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무력 도발 사건 이후 국제사회에서 외톨이가 된 북한이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과 비밀접촉을 활발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쿄의 김창원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문)남북한의 고위급 인사가 지난 달에 비밀리에 만났다는 언론보도가 일본에서 나왔더군요?

답)네. 남북 정부 고위 당국자가 지난 달 비밀리에 접촉했지만 북측이 일방적으로 수십만 톤 규모의 쌀 지원을 요구하는 바람에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고 `아사히신문’이 7일 보도했습니다. 신문에 따르면 이 만남은 지난 해 무력 도발로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자리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남한 측은 관계 개선을 위해 천안함 침몰 사건과 연평도 공격에 대한 사죄와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한 반면 북한은 사죄 대신 식량 지원만 강하게 요청했다는 겁니다. 한국도 대화를 원하고 있지만 북한의 일방적 요구에는 응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만남 자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문) 일본 언론 보도대로 북한이 남측과의 비밀접촉에서 식량 지원을 요구했다면, 내년 김일성 주석 탄생 100년을 겨냥한 것으로 봐야할까요?

답)네 그렇습니다. 내년 4월은 김일성 탄생 100주년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강성대국의 해로 선포한 날입니다. 군사적으로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윤택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인데요, 북한경제는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고 오히려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습니다. 아사히신문은 북한이 남한에 요구한 쌀을 내년 4월 김 주석 탄생 100주년 축하 행사에 사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제난으로 북한이 궁지에 몰리는 모습이 다시 한번 부각됐다고 해석했습니다.

문) 일본 언론은 최근 들어 북한이 `청와대 불바다’ 발언을 하는 등 관계가 경직되고 있는 것도 이번 회담 결렬과 연관 지었다지요?

답)네 그렇습니다. 한동안 잠잠하던 북한의 대남 위협발언이 지난달 말부터 다시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북한 언론매체들은 11월 하순부터 2번에 걸쳐 청와대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지난 4일, 류우익 통일부 장관의 ‘대북정책 유연성’ 발언에 대해 ‘철면피스러운 궤변’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습니다. 신문은 이처럼 북한의 입이 거칠어 진 것은 고위급 협의가 결렬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신문은 또 내년 2월에 임기가 끝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쇼라는 야권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올해 안에 하루짜리 짧은 정상회담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이번 협상 결렬로 실현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전했습니다.


문)북한이 지난 해에는 일본과 비밀접촉을 했다는 보도도 있었지요?

답)네 교도통신이 보도한 내용인데요. 북한과 일본이 하토야마 총리 시절인 지난 해 5월 대북 경제제재를 일부 해제하는 조건으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재조사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주당의 가와카미 요시히로 참의원 의원이 직접 평양을 방문해 6자회담의 수석대표를 지낸 적이 있는 김영일 조선노동당 국제부장과 회담했다는 겁니다.
당시 김 부장은 북-일간 민간 항공기 운항이 재개되면 납치 문제 재조사위원회 설치도 가능하다고 했고, 가와카미 의원이 “재조사위원회에 일본인을 넣어야 한다”고 하자 이에 대해서도 “의견을 존중해 검토하겠다” 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그런데 지난 해 5월이면 천안함 사건 직후여서 대북 압박이 거셌던 시점인데요?

답)네 그렇습니다. 천안함 격침 사건이 지난 해 3월이었는데요, 이 사건 이후 한국, 미국 일본 등 국제사회는 북한을 일제히 비난하며 대북 압력을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벼랑 끝까지 몰린 북한이 고립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일본 측에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토야마 전 총리도 “일본인 납치 문제에 진전이 있다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당시 이같은 움직임이 있었음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얼어붙을대로 얼어붙은 상황에서 일본이 이중플레이를 했다는 게 한국 입장으로서는 찜찜한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