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 불고 있는 ‘아랍의 봄’ 민주화 혁명으로 장기 독재정권들이 잇따라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김정일 정권과 정치적 공통점들이 적지 않은 리비아의 가다피 정권 몰락은 북한에도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이 가다피 정권의 몰락을 통해 진단해 보는 북한에 대한 전망.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김영권 기자와 함께 두 나라의 공통점과 앞으로의 전망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문) 여러 전문가들이 가다피의 죽음과 북한의 김정일 정권을 연계시키는 언급들을 하고 있는데요. 우선 그 이유부터 알아볼까요?

답) 가다피 전 국가원수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갖는 여러 공통점들 때문인데요, 전문가들은 장기 독재와 부자 세습, 공포통치, 테러, 경제난 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가다피는 특히1996년 벵가지의 아부살람 교도소 폭동 때 전투기까지 동원해 정치범 1천 2백 명을 무참하게 살해하는 등 공포 철권 통치를 해 왔습니다. 이런 모습이 공개처형과 정치범 관리소를 운영하며 저항의 싹부터 자르는 북한 정권과 비슷하다는 거죠.

문) 지도자 가족과 주민들의 대조적인 삶도 자주 지적됐던 것 같은데요?

답) 네, 리비아 시민군이 수도 트리폴리를 점령한 뒤 전세계인들은 텔레비전을 통해 가다피 일가의 호화주택들과 물건들, 한 병에 수백 달러가 넘는 양주 창고 등 사치스런 내막을 생생히 목격했습니다.

영국 런던에 있는 가다피 차남의 1천 6백만 달러짜리 호화 저택, 아들들이 머라이어 케리 등 유명 가수의 노래 몇 곡을 듣기 위해 1인 당1백만 달러 이상을 지불하고 파티에 초청한 사례 등은 국제사회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었습니다. 하지만 리비아 국민은 3분의 1이 지금도 극심한 빈곤에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문)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는 북한도 같은 처지란 얘긴가요?

답) 그렇습니다. 한국의 한기범 전 국정원 3차장은 최근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 정권의 후계자인 김정은이 집무실을 호화롭게 신축하는 데 2백만 달러를 투입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국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소속 윤상현 의원은 지난 9월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일 일가가 사치 생활을 위해 해양 스포츠 장비와 경주마를 수입하고 매년 애완동물과 용품 수입에 10-20만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밖에 공식 확인이 되지 않았지만 수 십억 달러로 추산되는 해외 은닉자산, 철저한 언론통제와 선전선동 등도 두 독재자의 비슷한 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문) 이런 공통점들 때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리비아 사태를 예의주시했다는 겁니까?

답)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지도부가 가다피의 몰락에 상당히 불안해 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두 나라가 공통점 이상으로 차이점도 많기 때문에 북한에서 리비아식 반정부 시위나 국제사회의 개입은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문) 어떤 측면에서 그런 분석을 하고 있는 겁니까?

답) 우선 리비아는 국민들 사이에 인터넷과 쇼셜 미디어 등 소통의 공간이 있었지만 북한은 그런 도구나 공간이 없다는 겁니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북한 전문가인 루디거 프랭크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리비아는 정부에 대한 불만 등 개인의 생각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하면서 “아, 이게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구나” 라며 자신감을 갖고 사람들을 규합할 수 있었지만 북한은 그렇지 못하다는 거죠. 프랭크 교수는 그러면서 20년 전 동독의 상황과 리비아, 북한의 상황을 흥미롭게 비교했습니다.

문) 프랭크 교수는 옛 동독 출신으로 북한 김일성대학에서도 공부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세 나라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다는 겁니까?

답) 정부에 대한 개인의 불만을 보면 20여 년 전 동독과 리비아, 북한 모두 큰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동독은 당시 각 시와 군마다 연결망이 잘 돼 있는 성당과 교회들을 통해 정보와 생각을 활발히 교류했다고 프랭크 교수는 말했습니다. 리비아는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동독의 성당과 교회 역할을 대신했다는 거죠. 북한 주민들 역시 외부 소식에 눈을 뜨면서 정부에 대해 개인적 불만이 매우 높아지고 있지만 문제는 그런 소통 공간이 적은 게 명백한 차이라는 겁니다.

문) 그런데 왜 북한 지도부가 리비아 사태를 불안하게 주시했다는 겁니까?

답) 프랭크 교수는 서방세계의 개입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고질적인 피해 의식과 두려움을 지적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6.25 전쟁 이후 미국의 또 다른 개입을 두려워해 왔고 자신을 서방세계의 피해자로 인식해 왔기 때문에 같은 처지의 리비아 사태를 불안하게 지켜봤을 것이란 겁니다. 지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도 그랬다는 거죠. 미 국방연구원의 오공단 박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옛 소련의 해체와 루마니아 차우세스쿠 정권 등 동구권 몰락에 이어 세 번째 충격에 빠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충격으로 제 생각엔 치명타가 될 것 같아요. 심리적으로는 김정일 마음 속에 가장 무시무시한 기분을 전해주지 않았을까? 특히 가장 긴밀한 군사적 경제적 협력 활동을 해왔던 가다피가 죽었으니까 심리적 정신적 외교적 경제적 쇼크가 굉장하겠죠.”

문) 그렇다면 앞으로 북한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도 관심사인데 전문가들은 어떻게 전망합니까?

답) 북한 지도부가 전반적인 체제 결속과 통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프랭크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이번 리비아 사태를 통해 위험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에 반대 세력의 움직임이 포착되면 즉시 응징할 수 있도록 통제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미 국방연구원의 오공단 박사는 김정일이 지도부의 체제 결속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직통제하고 사회통제 하면서 내가 죽으면 너희도 다 죽는다 이런 식으로 엄포를 놓겠죠. 과거 차우체스쿠가 죽었을 때 형 집행하는 피 비린내 나는 광경까지 다 비디오로 만들어서 그걸 보여주면서 내가 죽으면 너희도 다 죽는다 왜냐하면 우리가 공동으로 보조를 맞추며 살아온 인생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공갈 협박을 하겠죠.”

두 전문가는 그러나 당장 이런 압박이 효과를 거둘 수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다른 나라들처럼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프랭크 교수는 특히 북한의 장마당과 손 전화기, 개인의 야망을 위한 통로로 변질된 노동당의 위상 등이 북한의 변화를 적극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진행자: 리비아의 가다피 정권 몰락을 계기로 북한에 시사하는 점들이 무엇인지 살펴본 특집기획. 오늘 순서를 끝으로 모두 마치겠습니다. 김영권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