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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코로나로 바뀐 LA 꽃 시장...뉴욕시민들 안전한 귀가 운동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코로나로 바뀐 LA 꽃 시장...뉴욕시민들 안전한 귀가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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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미국에서 꽃시장이 가장 호황일 때가 2월이라고 합니다. 2월에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밸런타인데이’가 있는데, 이날 미국인들이 꽃을 많이 선물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올해는 2월 꽃시장이 예년 같지가 않다고 합니다.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때문인데요. 특히 미국에서 코로나 상황이 가장 나쁜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다른 이유로 꽃 수급이 힘들다고 합니다.

LA의 대표적인 꽃 시장 ‘캘리포니아 플라워 몰’에 장례식용 꽃꽃이들이 전시돼있다.
LA의 대표적인 꽃 시장 ‘캘리포니아 플라워 몰’에 장례식용 꽃꽃이들이 전시돼있다.

“첫 번째 이야기, 코로나로 달라진 LA 꽃시장 풍경”

미 서부의 대도시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대표적인 꽃 시장 ‘캘리포니아 플라워 몰’.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가게들 선반 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예년 같으면 많은 꽃만큼이나 많은 사람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텐데, 올해는 분위기가 한산한데요. 꽃 시장 상인인 마크 채토프 씨는 이때까지 장사하면서 2월이 이랬던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습니다.

예년 같으면 가장 많은 사람으로 붐비고 장사도 잘되는 달이지만, 올해 2월의 꽃시장은 밸런타인데이에 전하는 사랑과 감사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데 대한 슬픔으로 가득하다는 겁니다.

[녹취: 마크 채토프]

마크 씨는 꽃 수요가 아주 많긴 한데, 코로나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장례식 때 쓰이는 꽃 수요가 많다고 했는데요. 장례식에 쓰이는 꽃은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내는 데 대한 슬픔과 그 사람의 인생에 찬사를 담아야 하기에 복잡한 심경이 든다고 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꽃 시장도 호황이지만, 장례사업이야말로 지난해 봄 이후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요. 캘리포니아주는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많다 보니 유족들은 장례 일정을 잡으려면 몇 주를

기다려야 하고, 장례식용 꽃을 주문하는 데도 몇 주일이 걸린다고 합니다.

[녹취: 마리오]

LA 꽃시장의 상인인 마리오 씨는 지난 1년간 장례식 때문에 정신없이 바빴다고 했는데요. 장례식 용 꽃 주문이 하루에 10건에서 15건 들어온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꽃 상인인 애비게일 카르데나스 씨는 때로는 유족이 꽃 주문을 해도, 꽃 수급이 달려서 주문을 받지 못할 때도 있다고 했는데요. 꽃 사업을 하면서 이렇게 꽃이 없어 주문을 못 받았던 때는 없었다고 했습니다.

[녹취: 애비게일 카르데나스]

유족들이 울면서 꽃을 주문하러 가게 왔다가, 다시 또 울면서 나간다는 건데요. 장례는 치러야 하는데 꽃이 없으니 비통한 심정으로 간다는 겁니다.

꽃시장이 이렇게 바빠지기 전에는 아예 영업하지 못한 시간도 있었습니다. 코로나 방역 조처로 꽃 시장도 문을 닫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꽃 가게를 필수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다시금 문을 열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이후 꽃 생산량은 여전하지만, 수요가 워낙 많다 보니 꽃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하네요.

[녹취: 애비게일 카르데나스]

애비게일 씨는 이전처럼 많은 꽃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 것도 그렇지만, 가격이 많이 올라 힘들다고 했는데요. 한 예로, 작년에는 선물용 꽃병을 50달러 정도에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최소한 두 배는 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꽃 시장 상인들은 밸런타인데이가 지났다고 해서 예년처럼 꽃 수요가 크게 줄지는 않을 거라고 했는데요. 미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 바로 LA 쪽이다 보니, 장례식용 꽃은 여전히 많이 필요할 거라는 겁니다.

