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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언론인 대담] 코로나 백신 집중취재, 'USA투데이' 엘리자베스 위즈


[여성 언론인 대담] 코로나 백신 집중취재, 'USA투데이' 엘리자베스 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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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시간입니다. 저는 오종수입니다. 여성은 남성보다 약해서, 위험한 곳에 보낼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 곳곳의 대형 재난 발생 지역이나, 질병이 창궐하는 곳마다 직접 찾아가 그 실상을 세상에 알려온 여성이 있습니다. 미국 유일의 전국 신문 ‘USA 투데이’ 소속으로 25년 이상 사건ㆍ사고 현장을 누빈 엘리자베스 위즈(Elizabeth Weise) 기자인데요. 현재는 세계적 관심사인 코로나 백신 개발 현황 취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금 바로 이야기 듣겠습니다.

‘USA 투데이’ 엘리자베스 위즈(Elizabeth Weise) 기자. 사진=USA TODAY.
‘USA 투데이’ 엘리자베스 위즈(Elizabeth Weise) 기자. 사진=USA TODAY.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VOA 한국어 방송 청취자들께 자기소개를 해주실까요?

위즈) 안녕하세요. 저는 엘리자베스 위즈입니다. USA 투데이에서 오랫동안 전국부 기자로 근무했습니다. 전국부는 미국 전역뿐 아니라 세계 곳곳이 취재 대상입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 북부 거점 도시인 샌프란시스코 총국을 맡고 있는데요. 이곳은 기술 기업들과 대형 연구소 등이 밀집한 ‘실리콘 밸리’ 인근이라, 중요한 뉴스들이 많이 나옵니다. 요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 현황에 취재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자) 오랫동안 근무했다고 하셨는데, 얼마나 된 겁니까?

위즈) 어머나 세상에! 지금 세어보니 25년이 훨씬 넘었네요. 언론 경력을 언제 시작했는지 기억도 제대로 안 납니다.

기자) 그래도 언제 어떻게 기자가 되신 건지 돌아봐 주시죠.

위즈) 그게 참…, 사실 저는 언론에 문외한이었어요. 대학에서 언론학을 공부한 것도 아니고, 언론계에 인연이 있는 집안 출신도 아닙니다. 전공이 스웨덴 어문학이에요. 대학 졸업 직후 워싱턴주 최대 도시인 시애틀에서, 언론과는 무관한 직업을 가졌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시내에서 대학 동문을 만났어요. 둘이서 한창 수다를 떨다가 “너 요즘 뭐 하고 지내” 물었더니, “KOUW에서 인턴(수습직원)을 하고 있어”라고 하더라고요. KOUW는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의 시애틀 지역 계열사거든요. 그게 저한테 충격이었어요.

기자) 친구가 방송국에서 일하는 게 어째서 충격이었나요?

위즈) 특별한 사람들만 언론사에 일하는 거로 알았거든요. “잠깐 봐봐, 너나 나 같은 보통 사람도 기자가 될 수 있는 거야?”라고 그 친구한테 물었어요. 그랬더니 “당연하지, 뭘 그리 우스운 질문을 해”라고 답하더고요. 그래서 방송국 인턴이 되면 구체적으로 뭘 하냐고 물어봤어요. 친구 말이 “무급으로 일하는 대신, 기자가 되는 법을 차근차근 배울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기자) 그 이야기를 듣고 언론사의 문을 두드리신 겁니까?

위즈) 네. 다음 주에 곧장 그 방송국으로 찾아갔어요! 하하하. 보도국을 찾아가서 “어떻게 하면 인턴이 될 수 있나요”라고 물으면서 졸랐습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언론에 입문했어요. 처음에 1년 이상 인턴 생활을 하면서, 봉급 없이 근무했습니다.

기자) 직장인으로 자리 잡았다가 방송국 인턴으로 신분이 바뀌었는데, 생활비는 어떻게 충당하셨나요?

