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언론인 대담] ‘베테랑 야구 기자’ 에이미 구티에레스

2020.7.23 12:25 오전
라디오
[여성 언론인 대담] ‘베테랑 야구 기자’ 에이미 구티에레스
방송 시작 시간
This program has ended and is being processed for playback.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시간입니다. 23일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MLB)가 드디어 개막합니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지난봄에 시즌을 시작하지 못하고, 넉 달 가까이 미뤄진 일정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최고의 메이저리그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에이미 구티에레스 NBC스포츠 기자와 함께합니다. 구티에레스 기자는 탁월한 스포츠 보도 활동을 통해, 텔레비전 방송 최고 영예인 ‘에미상(Emmy Awards)’을 여러 차례 수상했는데요. 지금 바로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미국 NBC 스포츠의 에이미 구티에레스 기자가 에미상 스포츠 보도부문 트로피를 들고 있다.

기자) 안녕하세요, 시즌 개막 앞두고 바쁘신 중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VOA 한국어 방송 청취자들께 자기소개를 해주시죠.

구티에레스) 네. 저는 에이미 구티에레스(Amy Gutierrez)입니다. 제 성씨인 ‘구티에레스’가 길고 발음이 좀 어려워서, 그냥 ‘에이미 G’라고 부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방송 자막에도 이름이 그렇게 나가고요. 인터넷 사회연결망에 저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모인 팬 페이지에서도 ‘에이미 G’로 통하고 있습니다. 

기자) 야구광들은 구티에레스 기자를 ‘미국 3대 야구기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습니다. ‘폭스 스포츠’의 켄 로젠탈(Ken Rosenthal) 기자, 그리고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톰 베르두치(Tom Verducci) 기자와 함께 말이죠. 동의하십니까?

구티에레스) 하하하하, 영광이죠.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은 있는데요, 제가 그분들과 동급으로 꼽힐 인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더 잘하라는 격려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기자) 처음부터 야구를 전문 취재 분야로 삼으셨던 건가요?

구티에레스) 아뇨. 텔레비전 방송에 몸담은 게 25년째인데요. 제작을 지휘하는 프로듀서로 시작했어요. NBC에서 종합 뉴스팀에 있었는데요. 사건ㆍ사고도 다루고 정치 보도도 했습니다. 그런데 스포츠와 야구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일할 때도 계속 관심이 그쪽으로만 가더라고요. 대학 때 배구선수였거든요. 지금도 직접 축구를 해요. 

기자) 운동선수 출신이라서, 자연스럽게 스포츠 기자로 방향을 바꾸신 거군요?

구티에레스) 네. 2001년쯤에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폭스 스포츠(Fox Sports)’에서 직접 카메라 앞에 서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원래 프로듀서여서 ‘막후’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는데, 이제 ‘전면’에 나서게 된 거죠. 그 뒤로 메이저리그 전문 방송 ‘MLB 네트워크(MLB Network)’ 등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현재 캘리포니아 북부를 거점으로 하는 ‘NBC 스포츠 베이 에이리어’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팀 전담 보도를 하고 있어요. 전국 방송 스포츠 프로그램에도 정기적으로 출연하는 중이고요, 책도 몇 권 냈습니다. 

기자) 지금까지 야구를 보도하시면서, 가장 좋았던 경험은 뭡니까?

구티에레스) 아, 너무 많아요. 자이언츠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는 걸 세 번이나 제가 현장에서 보도했잖아요. 그리고 맷 케인 선수가 퍼펙트게임(완전 경기)을 하는 것도 직접 방송했고요. 그런 위대한 선수들의 숨소리를 현장에서 듣고, 그들과 몸을 부딪치면서 일한 건 저의 자랑거리이고요. 평생 기억으로 남을 겁니다. 특히 우승 직후에 선수들이 라커(탈의실)에서 샴페인을 터뜨릴 때, 아무나 들어갈 수 없잖아요? 제가 거기 있었던 거, 잊을 수가 없지요. 

기자) 그럼 가장 안 좋았던 순간은요?

구티에레스)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하는 실수라든가, 생방송 중에 장비 작동이 잘못되는 일, 자주 일어나잖아요. 아찔했던 순간이 셀 수 없어요. 몇몇 큰 실수들은 지금도 생각만 하면 얼굴이 화끈거려요. 그런 사건들이 일어날 때마다 저를 더 겸손하고, 더 나은 기자로 만들어줬던 것 같아요. 

기자) 어쨌든 야구 기자로서는 최고의 순간들을 모두 경험하셨는데, 여성으로서 현장에서 인정받는 과정이 순탄했습니까?

