과대학을 다니는 무슬림 학생들도 많은데요. 의대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전공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라야 나셰르 라는 학생은 매일 매일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고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대를 선택했다고 했고요. 

10년 전 미국에 왔다는 하산 하비브 씨는 당시 본인도 부모님도 의료보험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무료로 진료를 해주는 병원을 찾아갔었고, 당시 의사들을 보고 감동을 받아 자신도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런 의대생들이나 현재 활동하는 무슬림 의사들 가운데는 부모님의 영향을 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1960년~ 70년대에 미시간으로 무슬림 이민자들이 몰려들었는데 당시는 의료분야 수요가 한창 높을 때라 많은 이민자가 의료계를 선택했다고 하네요. 

나이가 지긋한 의사인 타이이브 주카쿠 박사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미국은 실력주의, 그러니까 열심히 일하고 실력이 있는 사람이 인정받는 사회다보니 많은 의사가 이 같은 기회를 찾아 미국에 왔고, 마침 당시에 미국이 의사를 많이 필요로 하던 때였다는 겁니다. 

미시간대학의 ‘아랍계미국인연구소’ 소장인 샐리 하우월 교수도 1960~70년대, 중동 출신 난민이 많이 유입된 것도 무슬림이 의료인이 많아진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는데요.

1960년대 미국의 이민법이 크게 완화되면서 고학력 소지자들, 고급 기술이 있는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데 중점을 두게 됐다는 겁니다. 또한, 미국인 인력으로 채우지 못하는 분야의 기술이나 경력이 있는 사람을 선호했는데 그런 분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의료계였다는 거죠. 

디트로이트 이민 사회에서 의사는 선망의 대상이라고 합니다.

주카쿠 박사는 출신국에서도 의사라고 하면 아주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하네요.  

하우월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보통 의사나 엔지니어라고 하면 성공 궤도에 올랐다고 여기는데, 무슬림 이민자들이 온 중동 지역에서도 이 두 직업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이라는 겁니다. 

또한, 가업을 이어받는 전통 역시 젊은 무슬림 이민자 자녀들이 의료계로 진출하게 되는 배경이 되고 있는데요.

얼라이자 씨는 아버지가 물리치료사여서 자신도 의료계에 관심을 갖고 의학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고요. 

라야 씨는 의료인들이 있는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자신도 자연스럽게 의학 쪽으로 진로를 선택하게 됐다는 겁니다. 

지난 2017년의 무슬림 현황 보고서를 보면, 미시간의 전체 치과 의사 가운데는 약 7%가 무슬림 이민자이고요. 발 전문가의 비율도 7%, 접골사는 6%를 무슬림이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들 무슬림 의사들이 보는 진료 건수가 연간 160만 건에 달하는데요. 간접적으로 약 4만 건의 일자리를 지탱하고 있는 셈이라고 합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치매 노인요양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아일린 히가 씨가 VR을 체험하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노인들의 건강을 위한 가상현실(VR) 서비스”  

노년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인들이 거주하는 시설은 코로나 사태 기간 거의 폐쇄되다시피 했습니다. 노인 입주자의 외출이 금지되는 건 당연하고, 입주자를 보호하기 위해 외부 방문객의 출입도 금지됐죠. 전문가들은 이런 단절 생활이 노인들의 외로움을 가중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는데요. 미국의 한 가상현실(VR) 회사가 바로 이런 노인들을 돕기 위해 미 전역의 노인 시설에 VR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기를 기부했다고 하네요. 

75살의 아일린 히가 할머니. 오늘은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해볼 참입니다. 눈과 귀를 다 가리는 커다란 헤드셋을 쓰자 방의 네 벽면은 사라지고, 눈앞에 푸른 창공이 펼쳐지는데요. 하늘을 나는 가상 현실 체험을 해보게 된 겁니다. 

히가 씨는 실제로 이렇게 하늘을 날아본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너무 재미있었다고 하는데요. 

가상현실은 이렇게 하늘을 나는 체험은 물론, 멀리 인도네시아의 유명 휴양지 발리로 안내하기도 하고, 음악회 제일 첫 줄에 앉아 음악 감상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히가 씨는 심지어 아들과 이런 가상 현실을 공유할 수도 있죠. 

아들인 케빈 히가 씨는 가상 현실 체험을 하면서 어머니가 너무 행복해하시고 좋아하시는 게 눈에 보인다며, 어머니가 어디 다니시는 걸 좋아하셨는데 가상 현실을 통해 평소 좋아하시던 걸 하게 됐다며 기뻐했습니다. 

아일린 히가 씨는 미 서부의 대도시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노인 주거 시설인 ‘실버라도 베벌리 플레이스(Silverado Beverly Place)’에 살고 있는데요. 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나 치매를 앓는 노인들을 보살피는 곳입니다. 히가 씨는 아들의 권유로 이곳에 오게 됐다고 하네요. 

지난 몇 년간, 어머니의 기억력 감퇴가 시작되더니 점차 더 크고 중요한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셨다는 겁니다. 알츠하이머와 치매를 앓는 어머니가 혼자 지내시는 게 너무 걱정이 돼서 이렇게 전문 시설로 어머니를 옮겨왔다고 하네요. 

‘마인드VR(MyndVR)’ 이라는 회사는 이렇게 치매를 앓는 노인들을 위해 미국 내 여러 노인요양 시설에 VR 기기를 기부했는데요. 덕분에 노인들은 여러 종류의 가상현실 체험을 해볼 수 있게 됐습니다.

노인 시설 측은 VR을 치매 현상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도구로 보고 있는데요. 부작용이 따르는 약을 쓰지 않고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소규모로 진행된 예비 조사 결과, 마인드VR을 사용하고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일부 노인들이 있었지만, 나머지는 다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하네요. 

실버라도 베벌리 플레이스의 킴 버트럼 부원장은 가상현실 체험을 하고 나면 입주자들의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며, 체험을 한 날은 우울증이나 불안감도 줄어드는 게 보인다고 했습니다. 

버트럼 부원장의 말처럼 노인들이 외로움과 고립감을 이겨내는 데 가상현실이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는데요. 사회적 고립은 사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버트럼 부원장은 가상현실이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지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늘상 누워만 있고, 더는 이전의 일상생활을 즐길 수 없는 노인들에게 VR은 다시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했던 여행지를 가 볼 수 있는 기회는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요. 히가 씨 역시 가상현실 체험을 무척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하고 싶지만 할 수 없었던 것을 다시금 해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즐거운 경험이라는 겁니다. 

히가 씨는 앞으로 VR을 통해 더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더 멋진 곳들을 여행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