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 내 이산가족 상봉 사업이 지속적으로 진행하려면 관련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시작단계에서 원칙을 세우고 추진해야 정치와 경제 논리에 휘말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이산가족 서신 시범교환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내 여러 한인 이산가족 단체들과 실향민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부 단체가 이산가족 실태조사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미국 적십자사와의 접촉을 시도하는 단체들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의 상봉을 지원하는 민간단체인 샘소리 측은 16일 이런 분위기에 환영과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습니다.

이 단체의 엘리사 우 사무국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법적인 틀을 먼저 갖춘 뒤에 본격적인 상봉을 추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북한 정부가 이산가족 문제를 협의했다는 것 자체는 매우 의미 있는 출발이지만 이를 지속가능하게 추진하려면 공식적인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엘리사 우 국장은 미국 정부가 이산가족들의 안전과 권리, 개인 정보를 보호하고 신변을 보장하는 틀이 없으면 현재의 움직임이 결실을 맺는다 해도 단발성 행사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법적 근거가 없는 서신과 소식 교환 수준에는 공식적인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며, 북한 정부도 사안에 따라 입장을 바꿀 개연성이 매우 크다는 겁니다.

북한에 정통한 워싱턴의 한 소식통도 이런 견해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북한 정부를 상대할 때 어떤 사안이라도 첫 출발점에서 원칙을 세워 합의하지 않으면 정치와 경제 논리에 휘둘려 진전을 이루기 힘들다는 겁니다.

이 소식통은 남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지속하지 못하는 이유도 출발점에서 이런 공식적인 틀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적어도 법적 틀 안에서 이산가족 서신 교환과 상봉에 필요한 비용 규모를 먼저 추산한 뒤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실향민이 적대국가인 북한에서 가족을 만나 2백 달러 이상을 줄 경우 미 국내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이런 걸림돌을 풀기 위해서라도 법적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러나 어렵게 성사된 미-북 간 이산가족 협의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문제로 제자리 걸음을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한인 이산가족 상봉 추진위원회의 이차희 사무총장은 16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이미 이산가족 상봉을 지원하기 위한 법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새 법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법에 의해서 가장 큰 고비를 넘어가고 있거든요. 원리원칙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모멘텀을 잃지 앓고 다른 과정에서 그런 의견도 당연히 넣어야겠죠. 그렇다고 새로운 법안을 만든다는 것은 이해가 안 갑니다.”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12월 서명한 교통법 (HR3288)에 포함된 한인 이산가족 지원법을 근거로 이번 미-북 간 협의가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새 법이 필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이차희 사무총장은 미국은 이 법에 근거해 국무부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가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