구티에레스) 음. 여자라서 유리한 점이 있어요. 사람을 대하기가 보다 수월하니까요. 특히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모두 남자들이잖아요. 남자가 마이크를 들이댈 때보다는 여자가 마이크를 가져갈 때, 더 솔직하고 속 깊은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요.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접근법과 배려심 같은 것들이, 스포츠 현장을 보도하는 데 이점이 있는 거죠. 

기자) 그럼 취재 현장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나, 어려움은 전혀 겪지 않으신 겁니까?

구티에레스) 아뇨. 저도 어려움을 겪었죠. 언론계가 남성 중심적인 곳이란 건, 스포츠 취재 분야라고 다르진 않아요. 보도 내용 등에 대해, 남자라면 받지 않았을 혹독한 비판이 시청자들로부터 날아오기도 했고요. 회사 내부에서 평가하는 잣대도 남자와는 다른 경우가 허다했어요. 남자들은 이런 심정 잘 모를 거예요. 직장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에 차별받거나 불이익을 겪는 일이 우리처럼 많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했어요. 

기자) 어떻게 마음을 단단히 먹었던 겁니까?

구티에레스) ‘이게 내 갈 길이야, 내 밥벌이이고, 다른 덴 갈 데가 없어’ 이렇게 아침마다 거울 보고 다짐했어요. 피할 곳을 없애버린 거죠. 오늘 출근해서 어떤 어려움을 겪더라도 이겨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습니다. 그리고 ‘나는 반드시 스포츠 방송을 선도하는 사람이 될 거야’ 이런 그림을 그렸어요.

기자) 그럼 지금까지 20년 넘도록 방송 현장에서 바라본 미국의 언론 자유 현황,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구티에레스) 스포츠 분야만 놓고 보면 10점 만점에 10점이에요. 하지만 언론 전반으로 범위를 넓히면, 최근 몇 년 사이 점수가 떨어지고 있는 게 확실해요. 불행하지만 인정해야 할 현실입니다. 

기자) 미국의 언론 자유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보시는 이유는 뭡니까?

구티에레스) 정부가 언론을 대하는 태도를 먼저 지적하고 싶어요. 이전보다 적대적인 게 확연하잖아요. 언론 자유를 해치는 또 다른 원인은 ‘가짜뉴스’들이에요. 출처를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그럴듯한 언론 매체의 보도처럼 포장돼서 인터넷에 돌아다니잖아요. 또 정치인들은 이걸 자기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활용하고 있고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기자) 정부의 태도와 ‘가짜뉴스’가 언론 자유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하셨는데, 기존 매체들의 책임은 없습니까?

구티에레스) 있어요. 온라인 소통이 활성화하다 보니까, 언론 매체들이 그릇된 정보를 걸러 낼 능력을 잃어가고 있어요. 속보 경쟁이나, 자극적인 기사로 인터넷 조회 수를 높이느라, 꼼꼼히 사실 확인을 거쳐 기사를 충분히 숙성시키지 않는 거죠. 이건 다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기자) 묵직한 과제를 던져주셨는데, 야구 이야기로 돌아가죠. 메이저리그가 기존 팀당 162경기에서, 이제 60경기로 시즌을 축소해 가까스로 열리게 됐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이 여전한 가운데, 시즌 끝까지 잘 운영될까요?

구티에레스) 저는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입장입니다. 선수들이 모두 건강하게, 짧은 시즌을 잘 마칠 수 있을 걸로 봐요. 왜냐면 시즌 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철저히 하도록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제도와 장비를 마련했고요. 경기장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같은 포괄적 방역 대책도 철저히 지키도록 했어요. 요즘 진행 중인 연습경기 중계 보셨죠? 선수들이 홈런을 치고 돌아와도 포옹하거나 몸을 부딪쳐 환영하지 않고, 가볍게 손바닥만 맞대는 시늉을 하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선수들이 힘차게 뛰는 모습이, 코로나 봉쇄 때문에 지친 미국인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믿습니다. 

기자) 메이저리그 시즌 개막이 미국 사회 전체에 활력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시는 거군요?

구티에레스) 네. 미국은 야구를 사랑하니까요. 그리고 스포츠는 사람들을 치유하는 기능이 있어요. 미국뿐 아니라, 메이저리그 개막을 손꼽아 기다려온 세계인들에게도, 성공적인 시즌 운영으로 보답할 수 있을 걸로 기대합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런 치유가 필요해요. 잘 될 겁니다. 

