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유리천장을 깬 여성 건축업자...노숙자들을 찾아가는 교회

2020.10.6 11: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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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유리천장을 깬 여성 건축업자...노숙자들을 찾아가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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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으로  여성인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를 지명했습니다. 배럿 판사는 공식 지명을 받는 자리에서, 고 긴즈버그 대법관은 여성이 법조계에서 환영받지 못할 때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며 유리천장을 깼을 뿐만 아니라 때려 부쉈다고 극찬했는데요. 보이지 않은 성차별을 일컫는 ‘유리천장’은 법조계뿐 아니라 사회 여러 분야에서 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독 건축업계만큼은 여전히 남성이 장악하고 있는데요. 건축업계의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도전장을 내민 여성을 만나보시죠.

미 서부 샌디에이고의 '사랑(LOVE) 페인팅' 회사 직원들이 페인트를 칠하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 유리천장을 깨고 있는 여성 건축업자”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사는 켈리 포브스 씨는 16살 때부터 페인트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10년간 이 분야에 종사하면서 켈리 씨는 건축업계에서 여성으로서 살아남기가 얼마나 힘든지 체감할 수 있었는데요.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건축업계 종사자 가운데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90%에 달하고 임금도 여성보다 남성이 훨씬 더 많이 받습니다.  

켈리 씨는 고객의 집에 가 페인트칠과 관련된 작업을 혼자서 다 해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시간당 보수는 14달러에 그쳤다고 합니다. 동료 남자 직원들은 시간당 25달러에서 30달러를 받았는데 말이죠.

누구보다 일을 잘해도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켈리 씨는 결국 자신이 직접 페인트칠 회사를 차리기로 결심했습니다. 단지 돈 때문에 내린 결정은 아니었는데요. 켈리 씨는 다른 여성이 건축업계 들어올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싶었고, 또 여성이 좀 더 나은 대우를 받으면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켈리 씨는 ‘사랑 페인팅 회사(LOVE Painting Company)’를 세우고 여성들을 고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제니퍼 씨도 켈리 씨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 가운데 한 명입니다. 

원래는 다른 일을 하다가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나섰는데 결국 여성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회사를 찾았다는 겁니다. 제니퍼 씨는 경영을 전공해 학위를 받았지만, 사무실에 앉아만 있는 일은 싫었다고 하는데요. 뭔가 손으로 만들고, 창의적이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 하는 이 페인트칠이야말로 자신이 생각하던 바로 그 일이라고 했습니다. 

켈리 씨는 페일트칠이 육체적으로는 힘든 일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창의력과 자유를 중요하게 여기기에 페인트칠은 즐거운 작업이라고 했습니다.  

켈리 씨는 자신이 작업한 천장을 보여주며 그 어떤 선 하나도 직선으로 그은 게 없고 모두 다 기울어져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런 점은 여성스러운 기교로 탄생했고 또 색감 역시 직감적이라고 했습니다. 

켈리 씨는 자신에게 일을 의뢰하는 대부분의 고객이 그렇지만, 특히 어린 자녀들이 있는 부모들은 여성이 집에 와서 일하는 데 대해 편안함을 느낀다고 했는데요. 이때까지 자신의 작업에 불만을 표한 고객은 한 명도 없다고 했습니다. 

지난 3월 중순,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경기가 나쁘지만, 켈리 씨의 임금은 과거보다 더 올랐다고 하는데요. 현재 시간당 20달러를 받으며 일을 한다고 했습니다. 

켈리 씨는 또 남성도 채용하지만, 대부분의 직원이 여성이라고 했는데요. 초보자들도 기꺼이 채용해 일을 가르치고 있고 또 여성 직원들의 아이들을 돌봐줄 작은 어린이집을 열겠다는 소망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로우 교회' 케이요 앤더슨 음악 목사가 LA의 스키드로우 지역에서 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LA 노숙자들을 찾아가는 교회 ”  

미 서부의 대도시 로스앤젤레스에는 ‘스키드로우(Skid Row)’ 라는 대규모 노숙자 지역이 있습니다. 원래도 많은 노숙자로 넘쳤던 이곳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시작된 이후 더 많은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는데요. 이들을 골칫거리로 생각하기보다는 이들을 직접 찾아가 현장에서 함께 예배를 드리는 목사가 있습니다.

큐 잔마리 목사는 ‘로우교회(Row Church)’의 담임목사로 지난 14년간 노숙자들을 섬기고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 밤마다 LA의 6만6천 명 노숙자 가운데 일부가 집으로 삼고 있는 스키드로우 중심가를 찾아 설교를 하는데요.

큐 목사는 매주 이곳에 나와 우선 영혼의 양식인 하나님의 말씀을 먼저 전하고, 이후 육체의 양식이 되는 무료 급식을 한다고 했습니다. 

노숙자가 함께 예배를 드리든 안 드리든 상관없이 먹을 것을 나눠준다는데요. 노숙자들에겐 금요일 밤이 기다려지는 시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LA 당국은 임대료는 치솟는 데 비해 임금은 정체되면서 노숙자들이 늘고 있다고 했는데요. 노숙자들이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위해 50만 달러의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대유행으로 직장을 잃은 사람이 많아지면서 상황이 더 나빠졌는데요.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이후 지역 당국이 6천 명에게 집을 제공했지만, 수천 명의 노숙자가 여전히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노숙자 쉼터에서 생활하는 케빈 씨 역시 금요일 거리 예배 현장을 찾았습니다.

노숙자들 가운데도 물론 좋은 사람이 많지만, 조직폭력 단원 출신이나, 매춘부, 성매매 알선업자, 가석방이나 집행유예된 사람들도 있다는 겁니다. 이들은 대부분 가족으로부터 잊혔고 결국엔 노숙자로 전락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로우 교회의 케이요 앤더슨 음악 목사 역시 원래 가수였지만, 막대한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노숙자로 지냈는데 그 경험은 인생을 바꾸는 시간이었다고 했습니다. 

앤더슨 목사는 이곳에 있는 노숙자들도 알고 보면 다들 가식이 없이 진실되고, 다정한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또한 그 누구보다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한다며, LA의 가장 가난한 곳에서 가장 베풀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났었다고 했습니다. 

노숙자들 가운데는 흑인이 다른 인종보다 4배가량 많은데요. 거리에서 험하게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큐 목사는 이런 상황은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했습니다. 

큐 목사는 대표적인 흑인 음악인 랩을 하는 ‘칼리지 보이즈(College Boyz)’라는 랩 그룹 단원으로 활동하며 과거엔 도시 거리의 삶을 노래했는데요. 지금은 설교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앤더슨 음악 목사는 작은 움직임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요. 증오나 정치에 집중하기보다는 바로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내가 마주하는 사람들에 집중할 때 변화가 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노숙자 신분에, 코로나 사태까지 더해 어쩌면 가장 절망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에서도 이렇게 희망은 전해지고 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