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식을 알아보는 ‘워싱턴 24시’ 시간입니다. 장래가 촉망되던 미국의 유력 공직자가 그만 말실수로 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바로 필립 크롤리 미국무부 차관보가 그 주인공인데요. 이밖에 바락 오바마 대통령의 교육과 총기 정책, 유타주에서 시도되는 반 이민법, 또 ‘그리드아이언’이라는 미국 정치실세들과 중진 언론인 모임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김현숙 기자 나와 있습니다.

문) 김현숙 기자 안녕하십니까,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가 최근 전격 사임했군요?

답)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는 그 동안 미국 국무부의 대변인으로 미국정책의 ‘발언대’ 역할을 해 왔었던 인물인데요. 최근 미 국방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개인적인 발언이 뒤늦게 문제가 돼 지난 13일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크롤리 차관보는 이날 성명을 통해서 “내 발언으로 인한 충격을 감안해 모든 책임을 지고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이자 대변인직에서 사임한다”고 밝혔습니다.

문) 크롤리 차관보가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을 한 것입니까?

답) 네. 지난 10일의 일이었는데요. 국방부에 대해 “터무니없고, 역 생산적이며, 어리석은” 조치를 취했다고 비판한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 같은 발언을 한 곳은 미국 보스턴에 있는 매사추세츠공대, 영어로 MIT라고 하는데요. 이곳은 겨우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소규모 행사장이었습니다. 이 발언은 당시 행사에 참석했던 영국 BBC방송사 소속 한 언론인에 의해 ‘블로그’라고 하는 인터넷 웹사이트에 올려져 일반에 알려졌습니다.

문) 그런데 미국 국방부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겁니까?

답) 네. ‘브래들리 매닝’이라는 이름의 미군 병사에 대한 군 당국의 가혹행위 논란 때문입니다. ‘위키리크스’라고 해서 얼마 전 저희 방송에서도 자세한 관련 보도를 전해 드렸는데요. 브래들리 매닝 일병은 이 폭로 전문 매체에 국무부 전문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아시다시피 이로 인해 국무부가 자체 주요 외교 노선 등이 그대로 노출돼 적잖은 곤경에 처했는데요. 매닝 일병은 이에 따라 현재 미 군 당국에 의해 8 개월 째 수감돼 있습니다.

문) 그런데 매닝 일병이 구체적으로 어떤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겁니까?

답) 네. 매닝 일병은 최근 워싱턴 DC 인근의 미 해병대 사령부가 위치한 버지니아 주 콴티코 미군기지 구치소로 이송돼 수감됐습니다. 그런데 그는 이곳에서 “지나치게 가혹한 상황을 겪어야 했다”면서 일례로 “‘자살 감시’라는 이유로 거의 벌거벗은 채 방치돼 심한 수치심을 느꼈다”고 그의 변호사가 주장했습니다.

문) 그러니까 크롤리 차관보는 군대의 구시대적인 가혹행위에 대해 비판한 것이군요?

답)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크롤리 차관보는 사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매닝 일병의 구금 상태에 대해 했던 말은 국가안보기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오늘 같은 환경에서 권력의 사용은 신중해야 하며 법집행과 미국의 가치는 일치해야 한다”고 말해 자신이 소신을 가지고 한 발언이었음을 시사했습니다.

문) 필립 크롤리 차관보는 어떤 인물이었습니까?

답) 네. 크롤리 차관보는 1999년까지 과거 26년간 미 공군으로 복무하다 대령으로 퇴임했습니다.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 당시에는 대통령의 국가안보담당 특별보좌관 등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크롤리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과 함께 공보담당 차관보로 임명돼 최근까지 일해 왔습니다. 크롤리는 원래 이달을 끝으로 해외 주재 미국 대사로 부임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일로 모두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문) 그렇군요. 오바마 행정부 입장에서는 결국 말실수로 인해 아까운 인재를 잃게 된 것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크롤리의 직속 상관이었던 국무부의 수장 힐러리 클린턴 장관은 성명을 통해서 “크롤리 차관보의 사임을 수용하는 것은 크게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크롤리 차관보가 지난 30여년 동안 군인과 민간인 신분으로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 국가를 위해 봉사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문) 다음 소식 알아보죠.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 교육개혁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군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의 모든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해 달라며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 의회에 교육 정책 개혁 법안을 주문했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은 “더 이상 학업에 뒤쳐지는 학생이 없고 미국이 국제 교육을 선도하는 입장에 서길 바란다”고강조했습니다.

문) 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어린이 낙오방지법’이 시행돼 오고 있지 않습니까?

