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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코로나 이겨내는 자전거 클럽...25주년 맞은 워싱턴 퍼펫 가게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코로나 이겨내는 자전거 클럽...25주년 맞은 워싱턴 퍼펫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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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을 강타하면서 미국인들 삶에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사람들이 잘 만나지 못하다 보니, 고립과 단절 그리고 불확실성에 우울감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Blue)’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는데요. 학교에 가지 못하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 역시 이런 코로나 블루를 경험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 동부 메릴랜드의 한 동네에선 아이들이 다 같이 모여 자전거를 타며 코로나 상황을 이겨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메릴랜드주 '프랭클린 파크 팰컨' 자전거 클럽의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메릴랜드주 '프랭클린 파크 팰컨' 자전거 클럽의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 코로나 블루를 이기는 자전거 클럽”

[현장음:자전거 클럽]

코로나 사태로 미국인의 취미 활동에도 변화가 좀 생겼습니다. 산책이나 달리기 또는 자전거 등 사람들 간 사회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야외 스포츠가 인기를 끌게 됐는데요. 메릴랜드의 한 동네에선 아이들이 집 밖에 나와 자전거를 타며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고,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이름하며 ‘자전거 클럽’이 결성됐습니다.

[녹취: 리암 샐저닉]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면서 딱히 할 게 없었다는 리암 군은 자전거를 차고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하는데요. 윗동네, 아랫동네 아이들이 자전거 타기에 합류했고 급기야 팀이 만들어졌다고 했습니다. 자전거야말로 코로나 시대에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것이었다고 하네요.

[녹취: 서맨사 스태닉]

서맨사 양은 집 밖에서 노는 게 좋다고 하는데요. 집 안에선 친구들과 함께할 수 없지만, 밖에선 친구들 얼굴도 보고 수다도 떨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아이들을 만나면 늘 뭔가 할 이야기가 있고 무엇보다 동네 아이들과 다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다는 것이 자전거 클럽의 좋은 점이라고 했습니다.

이 아이들이 결성한 자전거 클럽의 이름은 ‘프랭클린 파크 팰컨(Franklin Park Falcons)’으로 구성원을 보면 세발자전거를 타는 꼬맹이들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데요. 아이들은 항상 사회적 거리 두기를 염두에 두고 자전거를 탄다고 합니다.

아이들의 부모들 역시 대부분 코로나 사태로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며 건강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또 집에서 컴퓨터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휴식 시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전거 클럽을 무척 반기고 있었습니다.

[녹취: 애슐리 샐저닉]

애슐리 샐저닉 씨는 현재 집에서 일하고 있고 남편도 재택근무 중이라고 했는데요. 따라서 이렇게 코로나 사태 와중에서도 아이들이 밖으로 나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자전거를 탈 수 있어서 정말 좋다고 했습니다.

10여 명의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나오니, 거리가 꽉 찬 느낌인데요. 하지만, 요즘은 자전거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안전한 야외 운동인 자전거 타기가 주목을 받으면서 지난해 자전거 판매는 전년도와 비교해 75% 이상 급증했다고 하네요.

심지어 오래된 자전거를 수리하기도 쉽지가 않다고 하는데요. 수리 주문도 밀려들고 부품 공급도 달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찾다 보니 다른 사람이 타던 중고 자전거도 요즘은 새 자전거 못지않게 비싸다고 하네요.

[녹취: 밀리 필립스]

밀리 양은 자전거를 사려고 멀리 있는 상점까지 갔는데 거기엔 자전거가 남아 있긴 했지만, 자신에게 맞는 자전거를 찾을 수가 없었고, 주문을 하면 몇 주가 걸린다고 했다는 겁니다. 자전거를 사려고 가게를 전전하다 결국엔 아빠가 온라인에서 중고 자전거를 찾았다고 하는데요. 가격이 무려 500달러에 달했다고 합니다.

부모들은 하지만 자전거를 구하기 어렵고 또 비싸도, 자전거의 가치를 돈으로 따질 수 없다고 하는데요. 코로나로 인해 외출도 못 하고, 학교 공부도 온라인으로 하고, 격리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가 쌓이는 와중에 자전거야말로 아이들의 자유와 우정을 지켜주는 도구가 된다는 겁니다.

코로나로 인해 우울했던 2020년을 뒤로하고, 자전거 클럽 아이들은 희망찬 2021년을 향해 힘차게 또 페달을 밟고 있습니다.