보통 꽃 선물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사랑이나 감사를 떠올리지만, 올해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데 대한 슬픔과 위로의 꽃들이 2월의 꽃시장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세이프웤스(Safewalks) NYC’의 자원봉사자들이 뉴욕 ‘부시윅(Bushwick)’ 지하철역 앞에 서 있다.
‘세이프웤스(Safewalks) NYC’의 자원봉사자들이 뉴욕 ‘부시윅(Bushwick)’ 지하철역 앞에 서 있다.

“두 번째 이야기, 뉴욕 시민들의 안전한 귀갓길을 지키는 ‘세이프웤스”

뉴욕 시민의 발이 바로 뉴욕 지하철입니다. 노선도 많고, 뉴욕 곳곳을 연결하다 보니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데요. 하지만 최근 들어 지하철역 인근에서 범죄 사건이 자주 발생하면서 지하철 이용객들 사이에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뉴욕의 일부 젊은이들이 지하철 이용객의 안전한 귀가를 돕기 위해 ‘세이프웤스(Safewalks) NYC’라는 모임을 결성했는데요. 지하철역 인근에서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는지 지키는 모임이라고 합니다.

[녹취: 피터 케리]

이 단체의 설립자인 피터 케리 씨는 이제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세이프웤스의 효과를 기대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라고 했는데요. 몇

달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 사람들이 달라진 변화를 볼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케리 씨는 ‘부시윅(Bushwick)’ 지하철역 인근에서 여성들이 공격당하는 일이 연이어 발생한 이후 세에프웤스를 결성하게 됐는데요. 이 역은 공사장도 근처에 있고 거리 가로등도 거의 없어 어둡기까지 하다고 하네요.

[녹취: 피터 케리]

5번째 괴한 공격 소식을 접하고 또 공격을 받아 심하게 멍든 여성의 사진을 보면서 뭔가를 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됐다는 케리 씨. 사건 이후 지하철역 입구에서 경찰이 며칠 동안 보초를 서면서 전단을 나눠주고 가해자 한 명을 검거까지 했지만, 케리 씨는 그렇게 한다고 해서 지하철역 범죄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녹취: 피터 케리]

그길로 자전거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가서 자전거를 세워두고는 그 근처를 왔다 갔다 했다는데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지 모르니 그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겁니다.

케리 씨는 뉴욕시에서 유명한 DJ로 얼리샤 키스와 같은 유명 가수와 같이 작업한 경험도 있고요. 또한, 사이버 전문가로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이끄는 젊은이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합니다.

유명인이지만, 자신의 시간을 내어 지하철역을 지키기 시작하자 주위 친구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이 일에 동참하기 시작했는데요. 노아 니아리 씨 역시 세이프웤스에 동참하고 있는 자원봉사자였습니다.

[녹취: 노아 니아리]

자원봉사자들도 다들 뉴욕에서 일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일주일에 최소한 한 번은 만나려고 노력한다는 겁니다. 노아 씨는 또 부시윅 지하철역 근처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일주일에 최소한 한, 두 번은 지하철역에 나와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하철역을 지키는 세이프웤스 자원봉사자들을 보면 경찰처럼 제복을 입거나 무기를 갖고 있지도 않고요. 그냥 동네에 사는 청년들이 나와 서성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케리 씨는 자신은 물론 자원봉사자들 모두 경찰처럼 되려는 게 아니라며, 자신들의 임무는 그저 사람들이 지하철역에서 내려 안전하게 귀가하는 것을 돕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피터 케리]

보안력을 갖춘 전통적인 방식의 순찰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그건 남자들의 생각에서 여성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이라며, 자신들은 무엇보다 여성들의 안전이 최우선이고, 여성들이 느끼기에 안전하다고 느끼는 방식을 따른다고 했습니다.

세이프웤스 측은 아직 자신들의 활동이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더 많은 지역에서, 더 다양한 방식으로 뉴욕 시민의 안전한 귀가를 도울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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