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언론인 대담] "인류 미래 개척 앞장" ABC 아프리카 전문기자, 모건 윈저

2021.4.29 1: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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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언론인 대담] "인류 미래 개척 앞장" ABC 아프리카 전문기자, 모건 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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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시간입니다. 저는 오종수입니다.  미국에 사는 흑인, 즉 아프리카계 미국인(African-American)들이 ‘인종 불평등’에 관해 최근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인종 정의’를 위해 앞으로 할 일이 많다고 말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이 문제의 근본을 파헤치기 위해 색다른 각도에서 접근하는 ‘아프리카 전문기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ABC 소속으로 영국 런던 지국에 나가 있는 모건 윈저 기자를 전화로 연결했습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모건 윈저 기자가 고향인 코네티컷주 브리지포트에서 가족 모임에 참석해 웃고있다. (앨리슨 마고 제공)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VOA 한국어 방송 청취자들께 자기소개를 해주실까요?

윈저) 네. 제 이름은 모건 윈저(Morgan Winsor)입니다. (영국) 런던에서 활동 중인 미국 언론인이고요. ABC 방송 소속 아프리카 전문기자입니다. 런던에 나온 지는 2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ABC로 옮기기 전에는 뉴스 전문 CNN 방송에서 일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데릭 쇼빈 전 경관이 최근 유죄 평결을 받으면서, 이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 사건 직후부터 윈저 기자의 보도는 색다른 접근으로 눈길을 끌었어요. 이 일에 관한 아프리카인들의 반응과 여론을 꾸준히 전했습니다. 그런 기사들을 쓴 계기는 뭔가요?

윈저) 미국 흑인들의 뿌리는 아프리카에 있으니까요. 아프리카인들은 미국에서 흑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떤 사회적 대우를 받는지, 그 모든 것을 매우 궁금해합니다. 미국에선 이런 사실을 잘 모르죠. 작년 5월에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역시, 아프리카인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기자) 예를 들면, 한국인들이 미국 내 한인들의 생활에 관심을 두는 것과 같은 이치겠네요?

윈저) 맞습니다. 그런데, 아프리카인들은 더 해요. 미국 내 흑인들과 특별히 가까운 정서를 갖고 있습니다.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낀다고나 할까요. 미국에서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아프리카 대륙 전체가 흥분에 휩싸였습니다. 양쪽에 비슷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에요. 과거 미국 남부지역에서 흑인과 백인들을 분리한 정책인 ‘짐 크로(Jim Crow) 법’에 비견할 만한 게,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었던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정책이거든요. 그래서 아프리카인들의 삶을 파헤쳐보면, 미국 내 흑인들의 정서와 신앙, 사회적 욕구 같은 것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미국 내 인종 문제를 미국 안에서만 볼 게 아니라, 밖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여기에 있습니다.

기자) 현재 ABC에서 아프리카 전문기자로 지역 보도를 전담하고 있는데, 아프리카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뭡니까?

윈저) 음… 어릴 때부터 아프리카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장난감도 아프리카에 관한 것만 모았어요. 하하. 야생동물과 지프(야외활동용 자동차) 같은 것들 말이죠. 크면서 책도 주로 아프리카에 관한 걸 읽었습니다. 그래서 델라웨어대학교에 다닐 때 전공이 고고학이었어요. 가장 재미있게 배운 과목은 아프리카 대륙의 고대 문명을 집대성한 이집트학(Egyptology)이었고요. 부전공은 언론학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아프리카 전문기자’가 돼 있는 제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럽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기자) 아프리카에 관해 전담해서 기사를 쓸 만큼, 이야깃거리가 그렇게 많습니까?

윈저) 그럼요! 무궁무진합니다. 미국인들은 보통 ‘아프리카’ 전체를 뭉뚱그려 말하기 쉬운데, 실제로 들어가 보면 지역별로 다양성이 매우 큽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동쪽 끝과 서쪽 끝, 또 남쪽 끝과 북쪽 끝이 아주 달라요. 사람들이 사는 모습, 자연환경까지 각양각색입니다. 미국인들이 흔히 상상하는 초원과 희귀동물, 그리고 저 멀리 기우는 석양, 이런 통념이 아프리카의 전부가 아니에요. 그런 틀을 깨는 모습들이 많습니다. 학계에서는 인류의 기원이 아프리카에 있는 것으로 보잖아요. 그만큼 유구하고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머물고 있는 곳이 아프리카입니다. 우리가 아직 캐내지 못한 것뿐이에요. 미래에 인류가 개척할 마지막 대륙도 아프리카라고들 말하잖아요. 