워싱턴 지역 유일의 퍼펫 전문점 '퍼펫천국'의 주인 앨반 오둘라미 씨가 손님에게 퍼펫 설명을 하고 있다.
워싱턴 지역 유일의 퍼펫 전문점 '퍼펫천국'의 주인 앨반 오둘라미 씨가 손님에게 퍼펫 설명을 하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25주년을 맞은 워싱턴 유일의 퍼펫 가게”

퍼펫(Puppet)이라는 인형이 있습니다. 꼭두각시 인형이나 손가락에 끼우는 인형극용을 퍼펫이라고 하는데요. 이 퍼펫 인형은 일반 인형처럼 쉽게 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워싱턴 D.C. 지역에도 퍼펫 전문점은 딱 한 곳밖에 없는데요. 25주년을 맞은 이 퍼펫 가게의 이름은 ‘퍼펫천국(Puppet Heaven)’으로, 가게 이름답게 전 세계 다양한 퍼펫 인형이 가게 안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현장음: 퍼펫천국]

퍼펫천국에서 한 손님이 퍼펫 인형을 보고 있습니다. 광대 복장의 이 인형은 어른의 상반신만 한 키에 정교하게 잘 만들어졌는데요. 퍼펫 인형을 직접 조정해가며 재미있게 소개해주는 사람이 바로 이 가게 주인인 앨반 오둘라미 씨입니다.

오둘라미 씨의 설명에 푹 빠진 이 손님은 이 가게 단골로 손자들과 조카들에게도 퍼펫을 사줬고, 심지어 본인 것도 산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던 그레코]

던 그레코 씨는 자신의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바로 이 지하상가로 연결되면서 거의 매일 이 퍼펫 가게 앞을 지나다닌다고 했는데요. 인형의 종류도 다양하고, 늘 새로운 제품으로 진열대를 채우다 보니 지루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자주 이렇게 가게를 들러 인형 구경을 한다고 했습니다.

서아프리카 베냉 출신 이민자인 오둘라미 씨는 고향에 있을 때 인형 부리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1980년대 베냉의 TV 방송에 출연해 인형극을 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는데요. 1990년대, 주미 베냉 대사관의 초청으로 이곳 워싱턴에 오게 됐다고 했습니다.

[녹취: 앨반 오둘라미]

워싱턴 D.C.의 복지관에서 인형극 공연도 많이 했고, 애틀랜타 올림픽조직위원회의 초청을 받아 1996년 하계 올림픽에서도 인형극 공연을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공연하면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고 하는데요. ‘미국인들은 아이들을 위한 걸 좋아하니 퍼펫 가게를 열어 전 세계 퍼펫을 들여와 보자’라는 생각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문을 열게 된 퍼펫 가게엔 워싱턴 지역뿐 아니라 미 전역에서 손님들이 찾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요즘은 인터넷으로 퍼펫 인형을 살 수 있지만, 인형을 조정하는 건 쉽지 않다고 하는데요. 오둘라미 씨는 손님들을 위해 인형 부리는 법도 가르쳐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앨반 오둘라미]

인형들이 다 자기 자식 같고 그래서 인형과도 함께 논다는 건데요. 아이들에게 퍼펫을 보여주고 또 어떻게 인형을 부리는지 설명해주는 것이 즐겁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미래이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고 했는데요. 퍼펫 인형극은 유럽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예술이지만, 사양길로 접어들었다는 겁니다.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인형이 소리도 내고 움직이기도 하니 이제 퍼펫에 관심을 가지는 아이들은 많지 않다는 거죠. 오둘라미 씨는 하지만, 무슨 일이 있든 자신의 퍼펫 가게만은 꼭 지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퍼펫천국’엔 전통적인 꼭두각시 인형부터, 손가락 인형, 장갑 인형, 목각줄 인형, 그림자극 인형, 그리고 복화술용 인형까지, 모든 퍼펫 종류를 다 갖추고 있는데요. 가게에 들어가는 순간 정말 인형의 천국에 왔다는 걸 실감할 수 있습니다.

[녹취: 앨반 오둘라미]

오둘라미 씨는 모든 인형엔 교육적인 측면이 있다고 했는데요. 경찰관 퍼펫이 됐든, 간호사 퍼펫이 됐든,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모습을 한 이 퍼펫들을 통해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게 있다는 겁니다.

오둘라미 씨는 현재 자신의 가게에 정확히 몇 개의 퍼펫이 있는지 모른다고 했는데요. 인형이 팔리고 또 새로운 인형이 들어오고 하면서 수량이 늘 바뀐다는 겁니다. 오둘라미 씨는 하지만, 한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며, 그것은 바로 자신의 일에 대한 사랑이라고 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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