미국 NBC 스포츠 방송의 에이미 구티에레스 기자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션 던스턴 선수를 인터뷰하고 있다.

기자) 그럼 올해 메이저리그 최종 결승전인 월드시리즈에서 어느 팀이 우승할까요?

구티에레스) 자이언츠가 다 이겨버릴 겁니다! 그렇게 당연한 질문을 하시다니요. 하하하. 이건 제 바람이고요. 객관적으로 말씀드리면, 올해는 짧은 시즌이라 변수가 많아서, 딱히 전망하기가 어렵네요. 

기자) 좀 전에 ‘미국은 야구를 사랑한다’고 하셨는데, 미국 사회에서 야구가 가지는 의미는 뭡니까?

구티에레스) 야구는 곧 ‘전통’이에요. ‘추억’이고, ‘역사’예요. 그리고 ‘우리(미국인)의 것’이에요. 봄이 되고 여름이 되면 미국인들은 가족과 함께 밖으로 나가죠. 그 목적지가 야구장이었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저도 그렇고요. 아이들 손을 잡고 야구장에 가서 가족이 시간을 보내는 것, 이게 미국의 전통 중 하나입니다. 미국에서 마치 민요처럼 부르는 오래된 노래 중에 ‘나를 야구장에 데려가 주세요(Take Me Out to the Ballgame)’라는 곡도 있잖아요.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조르는 거예요. 야구장 가고 싶다고.

기자) ‘미국을 하나의 추억으로 묶어주는 게 야구다’, 이런 말씀인가요?

구티에레스) 그렇죠. 우리 미국인들은 각자 출신 배경이 달라요. 태어난 곳, 사는 곳, 언어, 인종, 이런 게 다 다른데, 이런 차이들을 묶어서 하나의 미국으로 만들어주는 게 야구입니다. 야구장에서는 ‘야구’라는 단 한 가지 언어만 사용하니까요. 

기자) 아쉽지만, 대담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향후 계획을 밝혀주시죠.

구티에레스) 건강하고, 똑똑하고, 예쁜 제 아이들을 계속해서 잘 키우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보도 활동 관련 계획을 염두에 두고 물으신 것 같은데, 답변에 실망하셨겠네요. 하지만 저한텐 가족이 제일 중요해요. 10대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데요. 지금 이런 코로나 사태 와중에 사춘기를 맞았기 때문에, 우리 어른들보다 더 힘들 거예요. 이 아이들이 안전하게 잘 자라도록 지켜주고 싶어요. 

기자) 보도 활동 관련 계획도 한 말씀 해주세요.

구티에레스) ‘기왕 일하는 거 재밌게 하자’ 이게 제 신조입니다. 앞으로도 저는 재미있게 일할 거고요. 제 보도를 봐주시는 시청자들께도 제가 느끼는 만큼의 재미와 즐거움을 전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겁니다. 

기자) 북한에서 이 방송을 듣는 분들과 세계인들에게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에 관해 해주실 말씀이 있다면, 어떤 겁니까?

구티에레스) 우선 ‘언론 자유’는요, 권력자들의 행동에 책임을 지게 만드는 ‘필수 요소’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언론이 자유롭게 말하고 질문하는 게 제한된 곳들이 아직도 지구상에 많이 있어요. 그곳의 사람들은 하고 싶은 말을 했을 때 보복당할 우려를 안고 사는 거죠. 우리는 미국에서 그런 걱정 안 하고 살잖아요. 우리와 같은 자유를 모든 세계인이 누려야 정상입니다. 그런 자유를 얻기 위해 일어서는 용기를 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가서 쟁취하라’고요. 자유는 가만히 있으면 손에 쥐여주는 선물 같은 게 아니에요. 투쟁하고 싸워야 합니다. ‘양성평등’에 대해서도 같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기자) 민주주의가 자리 잡지 않은 곳에서는 그런 투쟁이 쉽지 않을 텐데요?

구티에레스) 여성과 소수인종 같은 약자들이, 서로 지지해줘야 해요. 세계적인 연대를 말하는 겁니다. 억압받는 곳의 사람들이 힘을 내도록 외부에서 도와주는 거죠. 모두가 하나로 뭉쳐 팀을 이뤄서 싸우면, 자유를 가로막는 거대한 벽은 무너질 겁니다.  

기자)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즌 말미나 끝난 뒤에 또 이야기 나누시죠.

구티에레스) 좋습니다. 그때까지 잘 지내시고요. 중간중간 서로 연락해요.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오늘은 에이미 구티에레스 메이저리그 전문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