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난민 자격으로 입국한 탈북자 수가 지난 달 말로 110명에 달한 가운데, 탈북자들의 가족이나 친척의 미국 입국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일부 탈북 여성들은 중국에서 낳은 자녀들을 데려오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가을 태국에서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 전모 씨는 요즘 마음이 몹시 들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에 대기 중인 아내와 10대 초반의 아들이 이 달 중 미국에 입국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야 정말.. 눈물 겹도록 너무 감사합니다.”

전 씨는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두 딸도 최근 탈북해 중국을 거쳐 태국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현지 기독교인들의 도움으로 딸들이 지난 달 미국대사관 관계자들을 만났다는 겁니다.

“딸들을 도와줘서 대사관에 연결시켜 줬어요, 그 분들이. 우리 딸들이 말하는데 미국대사관 사람들 만났는데 막 무섭다고(웃으면서) 처음 보니까요, 미국사람을. 근데 통역원이 무섭지 않다고 해서 만났는데, 인차 (미국에) 들어올 수 있다고 말해 주더래요.”

전 씨처럼 북한에 살고 있는 가족이나 친척을 미국에 데려오려는 탈북 난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미 북동부 지역에 정착한 탈북자 신모 씨는 이미 모친을 데려왔고, 동남아시아에 대기 중이던 50대 남성 조모 씨는 4년 전 입국한 여동생의 도움으로 지난 해 가을 미국에 입국했습니다. 또 40대 여성 이모 씨는 2년 전 입국한 언니와 조카의 지원을 받아 지난 달 미국에 입국했습니다.

2009년 미 북서부 지역에 정착한 폴 씨도 지난 가을 북한에 유일하게 남은 남동생을 데려와 함께 세탁 관련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누이동생하고 저와 둘이서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남동생을 데려왔는데, 자기를 많이 반성하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내가 뭔가를 좀 더 해야 되겠다. 형제 간에도 서로 도전 정신으로, 제가 이해를 많이 해야죠. 제가 나이를 많이 먹었으니까, 하하하.”

제3국 내 탈북자들은 미국에 신분 확인이 가능한 가족과 친척이 있을 경우 수속절차가 짧아져 조기 입국이 가능합니다. 폴 씨의 남동생은 지난 3월 북한을 탈출해 중국을 거쳐 동남아시아 국가에 도착한 뒤 수속 6개월 만에 미국에 입국했습니다.

다른 탈북자들의 가족과 친척들 역시 9개월 남짓한 대기기간을 거쳐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행을 원하는 다른 탈북자들이 대체로 1년에서 2년 정도 제 3국에 대기한 뒤 입국하는 사례에 비춰볼 때 분명 혜택을 받고 있는 겁니다.

미국 내 난민 정착지원 기관인 루터란 서비스의 쉐리 린 변호사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탈북자들 뿐아니라 미국 내 난민들이 가장 많이 문의하는 것이 가족 초청이라고 말했습니다.   

린 변호사는 그러나 탈북자들의 경우 결혼증명서 등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들이 충분하지 않아 다른 난민들에 비해 실질적으로 초청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비율이 매우 적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난민들이 돈을 받고 타인을 가족으로 위장시켜 미국에 입국시키는 사례가 대거 적발되면서 미국 당국이 신원조회를 강화해 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졌다는 겁니다.

린 변호사는 미국 당국도 탈북자 등 어려운 처지의 난민들이 모든 증빙서류를 제출하기 힘들다는 점을 참작하고 있다며, 그런 만큼 탈북자들은 면담 때 정직하고 일관되게 답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시기에 미국행을 신청해도 면담에서의 답변이 일관되지 않을 경우 입국 시기에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겁니다.

탈북자 지원단체들은 탈북자들이 유엔이나 미국 당국자들과의 면담에서 의구심과 신뢰 부족, 위장 습관, 북한 내 가족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진실을 숨기거나 일관된 답변을 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린 변호사의 지적대로 함께 미국행을 신청 하고도 입국 시기가 수 개월에서 1년 가까이 차이 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행복한 고민’이라며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탈북자들이 있습니다. 중국에서 인신매매에 희생 돼 현지 남성과 강제결혼 해 낳은 자녀를 미국으로 데려오길 원하는 탈북 여성들이 그들입니다.

3년 전 미 중서부에 정착한 탈북 여성 에스더 씨는 유전자 검사인 DNA 테스트까지 받으면서 10대 초반의 아들을 데려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직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꼭 데려 오려고 작정을 했었는데, 중국 쪽에서 협조를 안 해줘서 또 못 데려 왔어요. 그 쪽에서 또 안 보낸다고 그러네요.”

처음에는 동의했던 중국 내 남편 가족이 아들의 안전을 우려해 보낼 수 없다며 말을 번복했다는 겁니다. 에스더 씨는 어린 아들이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힘들게 사는 모습이 마음에 계속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보모하고 할머니하고 3명이 같이 사는데 얘가 공부도 안하고 그러니까 한 쪽이라도 데려와서 공부시키고 싶었는데 협조를 안 해줘서……”

미국 남부에 살고 있는 탈북 여성 김모 씨 역시 중국인 남편 가족의 반대에 부딪혀 12살 난 아들을 데려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부 탈북 여성들은 중국의 남편이 자신을 미국에 초청해 같이 살자고 요구하는가 하면 자녀를 볼모로 양육비만 송금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에스더 씨는 중국에서 딸을 데리고 함께 탈출한 뒤 미국에 입국해 자신의 옆 동네에 살고 있는 오모 씨가 너무 부럽다며, 지금은 신의 은총만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