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아시아계가 모여드는 마을...'마른 몸' 편견 깬 요가강사

2020.1.21 7: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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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아시아계가 모여드는 마을...'마른 몸' 편견 깬 요가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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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김현숙입니다. 아시아 대륙에서 비교적 가까운 미국 서부에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부 지역에서도 유난히 아시아인이 많이 몰리는 곳이 있는데요. 미 서부의 대도시 로스앤젤레스에서 동쪽으로 30여 km 떨어진 곳에 있는 ‘샌가브리엘밸리(San Gabriel Valley)’입니다. 이 지역에는 약 50만 명의 아시아계가 거주하고 있고요. 지역 내 9개 도시는 아시아인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수도라고 불리는 샌가브리엘밸리를 찾아가 보죠.

미국 샌가브리엘밸리의 아시아 상점들.

“첫 번째 이야기, 아시아인들이 몰려드는 미 서부 샌가브리엘밸리 ”

[현장음:샌가브리엘밸리]
영어 약자로 SGV 라고 불리는 샌가브리엘밸리. 여기에서 30년을 산 마이크 초우 씨는 5살 때 부모님과 타이완에서 이민을 왔습니다. 초우 씨 가족이 자리 잡은 곳은 아시아계가 다수 인종을 이루는 ‘월넛’시 였습니다.

[녹취: 마이크 초우]
“부모님이 미국에 도착하셨을 당시에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셨거든요. 그렇다 보니 아시아계 인구가 가장 많은 ‘월넛’시는 부모님이 정착하기 정말 좋은 곳이었습니다. 상점들도 다 가까이 있고요. 모국에서 살던 곳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끼셨을 거예요. 다른 지역에서보다 훨씬 쉽게 미국에 적응하실 수 있었습니다.”

SGV에 이렇게 아시아계가 많아지기 시작한 건 지난 1970년대 타이완에서 이민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입니다. 이런 이민 물결은 초우 씨 가족이 정착한 1980년대까지 이어졌죠.

초우 씨는 현재 부동산 중개 일을 하고 있는데요. 초우 씨가 이끄는 팀은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중개인들로 구성돼 있다고 합니다. 록산 솅 씨 역시 중국어를 하는 중개인입니다.

[녹취: 록산 솅]
“저의 고객들은 대부분 중국어를 쓰는 분들이세요. 다들 이 지역에 살고 있거나, 여기서 일하거나 공부하고 있는 분들이시고요. 가끔 미국에 부동산 투자를 목적으로 찾아오는 고객들도 계세요.”

과거에 타이완 이민자들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 10년~15년 사이에는 중국 본토에서 온 이민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솅 씨 역시 중국 출신으로 미국 대학원으로 유학 왔다가 미국에 정착한 경우라고 하네요. 솅 씨는 SGV가 아시아인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록산 솅]
“여기서는 모두가 중국말을 구사합니다. 또 은행이나 우체국, 상점도 다 걸어서 갈 수 있고요. 영어를 못해도 먹고 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또 캘리포니아 남부의 포근한 날씨와 미국 내 다른 도시들에 비해 비교적 아시아 대륙과 가깝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라고 하는데요. 특히 중국의 고층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은 SGV에 와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고 했습니다.

[녹취: 록산 솅]
“보시면 알겠지만, SGV에는 단독 주택들이 많습니다. 널찍한 집에 정원이나 마당도 갖추고 있죠. 아파트에 살 때처럼 위층, 아래층을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어요.”

SGV에는 중국이나 타이완 외에 동남아시아 이민자들도 많이 찾고 있습니다.

[녹취: 애니 슈]

필리핀에서 이민 온 부동산 중개인 애니 슈 씨는 필리핀 공용어인 타갈로그어와 중국어, 중국 방언인 호킨어, 그리고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했는데요. 슈 씨는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시아나 남아시아 이민자들이 주 고객이라고 했습니다.

슈 씨에게 집 구매를 의뢰한 샤바나 칸 씨는 인도에서 온 이민자로 마당이 있는 단독 주택을 찾고 있었는데요. 미 동부의 대도시 뉴욕에서 SGV로 이사 올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샤바나 칸]
“뉴욕은 물론 대도시만의 역동성 같은 게 있죠. 그런데 여기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생기면 서부 캘리포니아처럼 좋은 곳이 없는 것 같아요. 특히 이곳 SGV는 정말 마음에 듭니다.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니까요.”

