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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언론인 대담] LA타임스 '아시안 담당' 기자, 앤 도


[여성 언론인 대담] LA타임스 '아시안 담당' 기자, 앤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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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시간입니다. 저는 오종수입니다. 미국은 땅덩어리가 커서, 다양한 지역 언론이 발달했습니다. 그중에는 전국적인 영향력을 가진 매체들도 있는데요. 서부 최대 신문인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가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LA 타임스에서 아시아계 주민 사회 현안들을 담당하는 앤 도(Anh Do) 기자를 오늘 초대했습니다. 지금 바로 이야기 듣겠습니다.

LA타임스 '아시안 담당' 기자, 앤 도.
LA타임스 '아시안 담당' 기자, 앤 도.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VOA 한국어 방송 청취자들께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도)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앤 도입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메트로(Metroㆍ지역 사회부) 담당이고요. 주로 아시아계 주민 사회의 현안에 대해 취재하고 있습니다.

기자) 메트로 담당 기자로서 아시아계 주민 사회를 주로 취재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슨 뜻입니까?

도) 각 ‘커뮤니티(communityㆍ사회적 집단)’와 개인들이 어떻게 충돌하고, 또 연대하는지에 관한 기사를 쓰는 거예요. 미국 사회에서는 이런 게 주로 인종들 사이의 관계로 나타나죠. 그중에서 저는 아시아 출신 인종 집단을 집중 취재하는 겁니다. 언론에 발을 들인 지 딱 28년을 넘겼어요. 그중에 LA 타임스에서 일한 건 8년이 조금 더 됐습니다.

기자) 기자가 되기로 결심하신 계기는 뭡니까?

도) 제가 신문사 집안에서 자랐어요. 저희 아버지께서 미국 최초의 베트남어 신문사 창업자시거든요. ‘누이 비엣 데일리 뉴스(Nguoi Viet Daily News)’라는 신문사인데, 1978년 12월에 세우셨어요. 그래서 저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도와야 했습니다.

기자) 어떻게 도우셨습니까?

도) 처음엔 저희 신문이 주간지로 시작했어요. 매주 금요일에 발간했습니다. 독자들에게 우편 배송하는 방식이었고요. 그래서 저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독자 주소가 적힌 쪽지를 신문에 붙이는 작업을 했어요. 스티커(접착물) 방식으로 할 돈이 없었기 때문에, 일일이 종이에 풀을 붙여서 했었죠. 그걸 다하고 나면, 신문 활자 잉크가 계속 묻어 제 손이 새까매졌어요. 그렇게 주소를 다 붙인 신문을 우체국에 가져가는 일도 제 몫이었고요.

기자) 육체노동 중심이고, 기자 업무와는 별 상관이 없었던 것 같은데요?

도) 그러다가 어린이 섹션 기사를 쓰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아주 어린 나이에 기자로서 ‘정체성’을 형성했던 거죠. 그리고 제가 수학을 정말 못 했거든요. 하지만 글 쓰는 건 자신 있었어요. ‘기자’로서의 저 자신을 바라보면, 뭐랄까 ‘존재감’과 ‘마음의 평온’ 같은 걸 찾을 수 있었어요.

기자) 그 베트남어 신문사가 아직도 운영 중입니까?

도) 아직도 운영 중입니다. 물어봐 주셔서 감사해요. 현재 미국 내 최대 베트남어 신문으로 자리 잡았고요. LA 인근 지역인 오렌지카운티에 본사가 있습니다. 오렌지카운티는 지구상에서, 베트남 땅 밖에 베트남계 주민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에요.

기자) 그럼 베트남어와 영어를 능숙하게 쓰는 ‘이중언어’ 구사자시군요?

도) 사실 제가 20대 때, 멕시코에 살러 가서 5년 동안 생활한 적이 있어요. 당시 현지 언어(스페인어) 집중 과정을 대학에서 수료했습니다. 그리고서 멕시코 일대와 중남미의 다양한 국가들을 여행했어요. 쿠바를 거쳐 페루까지요. 그래서 스페인어도 할 줄 알아요. 말하자면 ‘삼중언어’를 구사하는 거죠. 제가 태어난 곳은 베트남의 사이공이니까, 베트남어가 모국어이고요, 영어는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 와서 배웠고, 스페인어를 나중에 익힌 겁니다.

기자) 그렇게 다양한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게, 취재ㆍ보도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됩니까?

도) 물론입니다. 이곳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의 최대 소수인종 사회가 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계 사회와 베트남어를 쓰는 베트남계 사회거든요. LA 타임스 기자로서, 그 두 집단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제가 ‘메트로’를 담당하는 이유입니다.

기자) 여러 소수 인종 사회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실 텐데, 지금까지 쓴 기사 중에 가장 맘에 드는 건 뭡니까?

도) 기사의 선호도에 관한 철학과 기준이 저한텐 없어요. 모든 이야기가 소중하거든요.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취재원들이 저한테 일부러 시간을 내주시기 때문에 기사를 쓸 수 있는 거잖아요. 한 사람 한 사람이 살아가는 일단을 저와 공유해 주시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영광인지 모릅니다.

기자) 대형 특종이든 평범한 단신이든 별도의 가치를 두지 않으시는 거군요?

