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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신종 코로나 한반도 정세에도 영향


지난 6일 북한 평양에서 마스크를 쓴 행인들.
지난 6일 북한 평양에서 마스크를 쓴 행인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 정세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복병을 만났습니다. 이로 인해 북-중 관계와 남북관계가 얼어붙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북한의 전염병 방역을 도울 뜻을 밝혀 주목됩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북한과 한반도 정세에 차질과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은 인민군 창설 기념일인 2월8일 ‘건군절’ 행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1월 말까지만 해도 북한은 평양 동남쪽에서 8천여명의 병력을 동원해 열병식 준비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건군절 당일인 2월8월 평양에서는 열병식이 열리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경축 공연과 중앙보고대회 같은 행사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관영 `노동신문'은 9일 건군절을 맞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수대 언덕에 있는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 ‘꽃 바구니’를 바쳤다는 기사를 사진과 함께 실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이후 한 해도 빼놓지 않고 건군절에 군 관련 행보를 해왔습니다. 건군절 70주년인 2018년에는 대규모 열병식을 했고, 2017년에는 최대 규모의 ‘군종합동타격시위’를 참관했습니다.

지난해 건군절에는 인민무력성을 방문해 경축 공연을 관람하며 군의 사기를 북돋았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아무런 행사가 없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당초 열병식을 준비했던 북한 당국이 전염병 사태로 부담을 느껴 이를 취소했을 것이라고 말합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The regime is more concern potential…”

전염병은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활동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1월1일부터 2월 15일까지 모두 4번의 공개 활동을 했습니다. 연초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것을 비롯해 순천린비료공장 현지 지도(1월7일), 조선혁명박물관장 조문 (1월17일), 그리고 음력 설 공연 관람(1월25일)을 마지막으로 3주 가깝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평소 김정은 위원장은 2-3일에 한 번꼴로 공개 활동이나 현지 지도를 해왔습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전염병 때문에 공개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전 장관] ”북한은 방역 시스템이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일단 코로나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전파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예방 차원에서 밖에 나오지 않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북한의 민생경제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은 1월 말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압록강대교(조중우의교)와 10여 개의 북-중 통로를 차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트럭과 열차로 운반되는 북-중 물자 흐름도 끊겼습니다. 그 결과 400여개의 북한 장마당에서는 쌀, 밀가루, 식용유 같은 생필품 가격이 일제히 올랐습니다.

북한 내부 사정을 오래 관찰해온 일본의 북한 전문 매체인 `아시아 프레스' 오사카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입니다.

[녹취: 이시마루 지로 대표] “중국에서 들여오는 공업 제품, 신발, 의류품 같은 물건 자체가 없어지고, 장마당에서 파는 사람도 없고, 사는 사람도 없고, 비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영향이 커지고 있는데…”

북한은 2월4일 ‘비상방역지휘부’를 꾸리고 주민들의 이동을 금지시켰습니다. 또 평양 주재 각국 대사관소속 외교관들의 외출도 금지했습니다.

이로 인해 북한 주민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북민 출신으로 북한 내 지인들과 정기적으로 언락을 하고 있는 한국 김흥광 NK 지식인연대 대표입니다.

[녹취: 김흥광 대표] ”북한 주민들은 예전에 파라티브스나 사스 같은 세계적인 전염병을 목격했는데 지금 최고조로 완전 봉쇄를 하고 사람 이동도 못하게 하니까 바이러스 잡을려다 사람 잡는 것 아니냐며 불만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중 관계도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얼어붙었습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위로 서한을 보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이번 전염병 사태를 자기 일처럼 생각하며 한 집안 식구, 친혈육이 당한 피해로 여기고 있다고 하시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에 지원금을 보내셨습니다.”

이어 김 위원장은 3일 연하장을 또다시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보냈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과 별도로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왕후닝 공산당 중앙위 서기처 서기,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등에게도 연하장을 보냈습니다.

이는 북한이 중국에 밀착하려는 신호라고 강인덕 전 장관은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전 장관] ”간접적으로, 이렇게 위로 편지를 보내고, 우리도 할 수 있는 한 하겠다고 얘기를 한 것은, 시진핑으로 하여금 북한을 지원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게끔 간접적인 행위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관계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동결됐습니다.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제안했던 북한 개별 관광은 논의조차 제대로 안되고 있습니다.

또 북한은 전염병을 이유로 1월31일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가동도 중단시켰습니다.

이밖에 북한은 전염병을 방지하기 위해 금강산에 있는 한국 시설 철거를 당분간 연기하겠다고 남측에 통보했습니다.

주목되는 건 미국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계기로 북한에 손짓을 보내고 있다는 겁니다.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은 13일 인터넷 트위터에 “미국은 코로나바이러스 발병과 관련 북한 주민들의 취약성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국제 원조, 보건 기구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독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도 별도의 성명을 통해 미국이 대북 지원단체들의 원조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승인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과거에도 어려운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한 적이 있다며, 이것이 미-북 대화 재개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콧 스나이더 연구원] ”It could be an opening we have to wait and see...”

미국의 대북 유화 제스처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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