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매미를 시에 담는 시민들...코로나 시대의 힐링

2021.6.22 3:0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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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매미를 시에 담는 시민들...코로나 시대의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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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미 동부 지역은 요즘 매미 소리로 시끄럽습니다. ‘브루드 X’이라고 불리는 매미가 17년 동안의 땅속 생활을 끝내고 밖으로 나왔기 때문인데요. 수십억 마리의 매미는 나무 위에 뿐 아니라 도로에도 깔려있고요. 지나가는 차나 사람 몸에 붙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그런데 오랜 기간 매미에 관해 관찰해오던 워싱턴 D.C.의 한 신문 칼럼니스트는 이렇게 17년 만에 찾아온 매미 떼의 습격을 보면서, 매미에 대한 시를 쓰는 공모전을 기획했는데요. 과연 워싱턴 D.C. 시민들은 매미를 보며 어떤 시상을 떠올리고 있을까요?

매미 시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는 워싱턴포스트 신문의 칼럼니스트 존 켈리 씨가 자신의 셔츠에 달라 붙은 매미를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 매미를 시에 담는 시민들”

[현장음: 존 켈리]

워싱턴포스트 신문에 기고문을 올리는 존 켈리 씨가 자신의 집 마당을 걷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매미 한 마리가 날라와 켈리 씨 셔츠에 딱 달라붙는데요. 켈리 씨는 익숙한 듯 자신의 손가락 위에 매미를 올려놓습니다. 

매미는 물지도 않고 벌처럼 쏘지도 않기 때문에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는 켈리 씨는 신문 칼럼니스트이자 지난 수십 년간 매미에 대해 연구하고 관련 글을 써온 매미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녹취: 존 켈리]

켈리 씨는 매미의 일생에 매료됐다고 했는데요. 17년을 땅속에 있다가 세상 밖으로 올라오는 것도 신기하지만, 올라올 때를 어떻게 아는지, 한 마리도 아닌 수십억 마리가 어떻게 동시에 땅 위로 기어 올라오는지, 마치 한 편의 공상과학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겁니다. 

또 유충으로 있다가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 나무줄기나 가지에 의지해 탈피하는 과정은 흡사 외계인이 나오는 영화의 한 장면 같다는데요. 그렇게 탈피한 매미는 성충이 되어 하늘로 날아오른다는 겁니다.

성충이 된 수컷 매미는 또 시끄럽기로 유명한데요. 수컷 매미는 복부의 막을 진동 시켜 큰 소리로 울면서 암컷을 유인하죠. 매미가 내는 울음소리는 100dB에 이르기도 하는데요. 그러니까 잔디 깎는 기계나 전기톱이 내는 소리 만큼이나 시끄러운 겁니다. 

켈리 씨는 이렇게 신비한 매미의 매력을 신문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독자들을 대상으로 매미에 관한 시를 쓰는 공모전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녹취: 존 켈리]

켈리 씨는 자신의 이메일로 독자들로부터 시가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각운이 딱딱 들어맞는 좋은 시가 한 편 있다며 읽어주기도 했습니다. 

[녹취: 존 켈리]

“내 삶의 목적은 짝짓기라네. 데이트를 하기 위해 노래한다네. 하지만 이웃은 내 노래를 싫어한다네. 그리고 나는 다람쥐에게 잡아먹힌다네.”

간결하지만, 매미의 슬픈 일생을 잘 담아낸 시 같은데요. 켈리 씨는 공모전에 당선될 수 있는 시는 바로 이런 점을 담고 있어야 했습니다.

[녹취: 존 켈리]

일단 재미있어야 하고 기발하고 또 뭔가 가슴 아픈 내용의 시를 최고로 본다고 했는데요. 독자들이 땅속에서 17년을 지내고 지상에선 단 몇 주만 살다 사라지는 매미의 일생을 잘 그려내기를 바란다는 겁니다. 켈리 씨는 뿐만 아니라, 매미의 가슴 아픈 일생을 통해 우리 인간들이 배울 점도 있을 거라고 했는데요. ‘땅 위에서의 짧은 인생,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 이런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는 겁니다.