도) 그렇습니다. 1면 머리기사로 나갔든, 섹션 뒤쪽으로 밀렸든, 저한텐 모두 중요한 기사들이에요. 뉴스라는 게 사실은 ‘사람 사는 이야기’거든요. 제 취재 담당 분야인 소수계 사회 구성원들은 (LA 타임스 같은) 주류 언론과 접촉할 일이 드물어요. 그분들 입장에선 정말 신경 쓰이는 일일 텐데, 협조해주시는 게 정말 고맙죠.

기자) 취재원 입장을 깊이 생각하시고 있네요.

도) 네. 그래서 저는 기사가 나오면 제 차에 신문을 싣고 다니면서, 취재원들께 갖다 드려요. ‘당신이 해준 얘기가 이렇게 기사화됐다’, ‘기사 제작 의도와 방향은 이런 것이었고, 당신의 참여가 이렇게 반영됐다’고 설명해드립니다.

LA타임스 '아시안 담당' 기자, 앤 도.
LA타임스 '아시안 담당' 기자, 앤 도.

기자) 그런 과정을 통해 28년 이상 언론 경력을 이어오셨는데, 여성으로서 겪는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도) 그건 지역마다 좀 사정이 다른 것 같아요. 제가 사는 캘리포니아 남부의 경우, 미국 어느 곳보다 다양성이 큰 곳이에요. 그래서 인종이나 성별 같은 출신 배경에서 오는 어려움은 그다지 없었습니다. 게다가 저희 LA 타임스는 ‘보도 방향’에서도, ‘내부적’으로도, 여성계를 매우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어요.

기자) ‘보도 방향’은 기사를 확인하면 되는데, ‘내부적’으로 여성 문제에 적극적이라는 건 어떻게 설명해주시겠어요?

도) 지금 코로나 사태에서 아이들이 학교를 안 가잖아요. 대개 집에서 원격 수업을 하니까요. 그래서 여성 근무자들은 회사 일도 돌봐야 하고, 아이들도 살펴야 하는 어려움이 가중됩니다. 그래서 저희 신문사에서 보육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여성 근무자들이 일하는 시간도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어요.

기자) 이제 ‘언론 자유’ 이야기를 해보죠. 미국 사회의 언론 자유도를 1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 점이나 주시겠습니까?

도) 아마 7.5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태어난 베트남이나, 제가 다녀봤던 제3세계 국가들에 비하면 미국의 언론 자유 사정은 훨씬 낫죠. 하지만, 언론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아직 많아요. 특히 소규모 언론, 즉 이민 사회 매체나 지역 매체들의 경우, 정치적 입장에 따라 줄 서게 만드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거든요. 특정한 목소리를 내도록 말입니다.

기자) 정치적 입장에 따라 매체들을 줄 세운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슨 뜻입니까?

도) 퍼거슨에서 일어났던 일(경찰의 흑인 총격 사건)이나 최근의 조지 플로이드 씨 사건, 브리아나 테일러 씨 사건 같은 걸 놓고, 극단의 논조를 펼쳐야 특정 집단의 지지를 받는 거예요. 작은 매체들은 특정 집단의 지지를 발판으로 살아남으려 하는 거고요. 그래서 보도 방향이 한쪽으로 쏠리게 됩니다.

기자) LA 타임스같이 큰 매체들은 그런 문제에서 자유롭습니까?

도) 저희 신문사는 ‘다양성 위원회(diversity committee)’를 구성했어요. 메트로 부서 안에도 ‘보도 위원회’를 만들었고요. 인종 문제 관련 사안에서 객관성을 확인하는 장치를 둔 겁니다. 그리고 ‘기자 조합’이 고위 편집 책임자들과 만나, 현안에 관해 토론하는 과정이 있어요. 기사가 공정하고 불편부당하게 나가도록, 해당 현안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겁니다. 이런 것들을 통해, 최종적으로 신문에 찍혀 나갈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를 더욱 균형 잡힌 쪽으로 조정합니다.

기자) 예를 들면, 어떤 단어가 최근 검토 대상이었습니까?

도) 경찰이 시민을 총격한 사건이 났을 때 이걸 ‘경찰 폭력’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 사안마다 검토했어요. 또 항의 시위 와중에 벌어진 무질서 행위 등을 어디까지 ‘약탈’이나 불법 활동으로 볼 건지, 다각적으로 점검했던 일이 있습니다.

기자) 베트남 태생 미국 언론인으로서, 현재 미국-베트남 관계를 어떻게 보시나요?

도) 와아, 그건 제 견해를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다만 저희 독자들의 여론은 전해드릴 수 있는데요. 캘리포니아의 베트남계 주민 사회는 공산주의에 항거해 탈출해 오신 분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베트남 정부에 비판적이에요. 그건 플로리다의 쿠바계 주민 사회가 쿠바 정부에 비판적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음… 제 입장에서는, 베트남이 속한 남중국해 일대에서 앞으로 폭발적인 뉴스들이 많이 나올 걸로 보고 대비하고 있습니다.

기자) 이제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북한에서 VOA를 듣는 분들을 포함한 세계인들에게,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에 관해 어떤 말을 해주시겠습니까?

도) 지속적인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은 우리가 누려야 할 자유 가운데 가장 소중한 것들이니까요. 그만큼 싸울 가치가 있는 겁니다. 매일 매일의 삶에서 싸워야 합니다. 정부 당국자가 당신의 자유를 억압하고 감시한다면, 일어나서 권리를 요구해야 합니다.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오늘은 미국 서부 최대 신문, LA 타임스 소속 앤 도 기자의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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