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이 대북 강경정책에서 벗어나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런 분석은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발표한 몇 건의 보고서를 통해 제기됐는데요, 미국과 영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작성한 논문 내용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과 한국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직 백악관 관리가 분석했습니다.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에 공개한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빅터 차 교수는 ‘대화로의 복귀’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지난 7월 북한 외무성의 김계관 제1부상이 뉴욕에서 미국 관리들을 만난 것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조용히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시드니 사일러 한국,일본 담당관, 그리고 국무부의 에드가드 케이건 부차관보가 김계관 부상을 한 자리에서 만난 것은 미국이 이 회동을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빅터 차 교수는 말했습니다.

빅터 차 교수는 그동안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며 전략적 인내 정책을 고수해 온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는 데는 2가지 요인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선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입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가 최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7년간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하고 나면 평균 4.5개월만에 북한과의 대화에 나섰습니다. 또 과거 사례를 보면 북한은 미-북 대화가 이뤄지는 동안에는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도발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지난 3년간 북한과 이렇다 할만한 관계 개선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해서는 평양과 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또다른 요인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입장입니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기본적으로 외교적 수단을 통해 북한 문제를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입장인데 지금처럼 대화가 없는 상태에서 대북 제재로 일관하는 것은 그런 입장과는 배치된다는 겁니다.

빅터 차 교수는 그러면서 현재 미-북 대화의 공은 평양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북 관계가 진전을 이루려면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플루토늄 핵 연료봉 제거, 농축 우라늄 시설에 대한 사찰과 폐기, 그리고 핵 물질 폐기 등의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통일부 장관으로 류우익 전 중국주재 대사를 임명한 것은 한국 정부가 대북정책을 유연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영국 리즈대학교의 에이단 포스터 카터 교수가 주장했습니다.

카터 교수는 ‘전환점’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한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지난 3년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이 대통령이 새로운 대북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