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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뉴욕 중환자실 의사] “보호장비 여전히 부족...젊은 환자들 많아 주의해야”


7일 미국 뉴욕의 한 병원.
7일 미국 뉴욕의 한 병원.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와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가장 심각한 뉴욕시의 병원들은 계속 초비상 상황입니다. 특히 의료진도 열악한 개인보호장비로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고,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사망자 가족의 오열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뉴욕 중심가의 M병원 중환자실에서 레지던트로 근무 중인 한국계 내과의사 김권수 씨는 VOA에, 20~30대 감염자와 사망자도 늘고 있다며, 특히 외출을 삼갈 것을 당부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9일 김 씨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반갑습니다. 김 선생님, 지금 병원의 상황은 어떤가요?

김) “우선 환자들이 많기도 하지만, 위중한 환자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제가 중환자들에서 근무하니까, 1~2명 빼고는 모두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그런 환자들을 더 수용하기 위해서 중환자실 비슷한 병실을 더 열고 있습니다. 저희 병원뿐 아니라 다른 뉴욕의 병원도 모두 최대한 환자들을 수용하기 위해서 없는 병실을 계속 열고 있는 중이고, 벤틸레이터(인공호흡기)도 많이 모자란 상황입니다.”

기자) 의료진도 상당히 바쁘시겠군요.

김) “12시간 교대 근무를 합니다. 하루에 두 팀으로 나눠서 낮과 밤으로. 그런데 강도가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일의 분량이 정말 상상을 초월합니다. 하루 종일 CPR 하다가 끝나는 날도 있습니다. 환자분들에게 심정지가 와서요.”

기자) 의료진 보호와 진단 장비 상황이 상당히 열악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개선됐나요?

김) “초창기에는 준비가 너무 안 돼 있어서 개인보호장비(PPE)나 이런 게 너무 없고 병원 측도 많이 당황했습니다. 의료진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은 조금씩 체계를 잡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보호장비가 모자라고. N95(마스크) 같은 경우는 지금 저희한테 5일에 한 번씩 지급하겠다고 병원에서 말하는데, 의료진은 그게 제일 불만이죠. 처음에 보호장비가 별로 없었을 때는 엄청 많은 의료진이 감염됐었습니다. 지금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데, 하지만 제가 아는 내과 레지던트 동료 7~8명이 양성이 나와서 자가격리를 하고 있습니다. 뉴욕시의 다른 병원에서 일하는 30대 레지던트 2명이 감염돼 사망했다고 지난주에 들었습니다. 그런 소식이 들리면 저희도 굉장히 두렵습니다.”

기자) 아, 안타깝습니다. 환자들 돌보는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김) “환자 가족이 병원에 올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감염 위험 때문에 모든 병원이 못 오게 하죠. 그러다 보니 모든 업데이트 상황을 전화로 설명해야 하는데, 가족분들이 얼마나 걱정되시겠어요. 전화가 굉장히 많이 옵니다. 사망하신 분들에게는 저희가 전화를 드리면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오열하는 소리를 들으면 저희도 가슴이 너무 아프죠. 그런데 저희가 전화기를 너무 오래 붙들고 있을 수 없어요. 다른 환자들을 케어해야 하고. 전화를 빨리 끊어야 하는 상황이 올 때마다 저희도 참 가슴이 너무 아프죠. 심적으로 너무 힘듭니다.”

기자) 많은 환자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으시겠지만, 그래도 기억에 많이 남는 환자나 상황이 있으신가요?

김) “아무래도 돌아가신 분들이죠. 어떤 분은 가족이 한 명을 빼고 다 멕시코에 사셔서 제가 전화로 사망하셨다고 하니까, 알겠다고 막 우시면서 저에게 감사하다고 하는 말씀을 하시는데, 너무 슬프더라고요. 가족은 못 오잖아요. 멕시코에서 뉴욕으로? 지금 비행기도 뜨지 않는데. 혹시 뜬다 하더라도 병원에서 시신을 얼마나 길게 보존할는지. 아마 24~48시간 안에 안 오면, 저희 병원은 그래도 양호하니까 그 정도까지 가다려 주지 보통 바로 병원 밖으로 옮깁니다. 그래서 시신을 볼 수조차 없는 마지막 작별 인사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을 보며 너무 안타깝습니다. 가끔 어떤 환자 가족은 페이스타임으로 환자를 멀리서라도 보여줄 수 없냐고. 그래서 간호사 분들이 페이스타임으로 방 밖 유리 너머로 이렇게 환자를 보여 주시면 막 우시고 그러는 모습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습니다.”

기자) 그럼 환자가 숨지면, 가족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 “저희 병원은 새로 만든 정책이 영안실 들어가기 전에 가족이 시신을 볼 수 있게 특정 장소에 24시간 시신을 둡니다. 만약 가족이 온다면 거기서 볼 수 있게 합니다.”

기자) 가족이 환자를 돌보지도 못하고 임종도 지켜보지 못한다? 참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중환자실에 노인뿐 아니라 20~30대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고요?

김) “네, 충격이었습니다. 20대가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큰 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가 아니면 내과에서는 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런데 20대가 감염으로 인해 인공호흡기를 달고 이틀 후에 사망하는 케이스는 정말 처음 봅니다. 경력이 많은 전문의들도 정말 드문 케이스라고 합니다. 모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대도 있지만, 30대 환자가 생각보다 특히 많습니다. 물론 20대 사망자도 나오고 있고요.”

기자) 시민들에게, 특히 젊은이들에게 어떤 권고를 하고 싶으신가요?

김) “한 번 걸려서 그 지경까지 갈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합니다. 돌아가신 분들 보면 병력도 없고 담배도 안 피우고, 아무런 병력 없는 정말 건강한 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감염돼 그렇게 될 줄은 아무도 예상 못 했죠. 아무래도 가장 큰 위중한 분들은 나이가 많은 분들이죠. 어쨌든 나이를 막론하고 우선은 필요 없는 외출은 자제해야 합니다. 제가 볼 때는 1~2달 정도 자제하시고, 답답하긴 하시겠지만, 밖으로 꽃을 보러 가고 이런 외출은 자제하시길 바랍니다.”

뉴욕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 중인 의사 김권수 씨를 전화로 연결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병원과 환자들 상황에 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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