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문제와 관련한 미국 정부의 성명에 대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시도가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를 깨기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취약성을 우려하며, 대북 지원을 위한 제재 면제 등의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겠다는 성명을 연이어 발표했습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 주민들이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에 취약하다는데 깊이 우려한다며, 미국과 국제 지원·보건 기구들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하고 격려한다는 내용을 성명에 담았습니다.

몇 시간 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같은 내용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고, 유엔주재 미국대표부는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대북 제재 면제 요청을 신속히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미 국무부 당국자들의 북한에 대한 언급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나온 이들 성명은 이례적인 것은 물론, 그 배경에도 큰 관심이 쏠렸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에 대한 ‘굿 윌 제스처’ 즉, 선의의 행동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Well I think even a year or so when Special Envoy Stephen Biegun...”

클링너 연구원은 1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약 1년 전 당시 대북특별대표였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과 만나 대북 인도주의 지원의 장애물들을 없애려 노력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식량과 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에 대한 (대북) 제재는 없는 상태이고, 마찬가지로 모든 유엔 결의와 미국의 법률도 인도적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면제 규정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국무부의 입장에선 이번에도 북한이 미국의 발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길 바랐을 것이라고 클링너 연구원은 밝혔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VOA에, 현재의 교착 상태에서 북한이 더 절박해진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겐 ‘도발’과,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잡는’ 두 가지 선택지가 놓이게 된다고 전제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후자, 즉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선임연구원] “The US government has remained in an engaged mode...”

미국 정부는 계속해서 대화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고,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구실을 만들어준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방향을 바꾸는 건 (현재 처한) 취약한 상황 때문에 내린 결정이 아니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스나이더 연구원은 강조했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대화 분위기를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미국의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t does keep the atmospherics in the right place for the resurrection of diplomacy...”

미국의 발표가 비핵화 문제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을 수 있지만, ‘외교’를 되살린다는 관점에서 올바른 분위기를 유지하도록 한다는 겁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이 미국의 ‘제스처’를 잘 받아들인다면 최소한 훈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번 ‘선의의 제스처’로 북한이 방향을 바꾸고, 미국과의 관여에 나서는 등의 큰 변화를 보일지 여부에 대해선 회의적이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과거의 사례를 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In the past, they’ve rejected even South Korean humanitarian assistance of...”

과거 북한은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려던 5만t에 달하는 쌀을 거절한 것은 물론, 한국과의 어떤 대화 제의도 거부했다는 겁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이 최근 미국의 어떤 대화 제안에도 응답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를 지낸 에이브러험 덴마크 우드로 윌슨센터 아시아 국장은 미국의 이번 성명을 계기로 약간의 전술적 전환이 있을 수 있겠지만, 큰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덴마크 국장] “If it’s desperate for international aid, it may encourage Kim...”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한동안 조용히 있겠지만, 핵 문제에 관한 북한의 전략적 방향이나 현 정치체제를 유지하는 측면에서는 미국의 대북 지원정책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겁니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미국의 이번 발표는 미-북 대화나 비핵화 문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자누지 대표] “I think that the humanitarian issues should be, and traditionally have been separate...”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미국의 대응은 전통적으로 정치안보 문제와 별개로 다뤄져 왔고, 계속해서 그래야만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의 이번 입장은 인도적 문제가 사실상 비핵화 진전과는 별개라는 생각을 오히려 강화하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자누지 대표는 말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진전이나 대화에 동력을 불어넣는 것과는 관련이 없으며, 북한의 전략적 계산법 또한 바꾸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다만 자누지 대표는 이번 발표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의사를 표명해 온 한국과 중국과 일종의 일치점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자누지 대표] “I also believe it will bring the United States into closer alignment with South Korea and China...”

자누지 대표는 한국과 중국이 현 제재 상황 속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 앞에 놓인 장벽에 우려를 표명해 왔다며, 미국의 이번 제스처는 이들 두 나라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을 조금 더 가깝게 만드는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