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리비아에 대한 무력사용 결의의 명분으로 삼은 ‘국민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 이 새삼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대북 단체들은 이 개념을 북한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우선 관심을 끌고 있는 ‘국민보호책임’ 개념이 뭔지 설명해 주시죠?

답) 국민보호책임, 흔히 r2p 라고 불리는데요. 2005년 유엔 정상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원칙입니다. 국가가 자국민에 대해 집단학살과 전쟁범죄, 인종 청소, 반인도적 범죄를 자행할 경우 국제사회가 개입해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개념입니다.

문) 유엔 안보리가 이 개념을 실질적인 무력 개입에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죠?

답) 그렇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17일 리비아의 민간인들과 이들의 거주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유엔 회원국들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의 결의안 1973호를 채택했습니다. 이후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다국적군이 이 결의에 근거해 가다피 국가원수의 관저 등 리비아 내 주요 시설들에 공습을 가하고 있습니다.

문) 그런데 이 r2p 개념의 적용을 놓고 논란이 적지 않다고 하는데, 왜 그런 겁니까?

답) 무고한 민간인 학살을 보호한다는 윤리적. 도적적 정당성과 국제사회의 개입을 합법화 하는 관련법 적용범위가 매우 모호하다는 겁니다. 아울러 개입이 야기할 수 있는 여러 부정적 결과를 방지할 안전장치들이 적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문) 윤리적 정당성과 관련법 적용 사이에 모호함이 있다는 얘기는 어떤 의미입니까?

답) 유엔헌장 가운데 국제사회의 무력 개입을 유일하게 용인하는 제7장은 국제평화에 위협이 있을 때, 또는 국제 평화와 안보의 복원, 유지를 위해 무력개입을 승인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민간인 학살 등 특정 국가의 자국민에 대한 유린을 과연 자동으로 국제평화에 대한 위협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법적 구분과 근거가 모호하다는 거죠.

문) 개입이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위험도 높다고 했는데, 어떤 논리 입니까?

문) 리비아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결의는 가다피 정권 축출이 아니라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민간인 보호로 한정돼 있습니다. 따라서 다국적군의 개입으로 가다피 추종세력이 제공권을 가질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지상에서 반군과 충돌하는 내전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적지 않다는 겁니다. 그런데 유엔 안보리 결의 1973호는 반군에 대한 지원을 승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불완전한 국제사회의 개입이 자칫 더 많은 인명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거죠.

문) 자, 여러 논란이 있지만 일단 유엔 안보리는 무력 개입을 승인했습니다. 중국, 러시아 등도 표결에서 기권으로 묵인을 했구요. 그런데 이 국민보호책임 개념을 북한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구요?

답) 네, 미국과 한국의 일부 인권단체들이 리비아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결정에 매우 고무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수전 숄티 북한자유연합 의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I think its absolutely..

숄티 의장은 21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리비아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결의는 무고한 민간인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국제사회의 중대한 결의를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보호책임 개념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숄티 의장은 오는 23일 워싱턴 인근에서 열릴 천안함 폭침 1주년 추모행사에서 이런 입장을 강하게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한국 내 일부 인권단체들도 비슷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구요?

답) 네, 유엔이 북한 정권에 대한 반인도범죄 조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는 국민보호책임 개념을 가장 먼저 적용해야 할 나라는 바로  북한이라고 말했습니다.

“명백히 북한 주민에 대한 북한 김정일 정권의 정치적 탄압이란 것은 수 십년간, 그리고 지금도 지속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에 리비아에 적용했던 국민보호 차원의 유엔 결의와 실천은 그대로 북한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유엔이 다른 어떤 고민들보다 가장 국민보호 원칙 적용이 시급한 지역이 북한이라고 생각합니다.”

도 대표는 한국 내 민간단체들과 협력해 ‘국민보호책임’ 개념을 대북 인권운동에 적용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이들 단체 대표들의 주장대로 유엔 안보리가 실제로 국민보호책임 개념을 북한에 적용할 여지가 있습니까?

답) 당장 적용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게 인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무력 개입보다 수위가 낮은 반인도범죄 조사위원회 구성 조차 대화와 협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유엔총회와 인권이사회 결의안에 포함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다는 겁니다. 마이클 도일 유엔 민주주의기금 자문위원회 위원장은 20일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민주주의를 이끌 국민의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국제사회가 개입하는 것은 내전과 외국의 식민지화, 더 완악한 폭압정권을 탄생시킬 여지가 높다고 말했습니다.

문) 그러니까 가능성은 일단 낮다는 얘기군요.

답) 그렇습니다. 하지만 하이디 하우탈라 유럽의회 인권소위원장과 휴먼 라이츠 워치 등 국제 인권단체들은 장기적으로 볼 때 희망적이라고 말합니다. 몇 년째 계속되는 유엔 등 여러 나라의 북한 인권결의안이 계속 기록으로 쌓이고 있고, 리비아 같은 사례가 개입의 윤리적, 도덕적 정당성을 높여주고 있기 때문에 적당한 시기와 상황이 부합하면 북한에 대한 여러 형태의 개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