위즈) 야간에 임시직 일자리들을 뛰었어요. 그리고 주말에는 주택 페인트 일도 했고요. 그렇게 버틴 겁니다. 그 뒤로도 인턴 생활이 이어지면서, 4~5년 동안 변변한 수입이 없었어요. 그걸 해낼 수 있었던 이유는 ‘기자가 되고 싶다’는 무의식적인 열망이었던 것 같아요. 어릴 적부터 저희 집에서는 매일 신문을 2개씩 받아보고,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도 뉴스만 틀어놨거든요. 아무튼 그렇게 고된 인턴 생활을 어떻게 해냈는지, 제가 생각해도 대단하네요.

기자) 그런 과정을 견뎌내고, 25년 넘는 경력을 이어오신 거네요. 그동안 가장 좋았던 일은 뭡니까?

위즈) 아아…, 지금 돌아보니 참 많은 기억이 스쳐 지나가네요.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일은 여러 곳을 여행한 거예요. 직접 사건 현장에 갈 수 없는 독자들을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서는 게 기자의 임무거든요. 여러 곳에 가고, 여러 사람을 만나는 제 일입니다.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이야기를 듣고, 그걸 독자들께 전달하는 이 일이 저는 좋아요.

기자) 그럼 가장 나빴던 일은 뭔가요?

위즈) 일본 취재를 갔던 일입니다.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로 큰 피해(2011년 동일본 대지진)가 났을 때 현장에 있었어요. 첫 지진이 발생한 지 24시간도 안 된 시점에 비행기를 타고 도착했거든요. 현장의 참혹한 모습, 그리고 사망자가 속출하는 상황에 압도돼서 정신이 혼미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냉정해야 했어요. 현장 취재를 나온 외신이 극소수였기 때문에, 제가 어떻게 소식을 세계에 전달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했거든요. 거기서 석 달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조류 인플루엔자가 창궐했을 때 인도네시아에 갔는데, 거기서도 비슷하게 압도됐었습니다.

기자) 재난 현장의 참상에 압도되고, 진실 보도를 위한 부담감에 또 한 번 압도됐던 거군요?

위즈) 맞습니다. 우리(기자들)는 대중의 ‘눈과 귀’거든요. 독자와 시청자들이 진실을 볼 수 있게 하고, 있는 그대로 들을 수 있도록 중간 역할을 하는 게 기자들이에요. 저는 이걸 매우 심각하고 진지하게 여기는 사람입니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제대로 된 기자’들이 활동하는 ‘제대로 된 언론’을 가지는 게 필수예요. 좋은 기자들이 곳곳에 있는 사회는 대중의 ‘눈과 귀’가 곳곳에 있는 셈입니다. 따라서 사회가 옳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작아지는 거죠.

기자) 언론이 대중의 ‘눈과 귀’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게 사회 발전에 중요하다는 말씀이군요.

위즈) 네. 제가 지역 대학에 언론학 강의를 나가는데요. 학생들에게 종종 이런 농담을 합니다. ‘당신이 기자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공해서 지상에 착륙했을 때 알 수 있습니다. 도망가지 않고 착륙한 우주선에 달려가는 사람이 기자입니다. 왜냐면 현장에 가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대중에게 알리는 눈과 귀 역할을 해야 하니까요’ 이렇게 말합니다.

기자) 그렇게 높은 사명감으로 25년 이상 활동하셨는데, 여성이라서 겪은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위즈) 음… 제 경우, 성별 때문에 겪은 어려움은 딱히 없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행운이었죠. 왜냐면 제 상사들이 대부분 여성이셨어요. 저보다 10년에서 20년 정도 경력이 많은 여성 언론인들이 항상 저를 잘 이끌어 주셨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제 주변에서는 양성평등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이고, 저는 그 혜택을 봤습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세상이 바뀌고 있는 거예요.

기자) 그럼, 현재 미국 언론의 보도를 짚어보면, 양성평등이 잘 반영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위즈) 그건 좀 다른 문제입니다. 보도 내용은 양성 간의 균형이 잘 안 맞는 상황입니다. 언론의 잘못이라기보다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인데요. 보건 분야의 예를 들어볼게요. 현재 저는 실리콘 밸리 주변에서, 코로나 백신 개발 현황에 관한 보도에 주력하는 중인데요. 백신의 효능 향상과 부작용 차단 측면에서 볼 때, 여성에 대한 배려가 많이 부족합니다.

