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대표단이 북한의 식량 사정을 조사한 지 한 달 보름이 됐지만 미국 정부는 아직 대북 지원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더 이상 결정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모튼 아브라모위츠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미국의 국제 문제 전문잡지 ‘내셔널 인트레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브라모위츠 전 차관보는 미국이 식량 지원에 나서는 게 옳지만 최소한 가부간 결정을 내려서 다른 나라나 단체들이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지금 식량 지원을 결정하더라도8월 말 이전에는 북한에 식량이 도착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 이 문제에 관한 논의가 너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을 비롯한 몇몇 의원들과 일부 신문 사설을 제외하면 대북 식량 지원에 관한 공개적인 논의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북한의 식량 상황이 긴급하다고 보고한 미국 민간단체들 역시 정부의 자금 지원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공개적으로 식량 지원을 요구하지 못하고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아브라모위츠 전 차관보는 지적했습니다.

또 한국 정부도 외부 지원이 필요할 정도로 북한의 식량 상황이 심각하지는 않다며 미국 정부가 지원에 나서지 않도록 종용하고 있고, 한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미국 측 인사들이 이런 논리에 동조하고 있다는 겁니다.

워싱턴의 민간기관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로버타 코헨 연구원도 미국 정부의 결정을 촉구했습니다.

코헨 연구원은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 노스 (38 North)'에 올린 글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식량 지원이 김정일 정권에 대한 지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인도주의 지원을 정치 문제와 분리하겠다는 약속 사이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지원 결정을 계속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 자체가 일종의 결정이며, 이는 민간단체들과 유엔, 유럽연합 등이 북한의 심각한 식량 사정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북한에 긴급하거나 광범위한 식량 위기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코헨 연구원은 미국이 13개의 명망 있는 국제 구호단체들의 조사결과를 제쳐놓고 있다가 지난 5월 말에야 자체 조사단을 북한에 보냈다며, 유엔이 9개 군을 방문한 데 비해 미국 대표단은 2개 군만 방문했고 조사결과를 한 달이 넘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인도주의 지원국가로서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북한에 식량 지원을 할지 아니면 거부할지 결정하고, 미국 국민과 의회, 그리고 국제사회에 그 같은 결정을 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