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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A 뉴스] “영진위 ‘암살자들’ 예술영화 불인정…‘정치적 결정’ 비판”


[VOA 뉴스] “영진위 ‘암살자들’ 예술영화 불인정…‘정치적 결정’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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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을 다룬 미국 영화 ‘암살자들’에 대해, 한국에서 이 영화를 예술영화로 볼 수 없다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한국 내 인권단체와 영화계에서는 정치적 결정으로 사실상 상영 금지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김시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김형진 / 영상편집: 김정호)

2017년 2월, 말레시이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벌어진 김정남 피살 사건을 재구성한 미국 라이언 화이트 감독의 영화 ‘암살자들’입니다.

지난해 1월 미국 내 독립영화제 ‘선댄스 영화제’에서 처음 대중에 공개됐던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암살에 연루된 두 여성의 관점에서 이들의 증언과 사건 후 국제적 파장, 인권의 가치 등을 조명한 것으로, ‘로튼토마토’ 등 국제적 영화 평점 사이트에서 만점에 가까운 호평을 받았습니다.

배급사 측은 한국 내 정식 개봉을 준비했는데, 한국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달 이 영화를 예술영화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결정해 통보했습니다.

이에 따라 영진위가 지원하는 극장과 대형멀티플렉스 극장 등에서의 상영이 어렵게 됐습니다.

허은도 / 서울 명보아트시네마 대표

“영진위에서 지원해 주는 극장이 40곳 정도 됩니다. 그리고 특정 멀티플렉스에서 자체 운영하는 극장이 30곳 정도가 되고요. 그 극장들에는 다 들어갈 수 없고… 아무래도 다큐멘터리 영화이기 때문에 일반 개봉관 가면 길어야 1주일 정도 상영하고 다 내려 버리죠.”

배급사 측은 예술영화 불인정 이유조차 제대로 설명듣지 못했다며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지난주 제1회 락스퍼 인권영화제를 주최하면서 납북 일본인 메구미 씨의 삶을 다룬 일본 영화와 함께 암살자들을 한국 내에서 처음 상영한 북한인권단체 물망초 측도 한국 영화진흥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매우 정치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박선영 / 사단법인 물망초 이사장

“사실이냐 아니냐 너무나 문제가 많았고 논란의 중심에 섰던 ‘다이빙벨’이라고 하는 그 영화도 다큐멘터리 판정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영진위는 이유도 대지 않고 예술영화가 아니라는 판정을 했어요. 북한의 심기를 건드리는 모든 표현의 자유를 다 지금 억압 중이거든요. 그런 관점에서 이 영진위의 등급을 못 받았다라고 하는 것은 100% 정치적 결정이죠.”

영화 ‘암살자들’의 배급사 측은 영진위에 예술영화 인정 재심사를 신청했고 영진위 측은 이달 말 정기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학계에서는 이번 사안은 비상업 영화를 보호하고 장려하기 위해 만든 제도의 본 취지에서 벗어나 사실상 상영 기회를 제한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강한섭 / 서울예술대 교수

“예술영화 인정 심사는 기본적으로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같은 비상업적 영화들에 더 많이 상영의 기회를 주기 위한 제도입니다. 실질적으로 이 영화의 상영의 기회를 제한하고 더 나아가 상영금지에 해당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정책을 영진위가 결정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 문화 상품으로서의 영화 ‘암살자들’을 유통 판매하는 데 있어서 영진위가 사실상 불공정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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