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이란 등에 대한 유엔의 제재를 강화하려면 보다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최근까지 미국 정부의 대북 제재를 담당했던 스튜어트 레비 전 재무차관의 주장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실효성과 관련해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강화하려면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같은 주장은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북한 등에 대한 금융제재를 담당했던 스튜어트 레비 전 재무부 차관과 전직 재무부 관료 출신인 크리스티 클라크 씨가 외교 전문지인 ‘ 포린 폴리시’ 기고문를 통해 제기했습니다.

레비 전 차관은 ‘돈을 쫒아서’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유엔의 경제 제재에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핵 개발과 테러 등을 감행한 나라들에 각종 제재를 가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유엔은 이 결의를 이행할 수단이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나라가 유엔의 제재를 위반할 경우 유엔이 할 수 있는 일은 해당 국가에 해명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게 고작이라는 겁니다.

개별 국가나 기업들도 유엔의 제재를 이행하는데 미온적이라고 레비 전 차관은 지적했습니다. 우선 대부분의 나라들은 어떤 행위가 유엔 제재에 위반되는지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개별 기업이나 금융기관도 위반 사례를 관계 당국이나 유엔에 보고하지 않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제재 위반을 보고하는 것이 별 이득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미국은 예외라고 레비 전 차관은 밝혔습니다. 미국은 재무부 산하에 해외자산통제국 (OFAC)를 설치하고 북한과 이란 등에 대한 20여 개 제재 조치를 관장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의 은행과 기업들은 제재 위반 여부를 정부 당국에 잘 보고하고 있습니다.

레비 전 차관은 따라서 ‘솜방망이 제재’ 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유엔의 제재를 보다 실효성 있게 만들려면 ‘국제자금세탁방지 기구 (FATF)’를 활성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는 지난 1989년 파리에서 열린 주요 7개국 (G-7) 정상회의에서 국제적인 불법자금 세탁 방지를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입니다.

레비 전 차관은 그 동안 테러와 관련된 자금 흐름을 차단하는데 주력해 왔던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가 앞으로는 유엔의 모든 금융 제재를 담당하는 쪽으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블랙 리스트’ 제도를 통해 유엔 제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금 세탁에 협조하는 나라들의 명단을 담은 블랙 리스트에 오를 경우  각국은 금융기관과 정상적인 거래를 하기가 힘들어집니다. 따라서 각국이 이 명단에 오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점을 활용하면 제재의 효율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는 겁니다.

한편 레비 전 차관은 북한과 이란에 대한 금융제재가 강도 높게 이뤄지고 있다며, 2009년 채택된 안보리 결의 1874호로 인해 북한은 현재 국제사회에서 정상적인 금융 거래가 힘들어졌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