기자) 기존 언론 보도는 아프리카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신 거군요?

윈저) 맞습니다. 미국과 서방 언론이 아프리카에 관해 다루는 이야기는 매우 제한적이어서, 대학 때부터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기사가 아주 가끔 나오는데, 나오더라도 비슷비슷한 것들뿐이었거든요. 전쟁과 갈등, 가난과 기근(famine), 아니면 쿠데타, 이런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깊이 들어가서 취재를 안 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제가 한 번 앞장서서, ‘인류의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아프리카 대륙을 취재해 보겠다고 나선 겁니다. 말하자면, 제가 인류의 미래 개척에 앞장선다는 심정이에요. 하하하. 또 한 가지 제가 아프리카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줄 제대로 된 언론 매체가 아직 없어요. 그래서 그 일을, 부족하나마 제가 하고 싶었습니다. 

기자) 아프리카 전문기자인데, 영국에 나가 있는 이유는 뭡니까?

윈저) 영국이 미국보다 지리적으로 아프리카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아프리카에 직접 들어가 있지 않냐고 물으실 텐데요. 아프리카 현지에서는 취재ㆍ보도 활동을 위한 기반 시설이 열악해서 어쩔 수 없습니다. 지속적인 보도가 어려워요. 또 아프리카 대륙이 큰 반면, 내부 교통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신속하게 이동하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평소엔 영국 런던에 있다가, 취재할 일이 생기면 아프리카 각 나라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모건 윈저(왼쪽 세번째) 기자가 뉴욕 ABC 뉴스센터에서 시리아 난민에 관한 특집 보도를 마친 뒤 제작진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모건 윈저 제공)

기자) 그동안 언론 경력에서 가장 좋았던 일과 가장 나빴던 일은 뭔가요?

윈저) 음… 가장 좋았던 일은 아직 없다고 여기고 싶어요. 더 좋은 미래가 제 앞에 있다고 믿거든요. 하하하. 그래도 답변을 드리자면, 영국에 온 게 지금까지 경력에서 가장 좋았던 일이에요. ABC 런던 지국에는 내로라하는 취재진과 방송 제작 인력이 파견돼 있거든요. 제가 아프리카를 취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 제가 여러 가지 면에서 동료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고요. 

기자) 가장 나빴던 일은요?

윈저) 언론계는 매우 견뎌내기 힘든 곳이에요. 지금도 떠올리면 얼굴이 화끈해지고 등줄기에 식은땀이 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CNN에서 일할 때 벌어진 사건인데, 앤더슨 쿠퍼 기자가 나오는 프로그램에서 큰 실수를 저질렀어요.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대형 사고였습니다. 

기자) 앤더슨 쿠퍼(Anderson Cooper) 기자는 자기 이름을 내건 뉴스를 진행하는 유명 앵커잖아요?

윈저) 맞아요. 앤더슨 기자가 아마 동남아시아였나, 하여튼 다른 나라에 가서 큰 재난 현장을 보도하는 생방송이었어요. 제가 텔레프롬프터(자막 생성기) 조작을 맡았거든요. 뉴스가 시작된 직후, 앤더슨 기자가 말하기 시작했는데, 지금 나가야 할 원고와 텔레프롬프터에 뜬 말이 안 맞았습니다. 좀 늦은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가 뒤쪽 부분으로 돌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엉뚱한 내용이 나오는 거예요. 앤더슨 기자가 외국에 있었기 때문에 화면이 먼저 들어오고, 음성이 들어오는 데는 시차가 존재하는데, 제가 그걸 고려하지 못했던 겁니다. 맙소사! 그래서 뉴스를 크게 망쳤는데 어떻게 수습했는지 잘 기억도 안 나네요. 앤더슨 기자가 즉흥적으로 공백을 잘 메꿔준 게 다행이었습니다. 

기자) 생방송에서 그런 실수라니, 정말 아찔하네요. 

윈저) 네. 그날 뉴스 끝나고 화장실에 가서 혼자 펑펑 울었습니다. 그리고 텔레프롬프터 관련 업무에서 한동안 배제됐어요. 그래서 관련 분야를 깊이 공부했는데, 이제는 누구보다 잘 다룬다고 자부합니다. 

