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코로나 대응 동참한 흑인 이발소...쓰레기 수거요원 어려움

2020.9.2 10: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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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코로나 대응 동참한 흑인 이발소...쓰레기 수거요원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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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미국 내 코로나 발병상황을 인종 별로 분석해보면 흑인이 백인보다 코로나로 인한 사망률이 4배가량 높다고 합니다. 그런데, 코로나 백신이 나올 경우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비율은 흑인이 백인보다 더 낮다고 하네요. 흑인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면서도 대처에는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그동안 흑인 사회에 뿌리내린 공공 보건정책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흑인들의 이런 생각을 바꾸기 위해 보건 전문가들이 특별한 곳을 공약하고 있다고 합니다. 

메릴랜드대학교 의료형평성센터의 스티븐 토머스 국장이 흑인 이발소에서 손님에게 코로나 백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 코로나 대응에 동참한 흑인 이발소”
 
[현장음: 프레드 스프라이 씨 이발소]

미 동부 메릴랜드주 켄싱턴에서 흑인 전용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프레드 스프라이 씨는 흑인들에게 있어 이발소는 마치 사랑방 같은 곳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프레드 스프라이]

자신이 머리 손질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친구이자 가족이고, 낯선 사람이 와도 머리를 자르다 보면 금세 친구가 된다는 겁니다. 

손님들 역시 미용실에 와서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듣는다고 했는데요. 이렇게 손님과 이발사의 친밀한 관계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문화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습니다. 

[녹취: 스티븐 토머스]

메릴랜드대학교 ‘의료형평성센터’의 스티븐 토머스 국장은 미국 역사에서 흑인 이발소는 흑인들의 피난처이자 성지라고 했는데요. 따라서 사람들이 서로 신뢰하는 바로 이곳, 이발소를 코로나 대응을 위한 발판으로 삼았다고 했습니다. 

[녹취: 스티븐 토머스]

흑인 사회에서는 의사 가운을 입은 의사가 찾아와 돕겠다고 하면 믿지 말라는 게 구전처럼 전해지고 있다는 건데요. 흑인들이 비도덕적인 의료 실험에 동원되는 등 과거 미국 사회에 만연했던 인종차별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토머스 국장은 따라서 흑인들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률이 백인보다 훨씬 높음에도 불구하고, 백신에 대해서 더 회의적이라고 했습니다. 

[현장음: 이발소 대화]

토머스 국장은 이날도 이발하러 온 손님들에게 백신이 나오면 꼭 맞아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었는데요. 아직 손님들 반응은 좀 냉담했습니다.

하지만 토머스 국장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흑인 이발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는데요. 지난 10여 년간 흑인 이발사들을 보건 홍보 요원으로 세우는 일을 해왔다고 했습니다. 

이발소를 찾는 손님들에게 이발사가 후천성면역결핍증, 에이즈나 심장병, 암 등에 대해 알릴 수 있도록 한다는 건데요. 이런 병은 백인보다 소수 인종이 훨씬 더 발병률이 높다고 하네요. 

토머스 국장의 이런 노력은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이발사인 프레드 씨는 이발소를 찾았던 한 손님이 암 검진을 한 후, 실제로 암 종양이 발견됐고 제거 수술을 받았다고 하네요. 

[녹취: 프레드 스프라이]

프레드 씨는 손님의 생명을 구하고, 어쩌면 손님의 죽음으로 인해 가족들이 깊은 슬픔에 빠질 수 있었던 걸 조기에 예방할 수 있었다며 보람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토머스 국장은 또 이발사와 미용사들이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거짓 정보를 차단하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제 곧 날씨가 추워지면 독감이 유행하고, 독감으로 인한 코로나 위험성이 훨씬 높아질 텐데요. 손님들에게 독감 예방주사를 맞을 것을 권유하는 것이 이발사들의 새로운 임무라고 합니다. 

[녹취: 스티븐 토머스]

토머스 국장은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며 흑인들이 독감 예방 접종을 받지 않으려는 이유도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으려는 이유와 같다고 했는데요. 공포와 불신 때문이라는 겁니다. 

토머스 국장은 하지만 이발소에서 이발하고 수염을 손질하면서, 또 신뢰하는 이발사의 말을 들으며 흑인들의 생각도 변화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폐기물 처리업체 '리퍼블릭 서비스' 직원이 쓰레기 수거차를 소독하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코로나 위험에 직면한 쓰레기 수거 요원들”  

코로나 사태로 특히 수고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코로나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매일같이 쓰레기를 수거해가는 쓰레기 수거 요원들도 그중 하나인데요. 하지만, 쓰레기는 갈수록 늘어만 가는데 충분한 보호 장치는 갖추지 못해 폐기물 처리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걱정이 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디니타 글렌]

미 동부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의 쓰레기 폐기시설에서 일하는 디니타 글렌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오면 감사하기보다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했는데요.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현장 직원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핸스 크리스텐슨]

페어팩스 카운티의 핸스 크리스텐슨 운영국장은 직원이 직접 코로나에 감염됐거나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어서 일을 나오지 못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에서 고형 폐기물 처리에 종사하는 사람은 40만 명이 넘는데요.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사람들이 집에만 머물면서 일반 주택의 쓰레기가 25% 정도 늘어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처리 요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녹취: 데이비드 비더만]

북미 고형폐기물협회의 데이비드 비더만 씨는 만약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아 길거리에 하루 이틀만 쌓여있어도 심각한 공중 보건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했는데요. 쓰레기에는 각종 병균이 묻어있고, 비가 내리면 외부로 흘러내릴 수도 있다는 겁니다.

역학 전문가들은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 때문에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더 높은 건 아니지만, 지역 사회를 돌아다니다 보니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기회가 더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전국적으로 폐기물 종사자들이 충분한 보호장비를 갖추지 못한 실정인데요. 미국에서 두 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리퍼블릭 서비스(Republic Services)’ 측은 좀 더 안전한 작업환경을 원하는 직원들의 요구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녹취: 피트 켈러]

피트 켈러 리퍼블릭 서비스 부회장은 코로나 사태 초기에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와 적절한 개인 보호장비도 마련했고 매일 여러 차례 소독도 하고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하지만 노조 측은 회사의 이런 노력은 인정하지만, 추가적인 혜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척 스틸스]

코로나 감염 위험으로 자가 격리를 했던 직원들이 음성 반응을 받으면 일을 못 나온 날은 병가나 휴가 날로 대처해야 했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은 아픈 사람도 일을 나오게 한다며, 코로나로 인한 추가적인 10일 유급 휴가를 요구하고 있다고 노조원인 척 스틸 씨는 밝혔습니다. 

쓰레기 수거 요원 같은 필수직종을 대변하는 측은 단순히 감사한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하는데요. 

[녹취: 데이비드 비더만]

북미 고형폐기물협회의 비더만 씨는 일부 지역에선 쓰레기 수거 요원들이 추가적인 위험수당도 받고 있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일 뿐, 산업계에 이런 관행이 아직 자리 잡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녹취: 디니타 글렌]

폐기물 처리시설에서 일하는 디니타 씨 역시 관련 종사자들은 이런 특별 혜택을 받을 만하다고 강조했는데요. 코로나 시대, 그간 별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쓰레기 수거 요원들의 수고를 이제는 제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