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공영 라디오방송인 NPR이 한 임원의 사적인 정치적 발언이 문제가 돼 결국 최고경영자까지 물러나는 등 파문에 휩싸였습니다. 보수주의 단체를 표방하는 미국의 막강한 정치단체 ‘티 파티’를 비난했기 때문인데요. 천일교 기자와 함께 NPR의 최근 소식과 미국 공영방송 운영 등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미국공영방송 NPR이 최근 적잖은 곤경에 처했는데 어떤 사건 때문입니까?

 

답) 네.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NPR의 론 쉴러 부사장이 미국 보수 유권자 단체인 ‘티 파티’와 공화당을 심하게 비판한 발언이 문제가 됐습니다. 물론 그 임원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고요. 사적인 자리에서 언급했다가 그만 보수주의 성향을 지닌 한 방송인의 이른바 몰래카메라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이 기자는 연설장면을 동영상에 유포시켰습니다.

 

문) 몰래카메라까지 등장하는걸 보니 더 궁금해지는데요. ‘티 파티’라는 단체를 어떻게 비판했길래 방송사 사장까지 물러나는 겁니까?

 

답) 우선 ‘티 파티’ 계열 정치인들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많은 보수파 의원들의 승리를 이끌어내면서 연방의회 하원에서 공화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하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에서도 자주 보도해 드렸는데요. 최근 미국의 보수주의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그런데 NPR의 쉴러 부사장이 이 단체에 대해 “인종주의적이며 외국인을 혐오한다”, 또 “공화당은 티파티에 의해 점령당하고 말았다”고 비판한 것입니다.

 

문) NPR의 기금마련 행사장에서 벌어진 일이라고요.

 

답) 그렇습니다. 문제의 동영상은 지난달 22일 NPR의 기금마련 행사가 열린 워싱턴 DC 조지타운의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촬영된 것인데요. 쉴러 부사장의 이 발언은 보수적 언론인으로 활동하는 제임스 오키피 씨의 사전 계획에 따라 진행된 것입니다. 물론 그날 5백만달러를 기부하겠다며 접근한 2명의 기부자들도 오키피 씨와 사전에 짜 놓은 각본에 따라 움직인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촬영된 동영상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 나갔습니다.

 

문) 티 파티는 물론 보수주의자들을 크게 자극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는데요. 결국 부사장은 경질되고 사장까지 사임을 표명했군요.

 

답) 그렇습니다. 우선 파문의 당사자인 론 쉴러 부사장은 동영상이 공개되자 지난 8일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이어 NPR 측은 쉴러 부사장의 이번 발언은 개인적인 견해일 뿐 방송사의 입장과는 무관하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결국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NPR의 여성 최고경영자인 비비언 쉴러 사장 역시 이튿날 퇴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NPR 이사회는 “지난 2년동안 펼친 쉴러 사장의 지도력을 존경한다”면서도 “안타깝지만 사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참고로 사장과 부사장의 이름이 공교롭게도 같은 쉴러인데요. 그렇다고 혈연관계는 아닙니다.

 

문) 지난해에도 NPR 관계자의 한 발언이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지 않습니까?

 

답) 네. 지난해 NPR의  한 전문 뉴스 분석가가 다른 TV 방송에 출연해서 “비행기에서 이슬람교도 복장을 한 사람을 보면 불안하고 겁이 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것인데요. 파문이 일자 NPR 측은 이 뉴스 분석가를 즉시 해고 처분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발언은 어찌 보면 보수주의 입장으로 받아들여져서 역시 공화당계 정치인들과 보수주의자들에 의해 해고 처분이 부당하다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문) 그렇군요. 미국의 공영방송에 대해 좀 더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상업방송과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답) 방송 등 언론이 공공성을 띄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상업방송의 경우 개인이나 특정 기관이 소유해서 상업적 이익을 얻는 것과 달리 공영방송은 일체의 상업 광고 등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연방정부 보조금과 청취자들의 기부금 등으로 운영되는데요. 미국의 공영방송은 TV의 경우 PBS, 라디오는 지금 파문을 겪고 있는 NPR이 대표적입니다. 또 이들 공영방송을 실질적으로 통합 관장하는 상급 기관인 공영방송공사 CPB가 있습니다.

 

문) 그렇다면 NPR의 재정 상태가 궁금한데, 정부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됩니까?

 

답) 네. NPR의 1년 예산은 약 1억6천만 달러에 달합니다. 이중 2% 정도를 연방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는데요. 비중으로 보면 그리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전국의 NPR 가맹 방송사들은 세금감면혜택을 받고 있는데다 일부 소규모 방송사들은 운영자금의 3분의 1까지 정부 재정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연방의회는 지난해 이 같은 라디오와 TV공영 방송에 4천300만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문) 그런데 논란이 일 때 마다 정부의 지원 예산 삭감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죠?

 

답) 그렇습니다. 공화당과 보수주의 단체들은 가뜩이나 NPR이 다소 진보적인 성향이라며 그간 연방정부의 지원 예산삭감을 주장해 왔었는데요. 이번에는 아예 정부 지원 폐지를 촉구하며 대대적 공세를 벌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공영방송 지원금 삭감안을 공식 제안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중립적이어야 할 언론이 국가재정을 받는 자체에 대한 비판도 있어서 NPR의 입지를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문) 그런데 이 NPR은 가장 공정한 방송이자 또 미국 내 지식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송으로 정평이 나 있지 않습니까?

 

답) 네. 공정한 보도는 모든 언론의 당연한 책임이 되겠지만 NPR은  전국 각지 청취자들에게 ‘꼭 필요한 방송’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입니다. NPR은 현재 미국 전역에 797개 라디오 방송국에 보급되고 있고2천7백만 명의 고정 청취자를 갖고 있습니다. NPR은 출근시간대 방송하는 ‘모닝 에디션’과 퇴근 시간에 맞춘 ‘올 싱스 컨시더드’  같은 간판 프로그램으로 유명합니다. 또 NPR에서 방송한 ‘광산의 안전 문제’나 ‘미군 부상병에 대한 군대의 처리 방식’, ‘시신 안치소의 문제점’ 등 고발 프로그램 등이 호평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미국공영방송 NPR의 최근 파문 소식과 공영방송의 역할 등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