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남북한을 잇는 가스관 사업이 당사국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 막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이 이 사업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도 관심사입니다. 김연호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 주 러시아 방문 중 러시아와 한국을 잇는 가스관의 북한 영토 통과를 허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가스관 통과와 영토 임대 명목으로 막대한 수수료를 챙길 수 있고, 협상 결과에 따라서는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국에 지나치게 에너지를 의존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가스관 사업에 전보다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에 막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이 이 문제에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미국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이 가스관 사업에 대해 특별히 우려하는 분위기는 찾기 어렵습니다. 미 의회조사국의 딕 낸토 연구원입니다.

가스관 사업 덕분에 북한경제가 개발될수록 그만큼 중국산 원유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낸토 연구원은 북한이 송유관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양의 원유를 공급받고 있는 만큼 중국으로서는 느긋한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세계은행에서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총재의 북한 담당 자문을 맡았던 브래들리 뱁슨 씨는 가스관 사업이 앞으로 6자회담 재개 과정에서 중요한 협상 주제가 될 것이라며 중국도 이를 거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앞으로 핵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대북 경제. 에너지 지원과 관련해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성명에서 합의된  경수로 대신에 가스관 사업이 논의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겁니다.

뱁슨 씨는 경수로보다는 가스관 사업이 정치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덜하고 경제적으로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중국도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도 전문가들은 중국이 북한의 붕괴를 막기 위해 경제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스관 사업은 중국의 부담을 덜어주는 이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에너지 부문만 놓고 봤을 때는 가스관 사업이 반드시 중국의 환영을 받을 만한 사업은 아닙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처드 부시 박사입니다.

중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에너지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만큼, 중국의 에너지 기업들 사이에서 러시아의 천연가스가 남북한으로 가는 걸 반기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도 이 점을 지적하면서 앞으로 러시아가 중국과 한국, 일본을 상대로 에너지 공급을 어떻게 분배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가스관 사업의 실현가능성도 계속 지적되고 있는 사안입니다. 워싱턴의 보수성향 연구기관인 헤리티지재단의 데릭 시저스 박사입니다.

러시아가 중국 측에 에너지 사업 구상만 제안한 뒤 책임을 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북한도 국제적으로 신뢰를 받고 있는 나라가 아닌 만큼, 과연 중국이 가스관 사업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가스관 사업이 구체적으로 윤곽을 드러내면 중국의 에너지 기업들이 투자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