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민족의 성산으로 중시하는 백두산에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 기자가 올랐습니다. 지난 9월 중순 북한을 방문했던 백성원 기자가 백두산 정상에서 이 곳을 찾은 북한 주민들을 만나 봤습니다.

평양 순안공안에서 1시간 남짓 비행해 도착한 곳은 백두산 삼지연 공항.

그 곳에서 버스로 1시간 30분을 더 올라가야 백두산 정상을 밟게 됩니다.

산길 군데군데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보이고, 버스에서 내리자 일단의 10대 청소년들이 어디론가 올라가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학생들은 평안남도 남포시 천리마구역 원정중학교에서 왔다고 어렵게 입을 뗍니다. 그리고 이들이 밝힌 백두산 등정 이유는 한결같습니다.

(백두산 구경하러 온 거에요?) “아닙니다” (그럼 뭐 하러 왔어요?) “혁명의 정신을 배우러 왔습니다” (그래서 오늘 여기서 뭐 배우셨어요?) “항일 혁명열사들이 얼마나 어려운 난관을 헤치며 오늘의 행복을 가져왔는가를 알게 됐습니다.”

1년에 한 두 번 백두산을 찾는다는 학생들이 이날 외국 태권도 대표단의 동선에 일부러 맞춰 이곳을 지났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통일을 외치는 재미 한국 태권도 사범들과 섞여 함께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어딘가 예사롭진 않습니다.

“통일, 통일, 통일, 통일, 유니피케이션, (웃음) 유니피케이선…”

학생들을 인솔해 온 지도교사 역시 ‘항일역사’와 ‘혁명’을 강조하지만 가벼운 대화에도 기꺼이 응대해 줍니다.

(선생님은 어떤 거 가르치세요,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칩니다” (수학 가르치세요? 수학 선생님들 보면 괜히 무섭습니다) “무섭습니까? 알고 보면 재미난 게 수학입니다.”

해발 2천7백44m로 한반도 최고봉인 백두산. 정상에서 ‘하늘의 연못’으로 불리는 천지의 모습이 내려다보입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천지로 내려오는 동안 회색 빛 단층 건물과 그 앞에 설치된 위성 안테나처럼 생긴 설비가 우선 눈에 띕니다.

일반 주택과 흡사한 그 건물은 다름아닌 ‘백두산 천지 종합탐험대’로 백두산의 화산 활동 징후를 관측하는 곳입니다.

“온천가스, 이런 거 다 관측하고, 물 온도 측정하고, 지각변동 조사하고, 그렇게 활동합니다.”

한국의 지질학계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백두산 폭발 가능성에 대해 이곳 연구원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남조선은 어쨌든 여기에서 관측해 본 적이 없단 말입니다. 우린 여기 30년 동안 관측자료가 있습니다. 기니까 가스요, 뭐 우리가 한 데 의하면 30년 동안 변화된 게 없습니다.”

‘백두산 천지 종합탐험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북한 지진국 산하 ‘화산관측소’가 들어서 있습니다.

‘백두산천지 종합탐험대’는 30년 간 관측 활동을 해 온 반면 ‘화산관측소’는 불과 5년 전에 세워졌습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나라에서 파견된 공동 지질연구팀이 백두산의 화산 활동 징후를 관측하기 위해 바로 다음 날 이 곳을 찾을 계획이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구체적인 기관 이름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천지를 오르내리는 케이블카를 타자 화제는 북한의 외국어 교육으로 옮겨 갔습니다.

“이제는 대학에서 2외국어 자격증까지는 다 쥐고 자체로 3외국어까지 하고 졸업하는 게 뭐라고 할까 한 개의 풍으로 됐단 말입니다.”

북한 측 통역 요원은 북한의 영어교육이 상당히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소학교 3학년 때부터 영어교육이 시작된다고 말했습니다.

“새 교육체계가 서면서 인민학교 때부터 영어를 배워 준단 말입니다.” “처음부터 말을 배워 준단 말입니다. 사과하면 애플, 쓸 줄 모른단 말입니다. 쓸 줄 모르지만 입에 올라가지고 먼저 아이들이 이거 어떤 단어로구나 알고 그 다음에 어지간히 단어를 좀 안 다음에 문법도 배워주고 이런 식으로 합니다."

실용적인 회화 연습에 점차 무게를 두는 북한의 외국어 교육 실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케이블카 옆에는 지지대 기둥을 놀이기구 삼아 붙잡고 노는 어린 소년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을 바라봅니다.

“우리 마을하고 여기하고 70리입니다” (어디 사는데?) “밑에 내려가면 자그마한 마을이 있습니다” (어떻게 왔어요 여기?) “자동차 타고 왔습니다” (버스 타고?) “예” (여기오니까 어때요?) “좋습니다”

1년에 한 번 백두산 천지를 찾는다는 이 소년이 유독 이 날을 택한 것도 앞서 만난 원정중학교 학생들과 마찬가집니다.

이미 어두워진 삼지연 공항에는 오전에 타고 온 고려항공 비행기가 평양으로 돌아가는 승객들을 기다리며 대기 중입니다.

한반도를 통해선 막혀 있는 백두산 등정 길을 두 번이나 지나며 만난 북한 주민들.

언제 어디로 올라 왔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의 귀로 또한 볼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