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에서 달러와 유로 등 외화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특히 북한에 암시장 환율로 달러화를 환전해주는 공식 환전소가 생겼다고 전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에서는 1990년대 사회주의 경제가 붕괴된 이래 미국 달러화와 중국의 위안화 등 외화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16일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탈북자들과 서방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이 외화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고난의 행군’이라고 하는 심각한 경제난을 겪었습니다. 식량 배급이 중단돼 1백만 명 이상이 굶어죽은 것은 물론 대부분의 공장과 기업소가 문을 닫았습니다.

중앙계획식 사회주의경제가 마비되자 북한에서는 ‘장마당’과 지하경제가 등장했습니다. 주민들은 국영상점이 아니라 장마당에서 식량과 옷가지 등 생활필수품을 구입하고 이 과정에서 달러와 중국의 위안화가 쓰이게 됐습니다.

신문은 북한 내 외화가 주로 중국과의 공식, 비공식 거래와 한국 내 탈북자들의 송금 등 두 가지 경로로 북한에 유입된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신문은 ‘한국에 정착한 2만3천 여명의 탈북자들이 연간 1천만 달러를 북한에 송금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달러와 위안화 같은 외화를 사용하는 장마당을 비롯한 지하경제가 점차 북한의 공식 경제를 대체해 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국영기업들도 공장을 돌리기 위해 지하경제에서 자재와 원료를 구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겁니다.

장마당과 외화 사용은 북한에서 정치적 문제로 비화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 2009년 11월 전격적으로 화폐개혁을 단행하면서 달러를 평가절하 하는 한편 장마당 폐쇄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화폐개혁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한국의 기은경제연구소 조봉현 연구위원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국가경제 활동의 70-80%가 장마당 등 시장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화폐개혁은 완전히 실패하고 말았다”고 말했습니다.

화폐개혁 실패는 북한 주민들의 외화 사용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화폐개혁 직후 심각한 물가 오름세를 경험한 주민들이 더 이상 북한 돈을 신용하지 않게 됐기 때문입니다.

신문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화폐개혁 이후 장마당 상인 뿐아니라 일반 주민들도 광범위하게 달러 등 외화를 쓰기 시작했다”며 시장에서 ‘미국 달러화가 북한 돈을 밀어냈다’고 전했습니다.

신문은 또 싱가포르에 본부를 둔 민간단체인 ‘조선교류(Choson Exchange)의 ‘제프리 시’ 대표의 말을 인용해 ‘외화만 받는 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즐기는 북한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신문은 특히 대북 구호단체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해 북한에 암시장 시세로 달러화와 중국 돈을 환전해 주는 공식 환전소가 생겼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유럽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외화 문제가 김정은 정권의 골치거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외화 사용과 장마당을 매우 싫어하지만 뭔가 경제적 업적을 보여줘야 하는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이를 용인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전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최원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