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과 관련해 장고를 거듭하면서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문제 때문에 결정이 늦춰지고 있는지 김연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 국무부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는 19일 기자 간담회에서, 대북 식량 지원 뿐만 아니라 북한의 식량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실사단 파견 여부조차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이 국제사회에 43만t의 식량을 북한에 긴급 지원해야 한다고 호소한 지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미국이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겁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과 식량농업기구는 북한의 식량 상황에 대해 현지조사를 토대로 6백만 명 이상의 북한 주민들이 긴급히 식량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대북 식량 지원이 인도적 원칙에 근거해 결정될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긴급한 수요, 다른 나라들과의 형평성, 그리고 분배 투명성이 충족돼야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가운데 분배 투명성은 미국이 특히 강조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지난 2009년 분배 투명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대북 식량 지원을 중단한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브루킹스연구소 로버타 코헨 연구원의 말입니다.

지난 2월 북한의 식량 상황을 조사한 미국 비정부기구들은 미국 정부의 식량 지원이 재개될 경우 상당히 높은 수준의 분배감시가 가능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지만 아직 이와 관련된 발표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코헨 연구원은 세계식량계획과 비정부기구들이 막후에서 북한과 접촉하면서 어느 정도까지 분배 투명성이 보장될지 북한 측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 측과 분배 투명성에 관한 논의를 할지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킹 특사는 식량 지원에 관해 더 진전된 결정이 내려지면 북한 측과 분배 투명성 강화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식량 지원에 관한 한국의 입장도 미국이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신미국안보센타(CNAS)의 패트릭 크로닌 박사입니다.

북한의 나쁜 행태에 대한 보상으로 비춰질 수 있는 어떤 움직임도 한국 정부가 경계하고 있기 때문에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식량 지원 문제를 신중하게 다루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이 지난 해 저지른 천안함 폭침에 대해 사실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는 만큼 오바마 행정부가 한국의 입장을 배려할 수밖에 없다고 크로닌 박사는 설명했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의 딕 낸토 연구원은 대북 식량 지원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의회 일각의 기류도 오바마 행정부에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이 예산적자를 줄이기 위해 복지혜택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정부 지출을 줄이는 상황에서 북한을 지원하는 건 정치적으로 환영 받기 어렵다는 겁니다.

낸토 연구원은 리비아 반군과 민간인, 일본의 지진 피해자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경우 의회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찾기 어렵지만, 북한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군사 도발을 일으켰고 핵 문제도 협조하지 않고 있어 냉소적인 시각이 꽤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내년 강성대국의 해에 쓸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식량 지원을 요청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무시할 수 없다고 낸토 연구원은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