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우체국 수 천 개가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쌓여만 가는 적자를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다는 건데요. 우체국이 여전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일부 시골마을에선 원성이 높다고 합니다. 백성원 기자와 함께 알아 보겠습니다.

문) 우체국 하면 왠지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은 곳 아닙니까? (그렇죠) 그만큼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잡은 장소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제 다 옛말이 되는 건가요?

답) 영원한 건 없나 봅니다. 미국 우정국이 우체국 수 천 개를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하는데요. 3월부터 시작해 우선 2천 개 우체국에 손을 댈 모양입니다. 그리고 6월까지 5백 개 정도를 추가로 폐쇄한다고 합니다.

문) 역시 돈 문제가 컸다고 하죠?

답) 그렇습니다. 적자 부담을 더 이상 끌고 나가선 안 된다는 위기 의식이 팽배해 있습니다. 지금 미국에 우체국이 3만2천 개 정도 된다고 하는데요. 그 중 절반 수준인 1만6천 개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해 회계연도에 이미 85억 달러의 손해를 봤다고 하고, 올해 적자 규모도 70억 달러를 훌쩍 넘을 거라고 하니까 심각하긴 심각한가 봅니다.

문) 그렇게 계속 버티긴 힘들겠네요. 경영 상태가 안 좋은 우체국부터 칼을 대겠지요?

답)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그런데요. 우체국의 경우엔 그렇게 하기가 힘듭니다. (왜 그렇습니까?) 수지타산 안 맞는다는 이유로 우체국을 함부로 폐쇄할 수 없다고 연방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문) 우체국 기능이 아무래도 수익 보다는 공익성이 더 크기 때문에 그런 장치를 해 놓은 게 아닌가 싶군요.

답) 그렇습니다. 우정국의 손발이 그렇게 묶여 있기 때문에 우체국을 폐쇄하려면 우회전략을 써야 한다는 겁니다. 가령 수익성 외에 다른 이유로 우체국을 유지할 수 없으면 폐쇄할 수 있게 돼 있거든요. 우정국이 그런 조항을 이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 임대가 만료되는 경우에도 폐쇄를 검토할 수 있구요.

문) 그런 조건에 해당되는 우체국들이 많이 있나요?

답) 우체국 하면 대개 고즈넉한 마을에 들어선 정감 있는 단층 건물을 많이 연상하는데요. 그건 옛날 얘기구요. 최근엔 고층빌딩 사무실 하나를 빌려서 운영하거나 상가 단지 한구석에 자리잡은 우체국들도 많습니다. 대부분 규모가 아주 작고 우편 배달부도 따로 고용하지 않는 곳들입니다.

문) 그런 데를 따로 추려서 우선적으로 폐쇄를 검토하겠다는 거군요.

답) 일단은 그렇습니다. 실제로 이런 곳들 가운데 하루 종일 손님이 두 세 명 밖에 들락거리지 않는 우체국들이 수두룩하다고 합니다. 우정 당국은 이런 우체국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빗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직업”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요. 이런 곳이 한 5천 개 정도 된다는 설명도 덧붙이고 있습니다.

문) 당장 줄일 계획이라고 한 5백 개 우체국 중에 그런 곳들이 우선적으로 포함되겠네요.

답) 그런 수순으로 갈 것 같습니다. 5백 개 우체국은 6월 안에 사라진다고 말씀 드렸죠? 그 중 4백 개 정도는 이미 추려졌나 봅니다. 주로 자연재해나 화재, 또는 환경적 원인으로 피해를 입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이 중에는 우체국이라는 간판은 걸어놓고 짧게는 1년, 길게는 무려 30년 동안 우편 관련 업무가 이뤄지지 않은 곳도 있다고 하네요.

문) 물론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대도시 중심지에 들어선 우체국들은 별 영향이 없겠지만, 시골이나 교외 지역의 우체국들은 좀 술렁거리겠는데요.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니까요.

답) 맞습니다. 미 의회 내에서도 이 문제가 워낙 은밀하게 다뤄졌기 때문에 우체국 직원들이나 지역 주민들이 혼란스러웠나 봅니다. 그래서 우정 당국이 대략적이나마 내놓은 폐쇄 기준은 이렇습니다. 직원이 5명이 안되고 하루에 8시간 미만 문을 여는 곳, 그러면서 보다 큰 규모의 우체국에서 15~20 마일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 이런 곳들이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문) 그런 기준이 야박하게 들리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요. 해당 우체국 직원은 물론이고 지역 주민들 입장에선 당장 우편물 처리해 줄 곳이 사라지는 거니까요.

답) 특히 시골 마을에 큰 충격이 될 겁니다. 시골에선 우체국이 여전이 세상과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요. 이런 기능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우체국을 폐쇄하면 해당 주민들,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겐 큰 불편을 끼치게 된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미국인 10명 중 6명 이상이 우체국 폐쇄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지난 해 발표된 적이 있습니다.

문) 그렇다고 현실을 무시할 순 없구요. 당국으로선 고민이 많겠어요.

답) 예. 요즘 편지 보내는 사람 거의 없지 않습니까? 대부분 손전화기로 문자를 보내거나 전자우편을 이용하죠. 게다가 각종 공공요금도 인터넷을 이용해 처리하게 된 지 오래구요. 웬만해선 우체국 갈 일이 별로 없어진 겁니다. 따라서 과거 서부개척 시대에 주로 세워진 수만 개의 우체국을 계속 유지하는 게 합당한가, 여기에 대한 의문이 자꾸 커지고 있는 겁니다.

결국 올 게 온 거라고 봐야 하나요? 산골 마을 작은 우체국, 이런 풍경은 이제 옛날 얘기 속에나 남게 될 것 같네요. 미국에서 수천 개의 우체국이 조만간 폐쇄될 것이란 소식, 전해 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