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5천 개가 넘는 핵탄두를 갖고 있다며 핵 보유 실태를 전격 공개했습니다. 극비사항인 이 내용을 왜 자진해서 밝혔는지 그 배경을 알아 보겠습니다.

) 미국이 보유 중인 핵탄두 숫자를 자진해서 공개했네요.

답) 그렇습니다. 국방부가 지난 3일 발표한 내용인데요.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5천1백13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이 밖에도 수천 기의 퇴역 핵무기가 있습니다만, 현재 해체 작업을 기다리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체 예정인 핵무기는 4천6백기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 미국은 그동안 몇 차례 핵 감축을 단행했던 것으로 아는데 아직도 5천 개가 넘는다면 그래도 많은 거 아닌가요?

답)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냉전 시절에 비하면 정말 많이 줄인 게 사실입니다. 핵무기 보유 규모가 최정점에 달했던 1967년에는 3만1천2백25기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하니까요. (엄청나네요) 지금은 그에 비하면 84%나 줄었다. 국방부는 이렇게 비교하고 있습니다. 또 1989년에 비해서는 75% 감축된 것이라고 하구요.

) 처음 공개했다고 했는데 사실 어느 정도 규모는 밝힌 적이 있지 않나요?

답) 지난해 말 국무부가 발표한 수치가 있긴 합니다. 1천9백68기의 전략 핵탄두가 실천배치돼 있다, 이렇게 밝혔는데 어디까지나 작전지역에 배치된 핵무기 수만 살짝 공개한 겁니다. 저장고에 보관된 핵무기까지 합친 전체 숫자는 공개하지 않았다는 거죠.

) 그럼 이번에 공개한 게 처음이 맞군요.

답) 맞습니다. 미국은 지금까지 핵무기 보유 규모를 절대 비밀에 부쳐 왔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밝힌 건데요. 바로 당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연설과 관련이 있습니다.  

) 핵확산금지조약, NPT 평가회의에서 행한 연설을 말씀하시는 거죠?

답) 네. NPT 평가회의, 지금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한창 열리고 있지 않습니까? 클린턴 장관이 여기서 미국의 핵무기 보유 규모를 공개할 것이라고 운을 띄웠습니다. 국방부가 핵무기 보유 규모를 공개한 것은 시점상으로 보면 바로 그 직후의 일입니다.

) 결국 NPT 평가회의에 맞춰 이뤄진 건데, 미국이 그렇게 중요한 군사기밀을 왜 전격 공개했을까요?

답) 여러 가지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의 핵무기 감축 의지 부족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비난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그런 지적이 있구요. 이를 통해 다른 핵 보유국의 핵 감축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 핵 비보유국에 대해서는 확산금지 의무를 지킬 것을 강하게 요구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겁니다.

) 일종의 도덕적 명분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풀이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핵무기 숫자 공개가 뭐 그리 큰 의미가 있겠는가, 사실 그런 지적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답) 맞습니다. 좀 기술적인 부분을 지적하고 있는데요. 미국 몬트레이국제학대학교 신성택 교수의 주장을 들어보시죠.

  “미국이 5천1백13개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다고 발표했는데요. 이게 과연 5천1백13개 자체의 핵탄두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이 중에는 다탄두 개별목표 핵탄두가 들어 있어서 곱하기 10을 해야 할 지 20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그 숫자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 다탄두 개별목표 핵탄두가 포함돼 있다, 무슨 얘긴가요?

답) 신 교수의 주장은 그러니까 미국은 1개의 탄도미사일에 각기 다른 목표물을 공격하도록 유도되는 2개 이상의 탄두를 실어 보내는 기술이 있다, 그런 얘깁니다. 다탄두 개별목표 핵탄두라고 했습니다만, (MIRV라고 하죠) 예, 이게 포함돼 있을 경우 핵탄두 1개로 칠 수 없다는 겁니다. 경우에 따라선 핵탄두 1개를 10개로도 볼 수 있고 20개로도 간주할 수 있다는 겁니다.

) 기술적으로 그런 문제가 있을 수 있겠군요. 핵무기 수 공개는 형식에 불과하다, 그런 다소 회의적인 지적이네요.

답) NPT 평가회의는 5년에 한 번씩 열려 왔구요. 지금 8회째 아닙니까? 그런데 매번 회의 직전이면 미국이 늘 이런 신호를 보냈었다는 겁니다.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말이죠. 이번 핵무기 수 공개 역시 그런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주장입니다.

) 예. 이번 미국의 핵무기 수 공개와 NPT 평가회의에 대한 여러 가지 시각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중 다소 비판적인 주장으로 이해를 하겠습니다. 그래도 오바마 행정부 들어 비핵화 작업에 속도가 붙은 건 인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답)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이후 일관되게 비핵화 작업을 진행해 온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지난달 초 ‘핵 태세 검토보고서’를 내놓지 않았습니까? NPT 의무를 지키는 비 핵 국가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 그런 다짐이었죠. 또 미국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을 비준하겠다는 약속도 제시했습니다.

) 러시아와 핵무기를 대폭 줄이는 협정에도 서명했구요.

답) 중요한 대목이죠. 또 역시 지난 달 핵 안보 정상회의를 워싱턴에서 처음으로 개최하지 않았습니까? 여기서 핵 안보 구상을 만들어 낸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봐야 할 것이구요.

 진행자) 미국이 핵탄두 보유량을 공개한 배경과 한계를 모두 들어봤는데요. 미국의 이번 조치가 핵 투명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려나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