켈리 씨가 진행하는 매미 시 공모전에는 수백 편의 시가 이미 접수됐는데요. 우승자는 유력 신문인 워싱턴포스트에 실리는 영광을 얻게 된다고 합니다. 

미 동부 지역에선 매미가 너무 많아서 매미 요리를 메뉴에 올리기 시작한 식당들도 있고요. 각종 매체에선 매미로 간식거리를 만드는 법이나 아이들이 매미와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방법이 소개되기도 하는데요. 미국인들은 이렇게 매미를 먹고, 보고, 그리고 시도 쓰며 17년 만에 돌아온 매미들을 즐기고 있습니다.

ASMR 블로거 리사 씨가 자신의 ASMR 영상에서 손가락으로 두피 긁는 소리를 내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코로나 시대, 위로의 수단이 된 ASMR 비디오”

요즘 인터넷 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재 가운데 하나가 ASMR입니다. 지금은 대중적인 소재이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주 생소한 용어였는데요. ASMR은 ‘자율 감각 쾌락 반응(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영어 약자로,  청각과 시각, 촉각, 후각, 혹은 인지적 자극에 반응해 나타나는 심리적 안정감이나 쾌감 따위의 감각적 경험을 일컫는 말이죠. 

비 오는 날, 창에서 빗물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나, 조용한 교실에서 연필 소리가 사각사각 나는 걸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것도 ASMR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2010년부터 이 ASMR를 다루는 영상은 온라인상에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머리를 긁거나, 손톱으로 천을 긁거나, 물을 컵에 따르는 소리 등 일상적인 환경의 소리에 사람들은 귀 기울이기 시작했고
특히 이 ASMR 비디오들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사람들의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ASMR 비디오 연구가인 크레이그 리처드 셰넌도어대학 교수는 이런 비디오가 인기가 많은 이유는 사람들이 심적인 안정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크레이그 리처드]

ASMR는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기 훨씬 전부터 존재했다는 건데요. 다만, 최근 유튜브 비디오들은 생활의 여러 상황을 ASMR로 재현해 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온라인 미디어 매체인 ‘바이스(Vice)’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기간, ASMR 비디오는 급격하게 증가했는데요. 

[녹취: 엘레나 모리스]

언론인인 엘레나 모리스 씨는 팬데믹 초기, 사람들은 현실 세계에서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걸 인터넷이나 유튜브에서 찾아보다가 우연히 ASMR을 경험하게 됐는데, 실제로 이 비디오들이 도움이 됐다는 겁니다. 

리처드 교수는 ASMR 비디오는 사람들이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을 주고 불면증이나 불안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의료적 대체재는 될 수는 없다고 했는데요. 

[녹취: 크레이그 리처드]

ASMR이 도움이 되는 거지, 치료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아플 때 먹는 아스피린과 비슷하다고 했는데요. 아스피린도 치료제라기보다는 고통을 완화하는 약이기 때문에 아스피린을 먹는다고 고통의 근원이 사라지는 건 아닌데요. ASMR 비디오들 역시 사람을 치료할 수는 없지만, 도움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리처드 교수는 하지만, 모든 사람이 ASMR에 똑같은 반응을 보이진 않는다고 설명했는데요. 과학자들 역시 그 이유를 현재 연구 중이라고 했습니다. 

ASMR 비디오를 제작해 올리고 있는 리사 씨는 어떤 비디오는 시청자들에게 안정이나 평안을 주기 보다는 짜증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리사]

ASMR은 아주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에겐 마치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것 같이, 듣기 싫은 소리일 수도 있다고 했는데요. 한 예로 본인은 손톱으로 천을 긁는 소리를 아주 좋아하지만, 본인의 남자친구는 그 소리를 싫어한다고 했습니다. 

지난 10년간 ASMR 비디오들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고, 현재 유튜브에서는 수천만 개의 ASMR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팬데믹 기간 어디 나갈 수도 없고, 딱히 스트레스를 풀 수도 없는 상황에서, ASMR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