기자) 그렇게 다양한 일을 겪으면서, 지금은 성공적인 위치까지 왔습니다. 여성이라서 감당해야 했던 어려움은 없었나요?

윈저) ‘성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아직 저 자신을 성공한 언론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해외에 파견된 언론인 입장에서는 남성과 좀 차별적인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대게 방송이나 신문사들이 특파원을 내보낼 때, 여성을 선택하길 꺼리는 경우가 있어요. 치안에 취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있는 영국은 그렇지 않지만, 위험한 지역에 여성 기자를 파견할 때는 따로 경호원을 붙여주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면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웬만하면 남자 기자를 보냅니다. 이런 부분은 세계 각지의 환경에 대응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미국 언론계가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기자) 그런 특수한 경우 외에, 미국 언론계 전반에서 인력 배치나 보도 비중을 볼 때 양성 간 균형이 얼마나 맞는다고 보시나요?

윈저) 언론계 전반이 매우 남성 중심적이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죠.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니까요. 최근에는 많이 개선됐습니다. 자기 이름을 내건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여성들도 많잖아요. 그래도 아직은 남녀가 균형이 맞는다고 말하기엔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일하는 ABC 런던 지국에 쉰 명 정도가 있는데, 여성은 저를 포함해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요.

기자) 그런데, 보도 인력이 쉰 명이나 나가 있다면 조직이 꽤 크네요. 런던에서 그렇게 큰 지국을 운영하는 이유가 뭡니까?

윈저) 영국의 표준 시간대가 미국보다 이르잖아요. 그래서, 미국 시청자들이 잠에서 깨기 전에, 세계 뉴스를 런던에서 취합합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발생한 일들도 여기서 모아요. 그래서 미국으로 보내면, 곧바로 뉴스에 내보낼 수 있는 겁니다. 특히 ABC는 국제뉴스에 비중을 많이 둡니다. 그래서 NBC나 CBS 같은 미국의 다른 공중파 방송사들보다 해외 취재 조직이 큰 편이에요. 

기자) 이제 ‘언론 자유’ 이야기를 해보죠. 미국 사회의 언론 자유도를 1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 점이나 주시겠습니까?

윈저) 제 경험만으로 정확하게 평가하긴 좀 어렵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국가별 최신 언론 자유도에서 미국은 45위(실제로는 44위) 정도에 머물렀어요. 우리가 기대하는 것만큼 외부의 평가가 높지 않은 겁니다. 그 이유는, 미국에서 물리적인 언론 탄압이 있어서가 아니라, 근래 미국 사회의 여론이 양극단으로 갈리면서, 일각에서 생성된 언론에 적대적인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미국 사회가 언론을 대하는 태도(attitude)는 최근 몇 년 동안 악화한 게 분명합니다. 제가 취재 현장에서 직접 느꼈어요. 하지만, 이제 ‘통합’을 추구하는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나아질 거라고 봅니다. 

기자)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는 뭡니까? 10년 뒤에는 어떤 모습일 거라고 기대하세요?

윈저) 흠, 10년 뒤라… 온전히 아프리카 이야기에만 전념하는 매체를 하나 만들고 싶어요. ABC같이 큰 방송국에서는 아무래도 분량 문제도 있고 해서, 제가 쓰고 싶은 만큼 많은 것들을 내보내기 어렵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아프리카에 관해 (전쟁ㆍ기아 등) 부정적 기사들뿐만 아니라,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기사들까지 찾아내 모두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을 형성하고 싶습니다. 

기자)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북한에서 VOA를 듣는 분들을 포함한 세계인들에게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에 관해 어떤 말을 해주시겠습니까?

윈저) 언론은 세계를 향해 봉사하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방송ㆍ신문사 등 언론 기관뿐만 아니라, 거기 속한 언론인들도 모두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그런 봉사에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 사회가 언론인들에게 자유를 보장해줘야 해요. 양성평등도 같습니다. 지원이 필요해요. 사회가 뒷받침해줘야 합니다.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인격체로서 동일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대원칙을 인정하고, 그렇지 못한 현실을 고쳐나가는 노력이 세계 모든 곳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오늘은 모건 윈저 아프리카 전문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