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난민최고대표사무소(UNHCR)가 중국 내 탈북자 보호에 너무 수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국제 난민 문제 전문가가 지적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탈북자들의 상황이 냉전 시대의 동유럽 난민들과 비슷하다며, 중국의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빌 프레릭 난민 담당 국장은 30년 간 지구촌의 난민 문제만 다뤄 온 국제 난민 역사의 산 증인입니다.

프레릭 국장은 26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내 탈북자는 명백한 난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자국 정부의 허가 없이 나라를 떠났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고, 귀국 시 박해를 받을 위기에 처한다면 자동적으로 난민에 해당된다는 겁니다.

유엔 난민최고대표사무소(UNHCR)는 본국을 떠날 때 난민이 아니었지만 귀국 시 박해를 받을 공포에 직면할 수 있는 사람들을 ‘현장난민’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프레릭 국장은 탈북자들의 경우 중국에서 북한으로 강제송환 된 뒤 체포와 구금, 강제노동, 일부의 경우 공개처형까지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난민으로 보호 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탈북자들은 지구상에서 얼마 남지 않은 냉전시대의 난민들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조국을 떠나면 박해를 받아야 하는 냉전시대의 전형을 갖춘 극소수 나라들 중 하나로, 탈북자들은 그런 냉전의 부산물이란 겁니다.

프레릭 국장은 중국 내 한국 영사관들에 2-3 년 이상 장기체류 중인 탈북자들은 바로 동유럽 공산국가 내 미국 외교공관에 머물던 동유럽 난민들과 상황이 매우 비슷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프레릭 국장은 그러면서 난민 문제를 매우 불투명하게 처리하는 중국이 탈북자 문제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엔난민협약국인 중국이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채 UNHCR의 조사 요청을 거부하고 소규모의 베이징 사무소만 운영하도록 허가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겁니다.

프레릭 국장은 또 UNHCR의 중국 내 역할이 매우 수동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탈북자들이 자신들에게 오기만을 기다리는 등 매우 제한적인 역할만 하는가 하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프레릭 국장은 UNHCR이 활동을 공개할 경우 중국 정부의 반발로 탈북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수동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탈북 인권 운동가들은 UNHCR과 중국 내 외국 대사관들이 중국의 국제법 위반에 소극적으로 대처해 탈북자들의 제 3국 행이 더 막히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과거 탈북자들이 베이징올림픽 전 UNHCR 베이징 사무소를 통해 제3국으로 갈 수 있었던 통로가 현재는 사실상 거의 막혔고, 한국과 일본 등 외국 영사관 내 탈북자들의 대기 기간은 과거보다 2-3배로 길어졌다며 소극적인 대처는 결국 실패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프레릭 국장은 UNHCR은 상하 명령체계를 갖고 있는 유엔 조직의 일환으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을 무시하기 힘든 구조적 어려움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프레릭 국장은 탈북자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사안이라며, 국제사회가 중국의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고 적극적인 설득과 압박을 병행해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