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로드아일랜드의 인정 넘치는 판사...인터넷 중독 탈출 '디지털 웰니스'

2020.3.10 오전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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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로드아일랜드의 인정 넘치는 판사...인터넷 중독 탈출 '디지털 웰니스'
방송 시작 시간 오전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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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세계 어느 곳을 가나 법정이라고 하면 권위적이고 딱딱한 분위기를 떠올리게 됩니다. 나무로 된 방청석엔 긴장된 얼굴로 사람들이 앉아 있고, 법복을 입은 판사는 근엄한 모습으로 판결을 내리죠. 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총을 찬 경찰이 상주하고 있기도 한데요. 미국 동부 로드아일랜드주의 주도인 프로비던스 지방 법원엔 인간적이고도 공정한 판결로 법정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판사가 있다고 합니다.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 지방법원에서 프랭크 카프리오 판사가 주재하는 재판이 방송으로 송출되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 법정에 뭉클한 감동을 안기는 인정 넘치는 판사”

[현장음: 프로비던스 법원]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 지방법원의 한 재판정. 이날 재판을 주재하는 사람은 오늘의 주인공인 프랭크 카프리오 판사인데요. 카프리오 판사 앞에 한 여성이 재판을 받으러 나옵니다. 

[현장음: 교통 범칙금 재판 현장]

불법주차로 4장의 주차위반 딱지를 받은 이 여성. 어떻게 된 일인지 자초지정을 묻는 판사의 말에 울먹이며 설명을 시작합니다. 

[현장음: 교통 범칙금 재판 현장]

최근 세상을 떠난 아들이 진 빚을 대신 갚아야 할 처지가 돼 관공서를 들렀다가 주차 딱지를 받았다는 여성은 끝내 눈물을 터뜨리고 마는데요. 

측은한 표정으로 이 여성과 대화를 주고받던 카프리오 판사는 벌금을 탕감해 준다고 말하며,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길 바란다고 용기를 북돋아 줍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 광경은 카프리오 판사의 법정에서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인데요. 카프리오 판사는 범칙금 부과 판결처럼 경범죄 재판에서도 늘 피고인 입장을 세심하게 듣고는 자비로운 판결을 내린다고 합니다. 

[녹취: 프랭크 카프리오] “제가 판사석에 앉은 세월이 30년인데요. 25년간 저의 재판과정이 로드아일랜드 지역 텔레비전으로 방송됐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저의 판결을 보고는 사람들이 편지를 보내오기 시작했어요. “판사님, 지금처럼 관용과 연민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해주세요.” 이렇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요. “이 돈을 다른 사람을 돕는데 써주세요.” 이러면서 돈을 동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카프리오 판사의 판결이 인터넷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가면서, 카프리오 판사의 법정은 미 전역에 알려졌습니다. 

[녹취: 프랭크 카프리오] “오늘 받은 편지를 한번 보여드릴까요? 이 여성은 직장에서 보너스를 조금 받았다며, 100달러를 현금으로 보내왔네요. 사정이 어려운 사람의 범칙금을 대신 내달라고 하면서요.”

딱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사정을 봐주다 보니 카프리오 판사가 탕감해주는 범칙금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보내오는 후원금으로 지역 당국은 세수를 채운다고 하네요.

[녹취: 프랭크 카프리오] “중동의 이라크에서도 편지가 오고요.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러시아 등 전 세계에서 후원금이 답지합니다. 사람들의 온정이 느껴지는 편지를 받을 때마다 큰 감동을 받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후원이 단 1달러도 아쉬운 사람들에겐 큰 힘이 된다고 카프리오 판사는 설명했습니다. 

