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미국의 최정예 육군 장교들을 배출하는 '미국 육군사관학교(US Military Academy)' 두 번째 시간입니다.

"웨스트포인트의 교과 과정"

'웨스트포인트(West Point)'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미국 육군사관학교는 미국의 최정예 군인들을 양성하는 군사학교입니다. 또한 동시에 일반대학교 못지않게 깊이 있는 순수학문 교육의 장이기도 한데요. 먼저 미국에서 38년간 대학진학 상담과 교육을 해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도움말 들어보시죠.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2차대전이 종료된 후부터 웨스트포인트의 교과 과정은 순수과학, 응용과학, 기술영역을 대대적으로 보강함과 아울러, 군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세계정세, 문물, 인문사회 계열, 순수학문에 대한 커리큘럼도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공학 일변도로 성장해온 웨스트포인트였지만 현재는 화공, 토목, 기계공학, 전기공학, 영어, 역사, 법학 등의 전공이 개설되면서 일반 종합대학교와 같은 심도 있는 인문계열 학부와 전공 과정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웨스트포인트는 현재 미국정치, 응용통계·전산과학 등 36개 전공 과정과 사이버보안, 테러학 등 15개의 부전공 과정을 갖추고 있습니다.

"웨스트포인트의 현황"

웨스트포인트는 약 4천200명의 생도에 580여 명의 교수진을 갖추고 있습니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4년, 당시 36대 린든 존슨 대통령이 미국의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육군사관학교와 공군사관학교의 생도 수를 2천500여 명에서 4천400여 명으로 증원하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오늘날까지 약 4천 명의 생도 수를 유지하고 있는 겁니다.

웨스트포인트는 베트남전 당시 잠시 어려운 시간도 겪었습니다. 다시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도움말입니다.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1960년대 중반 베트남 전쟁에 대한 비판과 회의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군대에 가려는 우수한 젊은이들이 줄어 지원자가 격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980년 공화당 보수파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정부가 들어서고 대폭 개선된 교육 내용과 4년간의 무료 교육, 졸업 후 취업 보장 등이 다시 강조되면서 인기를 회복하기 시작해 우수한 성적의 젊은이들이 다시 모여들고 있습니다."

2018년~2019년도 신입생 내역을 살펴보면 약 1만2천 명이 지원해 2천230명 정도 입학 허가를 받았고요. 이중 약 1천200명이 최종 입학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한 해 1천300명 정도 입학하면 1천 명가량 졸업한다고 하네요.

"1970년대 첫 여성 입학 허용"

22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는 웨스트포인트가 여학생의 입학을 허용한 지는 50년이 채 안 됩니다. 웨스트포인트는 1802년 설립된 이래 1976년 전에는 여성 생도를 받아들이지 않았는데요. 1976년, 설립 174년 만에 여성 지원자 119명의 입학을 허용했고요. 1980년, 이들 중 62명이 육사를 졸업하며 웨스트포인트의 새 역사를 열었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 웨스트포인트의 여생도 비율은 평균 20%를 웃돌고 있는데요. 2018년~2019년 학기 역시 최종 입학생 1천200여 명 중 290명이 여학생들이었습니다.

국제적 수준의 교육기관으로서 웨스트포인트는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외국 학생들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웨스트포인트가 외국 학생을 받아들인 건 벌써 100년도 더 전의 일인데요. 최초의 외국인 생도는 1889년에 졸업한 과테말라 출신 생도였고요. 이후 지금까지 80개국 넘는 나라에서 500명 가까운 외국인 생도들이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했습니다.

웨스트포인트가 이렇게 외국인 생도들을 받아들이는 이유가 뭘까요? 웨스트포인트에서 외국인 생도들을 담당하고 있는 브렌트 매튜스 학장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는데요. 들어보시죠.

[녹취: 브렌트 매튜스 학장] "웨스트포인트가 외국인 생도들을 받아들이는 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미국인 생도들은 외국에서 온 생도들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질 수 있습니다. 외국 생도들과 접함으로써 미국에서 하는 게 모두 다 전부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알 수도 있습니다. 다른 접근, 다른 사고방식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생각의 폭을 넓힌다는 장점이 있죠. 반대로 외국 생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 역시, 미국은 어떻게 생각하고 접근하는지 배우면서 사고의 폭이 넓어지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현재 미 국방부와 국무부는 매년 기준에 맞는 국가들을 선별해 해당국마다 6명까지 후보들의 입학 신청을 받고 있는데요. 웨스트포인트에 재학 중인 외국인 생도는 한 해 약 60명 정도라고 하네요.