다양한 아시아인이 공존한다는 말은 곧 사회경제적 상황도 다양하다는 걸 의미합니다. 민간 단체인 ‘아시아미국인정의강화연대(AAJ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SGV 에 거주하는 불법 이민자는 5만8천 명에 달하고요. 아시아계 이민자의 약 1/3은 저소득층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녹취: 록산 솅]
“무작정 이민을 오거나, 미국에 와서도 안정적인 직업을 찾지 못하는 이민자들이 있습니다. 또 영어가 안 되다 보니, 모국에서 하던 일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일을 하는 이민자들도 있죠. 이런 경우는 결코 이상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이런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인들이 비교적 쉽게 미국에 적응할 수 있다 보니 SGV의 아시아계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플러스사이즈 요가 강사인 제서민 스탠리 씨가 자신이 가르치는 수강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세상의 편견을 깬 플러스사이즈 요가강사”

요즘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체력 단련 운동이 요가입니다. 요가는 인도에서 시작된 일종의 정신 수련인데요. 몸과 정신을 동시에 단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요가를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요가를 가르치는 강사들은 마르고, 군살 없는 몸매로 사람들의 운동 욕구를 자극하는데요. 최근 미국에선 살집 있는 몸에, 큰 덩치도 아랑곳하지 않고, 요가 실력을 뽐내는 요가 강사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미 남부 조지아주 사바나에서 요가를 가르치는 제써민 스탠리 씨도 일명 플러스사이즈 요가 강사입니다.

[녹취: 제써민 스탠리]
“제가 요가를 하러 들어가면, 어떻게 이렇게 뚱뚱한 사람이 요가를 하냐는, 편견이 가득한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전 당당히 나왔어요. ‘왜, 뚱뚱하면 요가를 못하나요? 뚱뚱한 사람도 여러분이 하는 것과 똑같이 다 할 수 있답니다.’”

스탠리 씨는 비만인 자신의 몸을 사랑한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삶도 사랑할 뿐 아니라 요가 수강생들을 가르치며 바쁜 일상을 보낸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했습니다. 뚱뚱한 자신을 바라보는 세상의 편견에, 꿈을 이루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적도 있었습니다.

[녹취: 제써민 스탠리]
“요가는 모든 사람을 위한 운동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요가라고 하면 백인이거나 날씬한 사람, 여성 또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이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하죠. 이 범주에 들지 않는 사람은 요가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스탠리 씨는 어느 순간, 미디어가 보여주는 편견 때문에 꿈을 이룰 생각도 못 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이후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는데요. 그러자 삶의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스탠리 씨가 찍어 올린 요가 영상이 인터넷 소셜미디어를 통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게 됐고 많은 대기업이 함께 작업해보자고 나오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녹취: 도리타]
“스탠리 씨는 다르니까요. 전형적인 요가 강사와는 달라요. 본인 스스로가 자신의 다름을 포용하죠. 요가를 하면서 축 저진 배나 뚱뚱한 몸을 언급을 해요. 다른 요가 수업에선 상상도 못 할 일이죠. 그런데 이런 몸에 대한 솔직함이나 진실함이 정말 필요한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스탠리 씨 요가 수업을 좋아합니다.”

다른 수강생들 역시 스탠리 씨 수업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요가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했는데요. 스탠리 씨는 더 많은 사람이 요가를 접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으로 요가를 가르치는 응용프로그램, 앱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앱의 이름이 ‘The Under Belly’ 즉 ‘아랫배’라고 하네요.

[녹취: 제써민 스탠리]
“앱 이름을 일부러 아랫배라고 지었습니다. 사람들이 보통 가장 감추고 싶어 하는 신체 부위가 아랫배잖아요. 그런데 실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힘을 낼 수 있는 곳이 바로 아랫배랍니다.”

세상의 시선을 이겨내고 자신의 몸을 당당히 드러낸 스탠리 씨는 자신을 통해 더 많은 여성이 자기 자신에 대한 편견을 깨고, 세상의 고정관념과 싸울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