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 한국으로 망명한 북한 주민들을 송환해줄 것을 요구한 데 대해 한국 정부가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주민들의 자유 의사를 존중하는 방침에 따른 것인데요, 남북관계의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 통일부는 17일 북한이 전날 한국으로 망명한 북한 주민 9명의 송환을 요구해온 데 대해 대한적십자사 명의의 전통문을 북한에 보냈습니다.

전통문에는 북한 주민 모두 망명의사를 밝힌 만큼 본인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처리할 것이란 입장이 담겼습니다. 한국 통일부 천해성 대변인입니다.

"북한 주민 9명은 지난 6월 11일 오전 소형선박 2척을 통해 서해북방한계선을 넘어와 우리 측에 귀순의사를 표명하였습니다. 이들은 현재 관계기관에서 조사 중에 있습니다. 이들은 관계기관 조사 이후에 조사 결과, 이들의 자유의사에 따라서 처리될 예정입니다."

북한은 전날 조선적십자회 명의의 전통문을 보내 남측이 귀순의사를 내세워 주민들을 즉시 송환하지 않으면 남북관계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남북 양측의 주장이 이처럼 팽팽하게 맞서면서 남북간 긴장 수위는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비밀 접촉 폭로로 남북관계가 급격히 얼어붙은 상황에서 ‘집단 탈북’이란 돌발 변수가 생긴 셈입니다.

남북 양측은 지난 2월 초에도 서해상을 통해 남하한 북한 주민 31명의 송환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북한은 전원 송환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한국 정부는 망명의사를 밝힌 4명을 제외한 27명만 북측으로 돌려 보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2월에 망명한 주민들까지 묶어 남측의 ’귀순공작’을 대대적으로 주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치안정책연구소 유동렬 선임연구관입니다.

"북한이 이번 사태를 남북관계 파탄의 책임을 한국 정부에 전가하려는 소재로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남한 당국이 탈북 난민을 납치했다던지, 회유 설득해서 이런 공작을 하고 있다고 대외적으로 선전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소재로 활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체제 안정이 급선무인 북한으로선 이번 사건을 재발 방지를 위한 기강 잡기에 활용하려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지난 11일 서해로 남하한 북한 주민들이 오랫동안 탈북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이번 문제를 묵인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17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북한 국경지역에 세관을 담당하던 보위부장 가족이 최근 탈북하는 등 체제 이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경 전역에 대한 감시가 대폭 강화됐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또 체제 단속을 위해 각 도,시,군별로 특별기동대를 창설해 진압 훈련을 하는 가 하면, 중국 해사 당국과 협약을 맺고 공동 순찰팀을 가동하는 등 탈북자 단속을 대폭 강화하고 있습니다.