기자) 백신 개발 과정에 여성 배려가 부족하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위즈) 면역학자와 생리학자들 대다수가 남성이고, 백신 개발사와 연구소 고위층도 남성들로 채워졌잖아요.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만 들어서 언론이 보도합니다. 그러면 관련 연구가 남성 중심으로 진행되도록 하는 거예요. 여성은 남성과 신체 구조도 다르고 바이러스 반응 양상도 다른데도 말입니다. 백신이 나오면 남성들만 접종받습니까? 아니잖아요.

‘USA 투데이’ 엘리자베스 위즈(Elizabeth Weise) 기자. 사진=USA TODAY.
‘USA 투데이’ 엘리자베스 위즈(Elizabeth Weise) 기자. 사진=USA TODAY.

기자) 코로나 백신 개발 현황을 깊이 취재하고 계시는데, 언제쯤 백신이 일반에 보급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위즈) 아이고, 그걸 누가 알겠습니까? 식품의약국(FDA)에서 백신 정책을 관장하는 피터 막스(Peter Marksㆍ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장) 박사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년 늦봄이나 여름쯤이 될 거라고 해요. 하지만 그것도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최대한 추정 가능한 시점이라고 설명합니다. 현재 미국 정부가 지원하거나 협력하는 백신 개발사 네 곳에서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데요. 아직 포괄적으로 확신할 만한 자료가 나온 곳이 하나도 없습니다. 물론, 의료진 등 일부에 한정된 긴급 사용 백신은 먼저 나올 수 있다고 하지만, 일반 보급 시점은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기자) 이제 ‘언론 자유’ 이야기를 해보죠. 미국 사회의 언론 자유도를 1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 점이나 주시겠습니까?

위즈) 9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여전히 ‘자유 언론’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유 언론은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존립하는 데 필수입니다. 그게 바로 미국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있는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이 국민의 적’이라고 말했지만, 실제 그렇게 믿고 있다고 보진 않아요. 그 말은 단지 정쟁 과정에서 나온, 과장된 구호였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미합중국이 가진 자유 언론은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밝게 빛나는 자산입니다.

기자) 미국 언론이 그렇게 자유롭다고 자신하시는 근거는 뭡니까?

위즈) 기자들이 권력의 눈치를 안 보고, 사실이 아닌 걸 당당하게 대중에 알릴 수 있잖아요. 백신 문제만 놓고 봐도 그래요. 정부 고위층이 연내에 일반 보급한다고 말했지만, 언론은 전문가 검증을 받아 ‘그렇지 않다’고 보도하잖아요. 제가 백신 조기 보급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를 쓸 때마다, 독자들로부터 증오 섞인 전자 우편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왜 정부 말을 믿지 않느냐’, ‘미국을 파괴하려는 거냐’ 이런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언론이 권력의 탄압 없이, 또한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보도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이 미국입니다. 자유 언론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 이게 바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겁니다. 미국의 언론 자유에 9점을 줄 수 있다고 아까 말씀드렸는데, 10점 만점을 줘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기자) 이제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북한에서 VOA를 듣는 분들을 포함한 세계인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은 뭔가요?

위즈) 언론의 역할 중에 가장 중요한 게 ‘감시’입니다. 감시가 없는 곳에서는 일이 제멋대로 굴러가기 마련이에요. 그 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언론이 붙잡아주는 겁니다. 하지만, 그게 없는 곳이 세계에 많습니다. 그런 곳들을 언론학 용어로 보통 ‘뉴스 사막(news desert)’ 또는 ‘미디어 사막(media desert)’이라고 표현합니다. 거기 사는 사람들은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한 뉴스를 접하지 못하고 있는 건데요. 이런 사람들이 줄어들도록, 자유 언론을 세우고 키우는 일을 지지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오늘은 미국 유일 전국신문 ‘USA 투데이’의 엘리자베스 위즈 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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