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파교란 공격을 가해도 미군과 한국 군 무기체계에 별 혼란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북한이 지난 주 한국 내 위성 위치정보시스템에 교란신호를 보내 일부 장애를 일으킨 데 대한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인데요.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군과 한국 군의 연합전력은 북한의 전파교란 공격을 극복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밝혔습니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주 북한이 발사한 것으로 보이는 교란신호로 한국의 위성 위치정보시스템이 장애를 일으킨 가운데 나왔습니다. 당시 수도권 일대에서는 손전화기 시각 오차, 통화 장애, 잡음 등 혼신 현상이 잇따랐습니다.

벨 전 사령관은 8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보안상 이유로 구체적 대응 수단을 열거할 수는 없지만, 미-한 연합군이 기술적으로 북한의 전파교란을 막아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국에 본부를 둔 군사정보 전문기관인 ‘제인스 정보그룹’의 북한 군사 전문가 조셉 버뮤데즈 선임연구원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북한의 전파교란이 미군과 한국 군의 군사 훈련이나 작전에 영향을 미치기 힘들다는 겁니다.

버뮤데즈 연구원은 북한이 1990년대 중반 중국과 러시아, 동유럽 등지에서 위성 위치정보시스템 전파교란 장비를 들여온 뒤 기술 개발에 매진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전파교란 공격이 군 보다는 민간 부문을 겨냥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전파교란을 통해 군 무기체계에 혼란을 주긴 어렵겠지만 민간 부문엔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겁니다. 벨 전 사령관은 특히 북한이 한국의 사회기반시설에 장애를 입혀 광범위한 지역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미국의 안보 전문 민간기구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박사도 북한의 전파교란이 군과 민간에 미치는 영향에 차이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베넷 박사는 그러나 북한이 이번에 전파교란을 시도한 것이 오히려 미군과 한국 군의 전력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과 한국 군이 북한의 위성 위치정보시스템 교란 시도를 진작 감지해 온 만큼 이번에 북한의 기술과 공격 형태를 시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겁니다.

미국 국방부 군사기술 자문관을 지낸 마가렛 코살 조지아 공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따라서 미군과 한국 군 당국이 북한의 전파교란 능력을 계속 주시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한편 한국 외교통상부가 북한의 위성 위치정보시스템 교란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조심스런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률 전문가는 8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휴전 상태에 있는 남북한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북한의 이번 전파교란에 국제 규약을 적용하긴 힘들 것으로 내다 봤습니다.

이 전문가는 사실상 전시 상태인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교전 상대국에 대한 전파교란 행위가 외부 제재의 대상이 되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