답) 네. 영어로 ‘No Child Left Behind Act’가 그것인데요. 오바마 대통령은 이 낙오방지법이 좀 더 책임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또 보다 많은 성과물을 낼 수 있도록 개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와 함께 교사들은 좀 더 훈련이 돼야 하고 학부모들의 참여도는 더욱 높여야 하며 임무 수행을 잘 하는 교사와 학교에는 보다 많은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등의 교육 개혁 입법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더구나 미국 농촌지역 학교들에 첨단기술의 혜택을 제공할 것도 오바마 대통령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문)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에는 총기 사용 제한과 관련해 한 지역 신문에 기고를 했다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답) 네. 애리조나주의 한 지역신문인 ‘애리조나 데일리 스타’라는 신문입니다. 두달 전 애리조나 서부 지역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6명이 숨지고 13명이 숨진 사태와 관련한 내용인데요. 오바마 대통령은 13일 일요판 신문에서 “총기로 인한 폭력 사태는 우리 사회에 아주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개인 신상에 관한 점검을 보다 철저히 해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총기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문) 오바마 대통령이 이렇게 직접 나서는 이유는 아무래도 이번 총격 사건 역시 사전에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다는 점 때문 아니겠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애리조나 주 총격 사건의 범인의 경우 ‘군대에서는 이미 복무 부적격자로 판정받았고 대학에서도 학습에 매우 불안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소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배경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던 점을 지적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자칫 총기 사용 반대자로 몰릴 것을 우려한 탓인지, 미국에서 총기 소유는 미국인들의 오랜 전통적 권리라는 점과 미국인들은 누구나 무장할 수 있는 권리를 헌법에 의해 보장받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문) 이번에는 이민법 관련 소식 알아보죠? 유타주가 이민 규제법을 추진하고 있다구요?

답) 네. 미국 유타주가  이민 규제법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주로 불법 이민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반가운 법안과 엄격한 단속을 목적으로 하는 강경 법안, 이렇게 상반되는 성격이 눈에 뜨입니다.  하나는 불법 이민자들이 범죄 배경 확인규정에 참여하고 최대 2천500달러의 벌금과 영어 교육을 받으면 신분을 합법화해 주는 내용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지난해 큰 논란을 일으켰던 애리조나주 법과 마찬가지로 경찰이 불법 체류자로 의심되는 사람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이민 옹호단체들의 큰 반발이 예상됩니다.

문) 그렇군요. 이번에는 미국 워싱턴 정가의 연례 행사가 지난 12일 밤에 있었다죠?

답) 네. 영어로 ‘그리드아이언’이라는 명칭을 가진 모임인데요. 백악관에 출입하는 3천여명의 언론인들중 워싱턴 지역에서 활동하는 주로 50세 이상 중견 언론인 65명과 미국 정치의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정치 사교 모임입니다. 이 자리에서는 평소 상대방에 가졌던 속내를 남을 웃기는 익살과 우스개, 토막극, 또 노래와 춤 등  개인적 장기를 총동원해 한판 말의 잔치를 벌이는 연례행사입니다. 올해에는 모두 650명이 참석했습니다.

문) 역사가 꽤 오래된 모임이죠?

답) 네. 무려 126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행사입니다. 올해는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통상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과 동시에 참석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때는 물론 지난해에도 불참했었습니다. 그리드아이언은 대통령의 유머 실력을 가늠할 수 있고 또 그의 집무능력에 대한 언론인들의 평가도 이뤄지는 좋은 기회가 되는 자리입니다.

문)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출생에 관한 내용을 언급해 폭소를 자아냈다고요?

답) 그렇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출생지와 관련한 익살로 그리드아이언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는데요. 대통령이 연단에 오를 때 무대 뒤편의 미 해병대 라이브밴드가 국가 정상에게 경의를 표하는 전통적 환영음악을 연주했는데요. 오바마가 다른 것으로 연주해 달라고 주문한 곡이 마침 ‘미국에서 태어났어요’라는 제목의 ‘Born in the USA’라는 곡이었습니다. 여기서 그 음악을 잠시 들어 보실까요? 의 ‘Born in the USA’입니다.

198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던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노래입니다. 이는 오바마의 출생지가 미국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그의 대통령 자격을 문제 삼는 사람들을 풍자한 것으로 좌중에서는 당연히 폭소가 터져 나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하와이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아프리카 케냐 출신이기 때문에  출생지 문제가 심심치 않게 도마 위에 오르곤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공화당 소속의 존 뵈이너 하원의장을 가리켜 “얼굴이 햇볕에 그을린 듯 보였었는데 요즘에는 하도 괴롭힘을 당해서인지 아예 녹슬어버렸다”고 농담을 꺼내기도 했고, 그리드아이언 클럽 회원 한사람은 뵈이너 의장으로 변장해 촌극을 공연하는 등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입담이 센 미국 정치실세들과 중견 언론인들이 정말 즐거운 한 때를 가졌던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