"웨스트포인트가 강조하는 4가지 영역"

웨스트포인트는 생도들에게 크게 4개 영역의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도움말 들어보시죠.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미국 육군사관학교는 모든 생도가 지적 능력과 체력, 군사력, 인성 등 4가지 영역에서 완벽성에 이르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지적 능력의 향상을 위해 생도들은 30여 개 필수 과목을 이수하고 나면 자신의 전문성과 학문적 취향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코스들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또 체력 프로그램에 있어 모든 생도는 필수적으로 각종 스포츠팀의 소속 선수가 돼서 교내외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게 돼 있는데요. 이 모든 과정은 군 장교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로 하는 고도의 체력을 단련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또 웨스트포인트가 중시하는 영역이 바로 군사력 훈련과 인성교육입니다.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군사훈련은 모든 생도가 웨스트포인트 입학 첫날부터 기초훈련과정부터 시작해 장교의 자질을 배우는 지도력을 기르게 됩니다. 학기 중에는 주로 교과목 학문 이수에 몰두하지만 1~2학년 과정에서는 주로 웨스트포인트 근처에 있는 군부대에서 기초 군사훈련을 받게 되고요. 3~4학년 여름방학 동안에는 전 세계에 나가 있는 미군 부대에 실전 배치돼 공수 비행, 낙하 훈련 등 각종 군사교육도 받습니다. 또 웨스트포인트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도덕성 배양 과정은 임무, 명예, 조국이라는 교훈과 행동 규범에 의거한 인성 교육을 받게 됩니다."

"졸업 후 복무 기간"

웨스트포인트 생도들은 졸업하면 학사 학위를 받게 됩니다. 생도들이 4년간 재학하는 동안 소요되는 학비와 모든 제반 경비는 연방 정부가 부담하죠. 생도들은 졸업 후 소위로 임관해 육군에서 5년 동안 의무적으로 복무해야 하고요. 3년 동안의 예비역(Inactive Ready Reserves) 기간을 갖게 됩니다.

"웨스트포인트 신입생 지원"

이번에는 웨스트포인트의 지원 과정에 대해 알아볼까요.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도움말입니다.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일반대학교 지원은 보통 12학년 때부터 시작해 12월이나 1월에 모든 지원 절차가 마감되는데, 이렇게 일반대학교처럼 생각하고 12학년에 들어서서 지원 준비를 하려고 하면 이미 시기적으로 늦었다고 봐야 합니다. 모든 지원자는 11학년 1학기를 마치고 나면 반드시 '신입생 지원자 질의서(Candidate Questionnaire)'를 온라인으로 접수해야 하는데요. 공식적인 지원 절차가 이때부터 시작되며, 그제서야 본격적으로 신입생 지원서를 작성할 기회가 주어지게 됩니다. 이때 국방부의 의료검사서도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12학년 2월 말까지는 모든 지원을 마쳐야 하고, 11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합격 여부를 통보받게 됩니다. 하지만 아주 탁월한 자질을 가진 인재들에게는 11월 이전에 합격 통보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웨스트포인트는 지원자들에게 정치인이나 군 관계자의 추천서를 받을 걸 강력히 권고하고 있습니다.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매년 평균 1만 명 이상의 지원자들이 웨스트포인트에 지원하기 위해 부통령, 또는 연방 상·하원의원으로부터 추천서를 받기 위해 신청합니다. 때로는 부통령이나 대통령으로부터 추천을 받아내기도 하는데요. 이 추천서는 웨스트포인트의 관문을 넘어서는 데 매우 중요한 항목이 됩니다. 지원자가 많을 경우 제한된 추천 자리를 놓고 경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웨스트포인트에 재학 중인 학생을 둔 학부모들에 따르면 이 과정은 그다지 어렵지는 않지만, 인원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11학년 봄학기부터 서두르는 게 좋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