[녹취: 프랭크 카프리오] “저희 아버지는 이탈리아에서 온 이민자셨습니다. 우리 가족은 정말 가난하게 살았어요. 하지만 늘 사랑이 넘쳤습니다. 아버지는 또 우리 자녀들은 더 나은 삶을 살기를 기대하셨는데요. 저는 아버지의 바람대로 성공의 사다리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제가 성공했다고 해서 다가 아니죠. 이 사다리를 다시 내려서 다른 사람이 또 이 성공의 사다리를 타고 오르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장음: 재판 현장]

카프리오 판사는 사람들의 사정을 헤아려주기도 하지만, 다시는 법 위반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말도 잊지 않습니다. 또 법정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늘 행운을 빈다고,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고 격려하는데요. 카프리오 판사의 인정 넘치는 판결 덕에 프로비던스 법정은 사람들이 새로운 용기를 얻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한 카페에서 사람들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인터넷 중독에서 탈출하는 ‘디지털 웰니스’ 운동”  

인터넷과 똑똑한 손전화,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요즘은 인터넷이 없으면 일상생활을 이어가지 못하는 인터넷 중독 현상을 겪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손전화 하나로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고, 소셜미디어 활동도 하다 보니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손전화를 들여다보게 되고요. 따라서 인터넷이 없으면 사람들이 이제 불안감을 느끼는 건데요. 인터넷 중독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손전화를 잠시 손에서 내려놓는, 그러니까 디지털 세상과 잠시 떨어져 있도록 돕는 디지털 웰빙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녹취: 니나 허셔] “우리는 지금 ‘관심 경제’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인터넷 시대, 사람의 관심이 가장 주요한 재화가 되면서 대중의 관심을 얻는 자가 승자가 되는 시대가 된 겁니다.”

니나 허셔 씨는 사회복지사이자 ‘디지털 웰니스 콜렉티브(Digital Wellness Collective)’의 최고경영자(CEO)인데요.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신체적으로 가장 유익한 기술의 사용을 찾는, 이른바 디지털 웰니스를 추구하는 단체들의 연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허셔 씨가 디지털 웰빙 운동을 시작하게 된 데는 개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 말을 더듬었던 허셔 씨는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눈을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했는데 어느 순간 이게 어려워졌다고 했습니다. 

[녹취: 니나 허셔] “많은 사람이 다른 사람의 눈을 맞추고 의사소통을 하기보다는 손전화 화면을 내려다보며 대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손전화를 통한 문자가 주요 대화 수단이 된 거죠. 이런 사회적 현상을 바꾸어 보겠다는 것이 저의 개인적인 소명이 됐습니다.” 

‘디지털 웰니스 콜렉티브’에 소속돼 있는 ‘아메리카 오프라인(America Offline)’이란 단체는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손전화 없이 생활하는 캠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농구팀 코치가 시작한 프로그램이라고 하는데요. 아이들이 손전화만 들여다보면서 팀원 간의 단합이 약해지는 걸 보며 캠프를 시작했다고 하네요. 

과도한 손전화 사용으로 신조어도 많이 생겼습니다. 손전화 없이는 불안감을 느끼는 ‘노모포비아(Nomophobia)’라는 단어가 생겼고, 디지털기기를 장시간 사용하느라 고개가 45도 정도 기울어지면서 나타나는 ‘테크넥(Tech Neck)’, 일명 거북목을 갖게 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의 임상심리학 전문대학원, 라이트 인스티튜트(Wright Institute)의 아나타시아 킴 교수는 우려되는 점이 또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아나타시아 킴]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에게까지 손전화는 이제 신체의 부속 기관이 됐습니다.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가 인터넷 소셜미디어 상의 사람들 반응에 좌우된다면, 건강에 매우 해로울 수 있습니다.”

과도한 인터넷 사용에 따른 부작용이 알려지면서 디지털 해독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는데요. 크리스틴 그레이서 씨도 그중 한 명입니다. 

[녹취: 크리스틴 그레이서]
“갓 태어난 아기를 수유하면서 한 손으로 손전화를 쳐다보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순간 아기 얼굴이 보이면서 ‘내가 왜 지금 손전화를 보고 있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부터 손전화 사용을 최대한 줄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디지털 웰니스 콜렉티브'의 허셔 씨는 현대인이 인터넷을 완전히 끊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본인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인터넷 기기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찾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