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통과하는 가스관 건설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 가스관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연철 기자와 함께 남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 건설 사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이연철 기자, 먼저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가스관 사업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 주시죠?

답) 네, 한 마디로 러시아의 시베리아와 극동지방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한국에 공급하기 위해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을 건설하는 사업입니다. 지난 2006년 10월에 한국과 러시아 정부 간에 가스 분야 협력협정이 체결되면서 사업의 단초가 마련됐습니다. 이어 2008년 9월에 이명박 한국 대통령이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러시아로부터 2015년부터 매년 7백50만t의 천연가스를 30년에 걸쳐 도입하기로 양해각서를 맺으면서 이를 위해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문)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북한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죠?

답) 그렇습니다. 북한은 지난 해까지만 해도 이 사업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입장에 변화가 생겼는데요, 지난 3월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북한은 러시아의 계획을 지지하고 그 실현을 위한 남북한과 러시아 3자간 실무협상 제안이 나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가스관 사업에 관심을 보인 것은 이 때가 처음인데요, 이번에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에서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앞으로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문) 가스관 건설 사업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답)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요. 현재 하바로프스크까지 건설돼 있는 러시아 가스관을 블라디보스톡까지 연장한 뒤 북한을 통과해 한국에 이르도록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가스관의 총 연장은 당초 2천5백km가 될 것으로 예상됐었는데요,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가스관의 총 길이가 1천1백km에 이르고, 대부분 북한 영토에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가스관을 통해 한 해에 1백억 입방미터의 가스가 제공되며, 수요가 있으면 그 양을 더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을 통과하는 가스관을 건설하는 데 30억 달러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문) 한 때 가스관 사업에 별다른 진척이 이뤄지지 않자, 선박을 통해 러시아 천연가스를 한국으로 운반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하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액화시키거나 압축시켜 선박으로 운반하는 것보다는 기체 상태 그대로 가스관으로 옮기는 게 비용이 훨씬 적게 들기 때문에 가스관 건설이 계속 추진되고 있는 것인데요. 계산 방식에 따라 30%에서 70%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해 한국가스공사와 러시아 최대 가스회사인 가즈프롬 공동 연구에서도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을 건설하는 것이 선박으로 운송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문) 남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이 계획대로 건설될 경우 세 나라 모두에 이익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요, 먼저 러시아부터 살펴볼까요?

답) 네,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매장국인 러시아는 가스관 건설을 통해 판로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시베리아와 극동지역의 개발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이 같은 경제적 이득 외에 정치적인 이득도 얻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중국에 밀려 한반도에 제대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던 러시아가 가스관 사업을 매개로 한반도 문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문) 남북한에는 어떤 이익이 있는 건가요?

답) 먼저, 한국으로서는 천연가스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가스관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국이 2015년부터 러시아에서 도입하기로 한 7백50만t은 한국 연간 천연가스 소비량의 20%에 해당하는 막대한 물량입니다. 아울러 한국은 가스관을 통할 경우 선박으로 운반할 때보다 수송비를 3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가스관 통과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데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가스관 통과 수수료를 적용할 경우, 해마다 1억 달러에서 1억5천만 달러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은 또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지원받을 수도 있습니다.

문) 하지만 아직은 가스관 사업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제 비로소 세 나라 정상 간에 북한을 통과하는 가스관 건설에 대한 원칙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천연가스 가격 협상 등 실무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닌데요, 가장 단적인 예로 3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가스관 건설비를 누가 부담할 것인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보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인데요, 얼어붙은 남북관계와 교착상태에 빠진 북 핵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북한을 통과하는 가스관 건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지금까지 이연철 기자와 함께 북한과 러시아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통과하는 가스관 건설 사업에 대한 원칙적 합의가 이뤄진 것과 관련한 소식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