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잣대로 북한 문제를 진단하는 수업이 처음으로 미국 대학에 개설됩니다. 핵 문제에서부터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북한 관련 현안을 법률적으로 재구성하는 시도인데요.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문제를 철저히 법의 틀 안에서 해석하는 강의가 미국 대학에서 처음으로 선을 보입니다.

미 동부 뉴욕의 컬럼비아 법과대학원은 ‘법과 국제관계학으로 본 북한’ 이라는 과목을 개설하고 내년 봄 학기부터 강의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수업을 맡게 될 컬럼비아 법과대학원의 노정호 교수는 미국 대학 강의실에서 북한 문제를 순수하게 법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전협정에 의해서 소위 평화체제가 유지된 건데, 거기서 나타나는 법률적 문제가 상당히 많습니다. 천안함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도 국제법에 제소하기 힘든 이유가 바로 그런 문제 때문에 야기되는 겁니다. 따라서 법률적으로 그 한계점이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지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6.25 전쟁이 평화협정 대신 정전협정으로 마무리된 것이 남북관계에 어떤 법률적 특수성을 남겼는지, 북 핵 협상과 북 핵 관련 협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법률적 쟁점은 뭔지, 논란이 되는 사안마다 법의 잣대를 들이댑니다.

정치적 이해관계나 국민 정서를 떠나 미리 정해 놓은 규약인 법적 해석을 통하면 다른 가능성이 도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정호 교수는 새 개설 과목의 이런 측면을 강조합니다.

“법률적인 해석을 할 경우 가장 큰 장점은 새로운 시각에서 국제관계를 분석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긴다는 겁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계획, 대외관계, 인권 침해, 탈북자 문제, 돈 세탁. 위조지폐 제작과 같은 불법 행위 등 국제사회의 우려사안들도 이 수업에서 다루는 법적 진단의 대상입니다.

특히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간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그 빌미를 제공한 서해 북방한계선 논란 역시 앞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국제법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이 수업에서 강조될 내용입니다.

물론 북한 문제를 해석하고 다루는 데 법이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법률 자체가 굉장히 정적인 학문이기 때문에 법률적으로만 접근하게 되면 한계가 있고 반면에 국제관계를 생각했을 때는 동적인 부분이 많아 그것에만 중심을 둬도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법의 잣대와 국제관계 현실을 조화시켜야 북한 문제를 더 명확히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법학 이수과정에 북한 전문 과목을 개설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은 컬럼비아 법학대학원 브라이언 깁슨 부학장도 미 대학 최초의 이 같은 시도에 큰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강의를 진행하는 노정호 교수는 지난 1999년에서 2002년까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KEDO)’ 법률 자문을 맡아 북한 경수로 건설 과정에 관여하면서 북한을 여섯 차례 방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