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적십자사를 통해 한국에 쌀과 중장비 등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천안함 사태에 따른 5.24 대북 조치로 일부 취약계층을 제외한 대북 지원에 일절 나서지 않았던 한국 정부는 이번 요청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홍수와 태풍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이 쌀과 중장비, 시멘트 등을 지원해 달라고 한국 측에 요청해 왔습니다.

7일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 조선적십자회는 지난 4일 대한적십자사 앞으로 이런 물자들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하는 통지문을 보내왔습니다.

이번 요청은 앞서 지난 달 31일 대한적십자사가 조선적십자회에 라면 등 긴급 식량과 생활용품, 의약품 등 1백억원 규모의 대북 수해 지원을 제안한 데 대한 북측의 답변으로 보입니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수해라고 하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민간 차원의 쌀을 포함한 지원 여부를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한적십자사를 당국이라고 볼 순 없구요. 어쨌든 이번에 북한이 이런 식의 요청을 해 왔으니까 민간단체 차원에서 이뤄지는 쌀 지원에 대해서 검토를 하겠다, 이런 입장도 다 포함해서 북한의 요청에 대해서 어떤 대응을 할지 어떤 답을 줄지 지금 검토를 하고 있어요.”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미 북한에 통보한 1백억원 규모 안에서 어떤 품목을 보내는 게 좋을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수해 지원이 긴급구호의 성격이 있는 만큼 앞으로 2~3일 내에는 지원 내용을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의 조찬 만남에서 대북 지원과 관련해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적절하게 지원하려고 하며 이것도 일보전진”이라고 말해 남북간의 경색 국면에 변화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통일부는 대북 지원에 대한 이런 전향적인 검토가 5.24 대북 조치의 근본 틀을 허무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원이 이뤄져도 지난 정권의 대규모 지원과는 규모나 방법이 다를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입니다.

“5.24 조치의 틀 내에서도 대북 지원은 보류하지만 취약계층에 대해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대북 지원의 원칙과 5.24 조치의 기본방향에 맞게 검토하는 거예요.”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뭐가 필요하다고 한 적이 없는데 이번엔 명시적으로 요청했으니 과거와는 달라진 것”이라며 “이는 남북관계 흐름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이날 억류 한 달 만에 한국 어선 대승호 선원 7명을 한국으로 돌려보낸 것도 남북 간 대화 분위기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이번 대북 수해 지원에 대해서는 천안함 사태 이후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으로만 엄격하게 제한하던 것과는 달리 쌀을 포함해 북한이 필요로 하는 물자들에 대해 상당히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어 이런 전망에 더 큰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