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환자들을 위한 치료견...라스베이거스의 무슬림들

2020.2.11 오전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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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환자들을 위한 치료견...라스베이거스의 무슬림들
방송 시작 시간 오전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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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인간과 가장 친근한 동물을 꼽으라면 개를 들 수 있습니다. 개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기르는 반려동물이자, 인간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주는 동물이기도 한데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안내견부터 마약 탐지견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개들이 활약하고 있죠. 그런데 요즘은 병원이나 의료 시설에 아픈 사람을 돕기 위한 치료견이 투입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나 힘들고 긴 치료를 견뎌야 하는 중환자들에게 치료견은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고 하네요.

미주리대학 병원에서 어린 환자가 치료견을 쓰다듬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 중환자들의 좋은 친구, 치료견”

미국 중서부에 있는 미주리대학 병원에 가면 조금 특별한 직원이 있습니다. 태즈라고 불리는 이 직원은 다름 아닌 호주 셰퍼드 종인 치료견입니다. 

가는 곳마다 주목을 많이 받는다는 태즈는 환자들이 편안하고 행복한 감정을 갖도록 도와주는데요. 미주리대학병원의 직원인 케빈 그윈 씨의 설명입니다. 

[녹취: 케빈 그윈]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때로 고독감을 느끼곤 합니다. 병원에 있다 보니 외롭고 지루해하기도 하죠. 그런 환자들에게 치료견의 방문은 활력을 줍니다. 언제 또 치료견이 오나, 다들 무척 기다리죠.”

페이튼 월드런 씨 역시 그런 환자 가운데 한 명입니다. 

[녹취: 페이튼 월드런] “저는 치료견 방문이 항상 기다려집니다. 개를 못 본 지가 정말 오래됐거든요. 그래서 치료견이 한 번씩 와주면 정말 행복해요. 아픈 것도 잠시 잊게 되고요. 지금 내 상황이나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어요.”

미 동부의 대도시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홉킨스 병원에서도 치료견을 만날 수 있습니다. 치료견은 중환자실을 비롯해 모든 병실을 방문하고 있죠. 그런데 이런 치료견이 환자들의 치료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병원의 심리학자인 메건 호지 박사는 치료견의 영향력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고 했습니다. 

[녹취: 메건 호지] “관련 문헌들을 보면, 병원에 장기 입원한 환자들이나 요양 시설, 정신병원에 입원한 사람들에게 치료견이 여러 혜택을 준다고 나와 있습니다. 환자의 기분을 좋게 하고, 고통을 경감시키고, 심박수를 개선하는 등 전반적으로 도움이 되는 거로 알려졌죠. 또 치료견을 통해 환자들이 치료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와 있어요.”

이렇게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치료견이 되려면 특별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마를리나 케이시 씨는 자신의 반려견 몰리가 존스홉킨스 병원의 치료견이 되기까지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마를리나 케이시] “치료견이 되기 위해 약 3년의 훈련 과정을 거쳤습니다. 수업도 들었고요. 제가 직접 가르치기도 했죠. 그리고 지난해 4월 치료견 자격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케이시 씨는 환자들이 의사나 간호사에게는 말하지 못하는 것들도 치료견인 몰리에게는 털어놓는다고 했는데요.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신뢰감을 주는 치료견을 통해 환자들은 위로와 행복이라는 치유를 받고 있습니다. 

미 서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이슬람 사원.

“두 번째 이야기, 라스베이거스의 아프간 무슬림들”  

미 서부 네바다주 사막 위에 세워진 도시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라고 하는 도박장들이 몰려 있어 밤이 오히려 더 화려하다 보니 사람들은 라스베이거스를 ‘신시티(Sin city)’, 일명 ‘죄의 도시’ 또는 ‘환락의 도시’라고 부르기도 하죠. 그런데 이런 도시의 분위기와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민자들이 라스베이거스에 자리 잡았는데요. 금욕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슬람교를 믿는 아프가니스탄 이민자들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카지노 호텔들이 모여있는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해가 지고 나면 이곳은 호텔들이 쏟아내는 화려한 불빛과 다채로운 공연 또 이런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거리로 나온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최고 수준의 카지노와 호텔들이 즐비하다며,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관광지라는 평가와 함께, 재미있고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최고라는 사람까지. 관광객들도 하나같이 흥분을 감추지 못합니다. 

그런데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이슬람사원에서 이슬람 신도들 즉 무슬림에게 기도 시간을 알리는 ‘아잔’이 퍼져나옵니다. 거리는 여느 도시와 크게 다를 것 없는 평범한 모습인데요. 아프간 이민자인 아흐마드 시킵 씨는 라스베이거스에서도  자신의 무슬림 전통을 충분히 지키며 살아간다고 했습니다. 

[녹취: 아흐마드 시킵] “아프간 이민자들은 미국에서도 자신의 문화적 유산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모국의 문화와 종교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죠.

이슬람교는 술은 금지하는 것은 물론, 불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도 금지합니다. 또 라마단이라고 해서, 한 달 동안은 해뜰 때부터 해질 때가지 먹거나 마시는 것이 일절 금지되고,  담배를 피워도 안 되는  등 아주 엄격한 율법을 따르는데요. 그러니까 라스베이거스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죠. 하지만 아프간 이민자들에겐 이런 환경이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시킵 씨는 아프간을 포함한 중동지역 식재료와 또 현지 제품 등을 수입해 판매하는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아프간 이민자들은 이곳에 오면 마치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녹취: 주할] “시킵 씨 가게가 문을 열기 전에는 아프간 전통 식료품을 구입하려면 다른 주로 가야 했습니다. 미 서부 대도시 로스앤젤레스로 가거나 심지어 캐나다에서 쇼핑하기도 했죠. 하지만 이렇게 라스베이거스에 식료품 가게가 있으니 멀리 쇼핑을 하러 안 가도 돼서 정말 좋아요.”

시킵 씨 가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아프간과 남아시아의 전통 의상을 파는 옷가게들도 있습니다. 말랄라이 코히스타니 씨는 아프간 전통 의상실을 운영한 지 40년쯤 됐다고 했습니다.

[녹취: 말랄라이 코히스타니] “여기 생활이 정말 좋습니다. 다들 만족해요. 라스베이거스라고 하면 ‘신시티(Sin city)’ 그러니까 ‘환락의 도시’라고들 생각하는데 막상 살아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도박하고 환락을 즐기는 게 아니에요. 저 같은 경우는 카지노에 안 가본 지 10년은 됐습니다.”

마수드 안사리 씨는 세 형제와 함께 자동차 판매업을 하고 있습니다. 안사리 씨 역시 라스베이거스에 사는 것이 자신의 신앙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녹취: 마수드 안사리] “신실한 무슬림이 되기 위해 또 좋은 삶은 살기 위해 꼭 아프가니스탄에서 살 필요는 없습니다. 어디에 있든 아프간에서처럼 생활하면 되는 거죠. 물론 똑같이 살기는 힘들지만요.”

매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잠깐의 유흥을 위해 라스베이거스를 찾는데요. 라스베이거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전통과 종교를 지키며, 평범한 일상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