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다시 한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승리의 일등 공신으로 평가 받은 데 이어 이번에 새 책까지 출간하면서 영향력 확대에 적극 나섰는데요. 미 정가에 불고 있는 ‘페일린 바람’의 실체가 뭔지 알아 보겠습니다.

문)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  요즘 주가가 한창 높죠?

답) 예. 차기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될 정도니까요. 특히 지난 중간선거에서 풀뿌리 우익단체인 ‘티 파티’를 이끌면서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는데요. 직접 출마하진 않았지만 60여명의 후보를 지원했고, 이 중 상당수가 당선돼 그야말로 공화당 승리의 핵심 동력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차기 대선 후보로서 입지를 단단히 다진 셈이구요.

문) 그 여세를 몰아서 요즘 각 언론에도 얼굴을 자주 비추고 있구요, 이번에 책까지 냈더군요.

답) 예. 바로 어제 (23일) 출간됐으니까 그야말로 신간입니다. 첫 번째 책은 아니구요. 지난 해에 이미 자서전을 내서 2백만 부 이상 팔았습니다. 이번에 나온 책은 ‘America by Heart’라는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마음으로 대하는 미국’ 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언론과 미국인들의 관심으로 볼 때 이번에도 많은 부수가 팔릴 걸로 보입니다.

문) 페일린의 언행에는 항상 찬반 논란이 뒤따라서요. 이번에 나온 새 책에 어떤 생각과 주장을 담았는지 궁금하네요.

답) 역시 논쟁을 불러일으킬만한 내용이 제법 담겨있습니다. 우선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해선 미국의 지도자상에 걸맞은 인물은 아니다, 이렇게 평가절하하고 있습니다. (왜 그렇죠?) 미국 예외론, 그러니까 미국은 다른 나라보다 우월하다거나 적어도 다르다고 믿는 자의식이 오바마에게 부족하다, 그런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문) 일종의 선민의식이나 소명의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그런 평가인 건가요?

답) 예. 오바마 대통령이 국제 무대에서 연설할 때마다 미국을 부정적으로 그렸다는 겁니다. 페일린은 또 새 책에서 미국사회의 흑인 차별과 관련해 ‘빌어먹을 미국’이라고 발언한 제레미아 라이트 목사와 오바마 대통령과의 관계를 거듭 거론했습니다. (대선 때도 논란이 많았잖아요) 예. 한 때는 라이트 목사가 오바마 대통령의 정신적 스승으로 알려졌었으니까요.

문) 대통령의 부인이죠, 미셸 오바마에 대한 내용도 새 책에 등장한다고 하죠?

답) 예. 그런데 별로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역시 대선 기간 중 했던 말을 꼬투리잡고 있는데요. 당시에 미셸 오바마가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미국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거든요. 따라서 대통령이나 그 부인이나 또 그 정신적 스승으로 알려진 인물이나 모두 미국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다, 이렇게 꼬집고 있습니다.

문) 당사자들로서는 불쾌하게 들리겠네요. 책에서 부정적으로 그린 인물이 대통령 부부 뿐만이 아니죠?

답)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 대한 묘사도 있는데요. 역시 특정 발언을 문제삼고 있습니다. 클린턴 장관이 전에 “집에서 과자나 굽고 차를 끓여낼 수도 있었지만, 내 직업에서 성공하기로 했다”, 뭔가 여권 신장을 암시하는 듯한 얘길 한 적이 있습니다. 이 말도 페일린에겐 거슬렸나 봅니다. 이런 말을 한 클린턴 장관을 두고 1960년대 여권운동 시대 심리에 갇힌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문) 집에서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에 충실한 많은 여성들을 비하하지 말라, 뭐 그런 항변이겠죠. 어쨌든 이렇게 새 저서까지 화제가 될 정도로 요즘 페일린의 약진이 두드러진데 어떻습니까, 정말 대선 후보까지 노릴 정도라는 평가가 맞는 건가요?

답) 그런 질문엔 아마 공화당 인사들조차도 선뜻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정답입니다. 페일린 본인은 일단 2012년 대선 출마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을 꺾을 수 있다, 이런 자신감까지도 보였구요. 그런데 공화당 내에서도 페일린의 대선 가도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문) 어떤 문제가 있나요?

답) 우선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당내 기반이 취약한 편입니다. 그 말은 곧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거기다 개인적 역량이나 도덕성 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들 역시 적지 않습니다. 물론 티 파티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오히려 그게 약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문) 그게 원래 페일린의 최대 강점 아니었습니까?

답) 오히려 티 파티와 겹쳐 떠오르는 이미지 때문에 페일린의 극우 성향을 부각시켜, 저변을 넓히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평가도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양날의 칼이네요) 그렇게도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대중적 지지와 여론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긴 하지만 당내에서 실질적인 입지를 구축한다는 건 또 별개라는 얘깁니다.

문) 대중적 지지 얘기를 했습니다만, 인지도가 높은 건 사실이잖아요.

답) 그 부분도 사실 좀 따져봐야 합니다. 인지도가 높은 것이지 호감도가 높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으니까요.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국민 50% 이상이 페일린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공화당 내 보수층의 지지를 받고 있긴 하지만 페일린에 대한 여론은 2008년 대선 이전과 비교할 때 부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