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주 주지사.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주 주지사.

전 세계 유행병으로 번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미-북 간 협력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가 밝혔습니다. 과거 유엔대사와 하원의원을 지내면서 북한과 여러 차례 협상에 나섰던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2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현 상황은 미-북 양측이 ‘소프트 외교’를 보여 줄 좋은 시기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신종 코로나’ 실태를 공개하고 미국 정부의 지원 제안에 응답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리처드슨 전 주지사를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계기로 꽉 막힌 미-북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내용의 글을 기고하셨습니다. 어떤 구체적 방안이 있을까요?

리처드슨) “현재 미-북 관계는 좋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가 문을 열고 신뢰를 구축할 방안 가운데 하나가 인도적 사안이라고 봅니다.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이 양국 간 신뢰 구축에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양국의 협력이 이뤄진다면 교착 상태인 미-북 대화에 물꼬를 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도움을 제안한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이 좋은 시작이라고 봅니다. ‘최소한의 것’을 기반으로라도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팬데믹’으로 선언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고, 분명 북한에도 타격을 줄 겁니다. 이와 관련한 미-북 간 협력 부분을 찾아 대화를 재개하고 역내 긴장을 완화해야 합니다. 더 바람직한 것은 이번 계기가 핵 협상의 ‘점프 스타트’가 되는 겁니다.”

기자) 하지만 북한은 발병 사례가 없다는 입장인데, 이 점은 어떻게 보십니까?

리처드슨) “확진자 여부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북한은 초기에 큰 조치들에 나섰지만, 현재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 영향권에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은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어요. 보건의료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고, 기본적인 의약품도 부족합니다. 게다가 국제사회의 제재로 경제적 타격이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식량 공급망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압니다. 북한은 일찌감치 국경을 차단했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지 않았다고 확언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기자) 말씀하신 신종 코로나와 관련한 미-북 간 협력은 어떤 그림입니까?

리처드슨) “미국, 혹은 세계보건기구(WHO) 내 외교 경험이 있는 전염병 전문의를 북한 측과 교환하는 방식 등입니다. 미국에도 부족 현상을 보이는 마스크 등 개인보호용품, 산소호흡기를 북한에 지원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 미국은 국경을 통해 들어오는 화물을 관리할 수 있는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북한은 수화물의 오염물질을 제거하거나 줄이는 방법에 대한 지침을 작성하는 데 도움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이런 미국의 역할은 ‘호의’(favor)가 아닌 인도적 지원 협력이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기자) 북한은 미국의 지원 제안에 묵묵부답입니다. 수 십 년 북한을 도와 온 미국 내 지원단체들에도 응답하지 않고 있어, 구호단체들이 상당히 답답해 하고 있습니다.

리처드슨) “이제 북한은 비밀스러운 그들의 사회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가 비껴갈 수 있는 나라는 없다고 봅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북한에 내부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와 구호단체, 각국 등 국제사회와 함께 인도적 노력을 기울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제가 운영하는 ‘리처드슨 재단’도 북한이 원한다면 도울 겁니다. 북한은 여러 해, 폭설과 화재 발생 시 저희에게 지원을 요청했었습니다. 식량, 의약품, 제설기, 심지어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등을 북한에 지원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 정부 차원에서 북한에 도움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공은 북한 쪽에 있는 겁니다. 북한은 반드시 이 같은 공동 노력 제안에 화답해야 합니다.”

기자) 전 세계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일시적으로 대북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어떤 입장이신가요?

리처드슨) “완전한 제재 해제를 지지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일정 부분 완화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제재 대상이 아닌 식량과 의약품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지금과 같은 비상시, 전 세계 바이러스가 창궐한 특수한 시기에는 이 외에 지원돼야 하는 물자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특별한 ‘제재 완화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염병 전문가와 정책 입안자들이 협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기자) 하지만 한번 완화된 제재를 다시 부과하는 ‘스냅백’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습니까?

리처드슨) “대북 제재 해제를 요청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도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발사 등 적대적인 행동을 우려합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어쩌면 미-북 간 소위 ‘소프트 외교’를 보여 줄 적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미국의 지원 요청이 선의의 제스처가 돼, 핵 협상을 재개할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빌 리처드슨 전 주지사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관련된 미-북 관계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